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젯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아니 잠시 잠이 들긴 들었었나 보다.

평소에 거의 울리지 않던 7인치 태블릿이 조용하게 삐링삐링~ 알림음을 내는 소리에 설핏 들었던 잠이 깼다.


쓰론 워즈(본캐)를 제외하고는 알림음이 울릴 일이 전혀 없었으니까

당연히 쓰론 워즈에서 무언가 이벤트가 생긴 모양인데... 막 잠이 들었던 차에 일어나긴 귀찮았다.


잠깐 생각을 더듬어 봤지만 병력 생산 완료 시간은 거의 늦은 밤이나 아침 이른 시각으로 강제로 맞추기 때문에

이런 애매한 새벽 시간에 병력이 다 생산됐다고 삐링삐링~ 소리를 낼 리는 없고,


뭘까?


하다가 다시 잠이 살짝 들었었나 보다.

잠시 후 또 다시 울리는 삐링삐링~ 소리.


제기랄. 누가 쳐들어오나 보다. 일찍 자긴 틀렸다.


졸린 눈을 비비고 태블릿을 켜 보니, 40여 분 떨어진 곳에서 적 세 부대가 슬금슬금 기어오고 있다.

뭐여, 시방? 겨우 130마일 떨어진 곳에서 40분이 넘게 걸려서 와? 그것도 꼴랑 세 부대로?

200이 넘는 레벨을 보니 게임 처음 하는 초짜도 아닌 것 같은데 이게 뭔 시츄에이션?

짐차라도 끌고 오나? 내 성에 자원이... 음, 많긴 많군. 하긴 며칠간 주변을 털어가며 가득가득 모아 놨으니.


걍... 생산하던 병력/자원들 빼돌리고 잠이나 더 잘까?...... 말까?......

일단 첩자나 보내 보고.


갈등하면서 십여 분간 상황을 더 지켜봤지만

더 이상의 충원은 없는 듯... 아마 살짝 정신이 나갔거나 술김에 또는 홧김에 보낸 병력?


나와 무슨 원수진 일이 있는 녀석도 아니고 금시초문 듣보잡인데 그럴 리는 없고...

(설마, 전에 내 병력 전멸할 때 왔었던 녀석들 중 하나인가?)


내가 만만해 보였던 건가? 이, 내가?

ㅆㅂ 넌 딱 걸렸어. 방어닷!


에이. 잠 좀 덜 자지 뭐.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또 서버 버그로 부대가 3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우선 방어성 영주부터 교체하고... 엇, 근데 수호자 어디 갔어?


...


가만 생각해보니 수호자는 없다. 이미 오래 전에 병력 주둔용으로 쓰고 있는 부캐로 넘겼지.

본캐에는 장거리 공격용 장군들만 우글우글하다...


아쉬운 대로 일단 보병 장군으로 영주를 갈아 치우고, 줄어든 농장 숫자만큼 오버성으로 피신.

그리고 각종 아이템으로 도배를 시작했다. 대기 병력 보너스 소/대, 영지 보호 아이템 소/대. 헤드헌터까지.

요새화 효과가 있는 수호자가 없는 것이 역시 아쉽긴 했지만, 평소 방어할 일이 거의 없는 지라 일단 패스...

아이템빨 요새화 +35%, 공/방 +35% 증가하는 선에서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끝으로,

나머지 성 6개에서 보병 주둔시키고 마지막 오버성에서는 보병은 빼고 투/궁/기만 전원 주둔.

이제 방어 준비는 끝났...다 싶었지만 그래도 뭔가 살짝 아쉬웠다.

적 부대가 혹시라도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많거나, 수백 만 오버궁/투 부대를 보내온 건 아닐까?

겨우 세 부대에 이런 걱정까지 드는 것을 보니

아직 지난 번에 전멸한 이후 복구된 병력이 충분하다 느껴지지 않는 것이겠지...


그래서...

부캐로 접속해서 오버궁/기/투 1부대를 추가 지원 보내고 나니 그제야 뭔가 준비가 완료된 기분.


그러고도 시계를 보니 아직도 10분이나 남았다.

가만 있다가는 졸음이 쏟아질 것 같아서 써드 부캐로 접속, 자르기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세 부대가 거의 1분 간격으로 3분에 걸쳐서 오니까 앞의 둘, 뒤 하나로 자르지 뭐. 심심풀이 삼아...




아주 깔끔하게 잘 끊었다.(이렇게 끊을 필요도 없는 허접이긴 했지만.)

투석까지 끊어놨더니 방벽도 못 깨고 싹 다 전멸했다. 말 그대로 지리멸렬.



  


이게 첫 번째.




이게 두 번째.


내 피해는 두 번 전투 합쳐 보병 65명. 그나마도 50%는 군사 병원에서 바로 부활해서 33명만 희생.

적은 8만 8천 명 전멸.


최근 들어 전투 규모로 따지기엔 아주 소소한 전투였지만, 

쪼렙이었던 아주 옛날 이후로는 본캐에서 거의 처음 치르는 방어전이라 나름 재미있었다.


그나저나... 저 녀석 대체 뭐지? lotnok?




2.


아군 동맹 중에 한참 잘 크고 있는 새싹 동맹원 한 분이 새벽에 주변 쪼렙에게 첩질+공격을 당해서 빡치셨었나 보다.

점심 때를 이용해서 그 녀석에게 공격 갔다가 적 지원군에게 매복 걸려 옴팡 당하고 말았다.

뜻하지 않은 패전이라 상실감이 크셨을 듯...ㅜ,.ㅜ;;


잘 커나가는, 무럭무럭 자라나는 새싹님의 기를 죽여서는 안되지.

마침 시간적 여유가 있던 내가 잽싸게 해당 성으로 첩자를 보내 봤다.



  


오오... 나름 짭짤한 병력 숫자. 성은 레벨이 낮아 그런지 방벽도 낮고.


바로 공격이 결정되었다...


다들 거리가 멀어서 기병 위주로 지원하겠다는 와중에

그나마 내 거리가 좀 가까워서 보병 5부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또, 그나마 가까운 내가 자방(자르기 방지)까지 들어갔다. 정확하게 공격 개시 예정 시각 7초 전으로 끊도록.

(뭐, 실제 본 전투 첫 공격은 20여 초 더 이후에 시작되긴 했다.)



  


  


결과는 짭쪼름한 승리.

주둔해 있던 KOPRAL 녀석들, 큰 병력을 잃은 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속 좀 쓰릴 듯.


아... 그런데 항상 매 전투마다 시간을 제때 지키지 못하고 일찍 서둘러서 들어가는 부대가 있다.

아군이나 적군이나.


이번에도 아군 보병 1부대가 자방에 걸려서 일찌감치 애꿎은 희생을 당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적군이 자르기를 시도하지도 않았고,

또 일찍 들어간 부대도 그리 시간 차이가 많이 나지도 않은 것 같고,

딱히 뒤처진 부대도 없었던 듯 하니까 그냥 자방을 가지 않는 것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단체 공격의 핵심은 시간 약속이고, 만에 하나를 위해서도 자방은 필요한 것이었다고 애써 위안해 본다.

(희생된 부대는 역시 자라나는 새싹님의 부대였다. ㅜ,.ㅜ 이래저래 겨우 키운 보병들 싹 전멸하신 듯...)


나도 승리한 전투에서 0 병력으로 장군들만 돌아와 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렇게 십여 번만 반복하면 내 보병도 0이 되긴 하겠지...


어쨌든 보병 16만을 희생해서 승리도 얻었고, 점수도 71만점 얻었다.........

전투 기록 첫 페이지 맨 꼭대기에도 올라 보고. ㅎㅎ



ps.

사실 지금에 와서는 쓸 데도 없는 보석을 이미 충분히 넘치도록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장군 점수에 대해 신경 써 본 적은 거의 없는데, 대체 무슨 알고리즘으로 점수가 부여되는 건지 궁금하긴 하다.

일설에 의하면 다수의 정규 병력으로 다수의 적을 상대로 승리했을 때가 가장 점수가 크다는데,

거기에는 어떤 수학적 알고리즘이 숨어 있는지 은근히 호기심을 자극하긴 한다.

병력 숫자와 농장 밥 숫자와 공격력/방어력, 또 실제 적 공격 여부 등등이 종합될 것 같긴 한데... 흠...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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