내 음악의 역사

낙서장 2018. 10. 11. 11:59

1986~1988

난,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지만,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동요 말고는 몰랐었다.

대중가요, 팝송... 존재 자체를 아예 몰랐었다.

가끔씩 만나서 놀던 친한 사촌 녀석이 누나, 형의 영향으로 허구한 날 흥얼거리며 다니던 포크송도

그저 별 희한한 노래를 다 부르네, 수준으로만 넘어갔었고...


그러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접했던 대중가요가 바로 이문세, 이문세 3집이었다.

아니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다니! 하면서 쏙 빠져들었던 것 같다. 아주 쏘옥...

이후 4집, 5집까지... 그야 말로 열광적으로 듣고 다녔었다.


그리고 성당 후배가 좋아해서 알게 된 음반이 유재하 1집. 요절한 가수라고 해서 색다른 느낌이었던...

유재하 음악에 푹 빠져서 노래를 외어 부르기도 했었는데, 듣는 것과 부르는 것은 차이가 컸다...

유재하 노래들은 듣기에는 참 좋지만 따라 부르기엔 그다지... ㅎㅎ


그 후로는 좋아했던 가요 음반이나 가수는 더 이상 없었다. 쭉~ 유재하와 이문세 노래만 들었다.

이문세도 5집 이후로는 더 이상 듣지 않았고(아마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라디오에서 늘 즐겨듣고 녹음해서 또 듣고 했던 건 항상 팝송이었다... 김기덕의 두 시의 데이트!

팝송은 장르 불문, 라디오에서 소개해 주는 것들은 뭐든 들었던 것 같다.


특히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나 리차드 막스Richard Marx의 노래들은 달달 외어 따라부르기도 했었고,

라붐, 유 콜 잇 러브 등 각종 영화 주제곡들도 꽤나 좋아했던 것 같다.



1989~1991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는 소위 뉴에이지 음악 또는 세미 클래식이라고도 불리던,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에 푹 빠져 지냈었다.

학교 교실 피아노로 Thanksgiving을 훌륭하게 연주해내던 한 친구의 영향으로 

한 때 피아노도 배워 보겠다고 덤벼 들었다가 얼마 못 가 포기했던 시절...

December를 듣다 듣다 아예 악보 자체를 외어버릴 지경이 된 다음에 

계속해서 찾아 들었던 Autumn, Winter into Spring, Summer로 이어지던 계절 시리즈.

이후 대학에 입학한 한참 이후에 발매한 Forest 음반까지도 꾸준히 찾아 들을 정도로 깊이 빠져 있었는데

의외로 초기작인 Ballads and Blues는 그다지 즐겨듣지 않았었던 기억...


그리고 조지 윈스턴과 쌍벽을 이룬다던 당시 리차드 클레이더만Richard Clayderman의 음반들도 

꽤 즐겨 들었는데 조지 윈스턴보다는 내 취향이 별로 아니어서 차츰 안 듣게 됐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즐겨듣던 음악 중 세미 클래식 말고 전통 클래식도 있었는데,

그 와중에 뜬금없이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

정식 명칭은 Tchaikovsky String Quartet No.1 D major, Op.11 2.Andante cantabile.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무슨 만화책인지 소설책인지를 읽다 만나게 된 음악이었는데

주인공이 킬러였던가... 이 안단테 칸타빌레를 들으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하도 궁금해서 당시 동네 음반가게를 헤매 다니며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해 들을 수 없었던 음악.

지금은 유튜브에 치면 바로 나오는 참 좋은 시대가 됐다. 이 참에 기억을 더듬어 링크해 본다.


클래식은...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모짜르트 영화 "아마데우스"를 본 이후 모짜르트 클래식에 푹 빠지게 되었고

아마데우스 영화도... 못해도 1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정말 잘 만든 음악 영화. 

모짜르트와 살리에리와의 그 애증의 관계... 천재와 수재의 차이... 아...

아무튼 아마데우스를 통해 입문하게 된 클래식도 차츰 그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해서

최근에는 헨델, 하이든,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등 다양한 클래식을 듣는 것에 아주 익숙하고 편해졌다. 

특히 CBS FM 아침 라디오에서 하는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라는 클래식 방송을 종종 듣다 보니 더...

그래도 아직 무슨 악장이니 Op. 어쩌고니 그런 용어들까지 알 정도는 아니다. 그저 즐겨듣는 수준...



1992~1995

얘기가 좀 샜는데... 다시 돌아가서,

대학 때 가장 많이 듣고 즐겼던 음악은... 바로 민중가요.

물론 가장 많이 불렀던 음악은 소위 "투쟁가"였지만 투쟁가는 따라 부르는 노래였을 뿐, 

매일 밤 자기 전에 듣고 즐긴 음악들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민중가요들이었다.

안치환도, 김광석도, 노래마을도, 백창우도, 천지인도 이 때 알게 됐다.


사실 가장 먼저 알게 된 민중가요 음반은 노찾사, 바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아마 1990년 무렵, 절친이었던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음반이 바로 노찾사 2집이었던 것. 

뭐 이런 노래들이 다 있다니! 하며 당시 몹시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

카세트 테이프 표지에 있던 저 조금은 섬뜩한 느낌의 사진도 기억나고...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전 곡을 다 외어서 

이후 무슨 장기자랑이니 할 때마다 한 곡씩 불러서 듣는 사람들을 읭??? 하게 만들었던...

(운동이니 데모니 하는 개념도 잘 모르던 시절에 말이다... ㅎㅎ)


그래도, 대학시절을 통틀어 가장 내가 좋아했던 음반은 노래마을과 백창우 시인이었던 것 같다.

특히 듣고 듣고 또 들었던 노래마을 2집...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
파랑새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아기 염소
우리들의 사랑법
굽이치는 임진강
순복이
친구
누구도 살아나올 수 없네
콩밭 개구리
백두산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주옥같은 명곡들... 지금은 세상에, 유튜브에서도 다 찾아 들을 수 있다니!

정말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설마 투쟁가들도 올라가있는 건 아니겠지? 박종화의 분노라든가...)

 

천지인도 음반 발매 당시 민중가요로서는 파격적이었는데

의외로 이게 또 내 감성을 자극해서 즐겨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들어봐도 세련되고 좋은 곡들... 역시 유튜브에도 있다.



1995~1998

중간에 낀 암흑기, 바로 군대 시절에는 좀 특별한 음악 취향을 가졌었다.

군대에서 민중가요를 들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클래식을 들을 수도 없었고...

음악과는 사실 전혀 무관한 삶을 하루하루 그냥 살았을 뿐인데,

고참이, 나중에 동기가 즐겨 듣던 음악을 아무 의미없이 그냥 따라 들었던 시기...

그러다 막판에 딱 하나 뜬금없이 꽂혔던 아이돌이 있었다. 바로 S.E.S.

충격이었다. 댄스 음악을 본능적, 선천적으로 싫어하던 나로서는 너무나도 뜬금없이 빠져들게 된 음악.

물론 요정처럼 예쁜 가수들의 외모 때문이었겠지만 그것 때문이라고만 하기엔 음악의 완성도도 꽤 높았다.

특히 바다의 저 성량과 음역은 와... 군대생활에 지친 내 삶의 유일한 낙이었던 듯.

이후에도 이전에도 아이돌 음악은 내 취향이었던 적이 전혀 없다. 오직 유일하게 S.E.S 1집만 빼고.

(심지어 서태지와 아이들도 나로선 듣보잡 음악 취급이었으니...)



1998~

김광석은... 사실 살아 생전에는 존재 자체를 몰랐다.

어쩌다 지나가다 노래를 들어본 적은 있었겠지만 신경써서 인지한 적도 없었고...

그저 동물원의 객원 가수였고, 포크송을 잘 부르는 가수라는 정도.


내가 본격적으로 김광석에 빠져 들게 된 것은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를 본 이후부터였다.

부치지 않은 편지. 그대 잘 가라...

이후로는 김광석 음반 역주행을 시작해서 1집부터 마지막 유작 앨범들까지 싹 다 긁어모아 들었다.

지금도 내 즐겨듣는 노래 1순위. 휴대폰 바꾸면 가장 먼저 복사해 넣는 MP3 파일 1순위.



오랜만에 대충 기억을 더듬어 내 취향의 음악... 내 음악의 역사를 정리해 봤다.

유튜브 링크와 함께 정리하니, 뭔가 더 재미있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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