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요즘 아이들이 IT기기에 빠르다 빠르다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제대로 실감한 적은 처음이다.

무슨 일이냐면,



음... 무슨 일인지 설명하자면 일단 한 5개월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올봄에 드디어 6학년이 된 딸래미의 휴대폰 타령, "친구들은 다 있는데" 타령을 더는 무시하고 넘길 수 없어 

결국 휴대폰을 사주고야 말았다. 그러면서 혼자만 사줄 수 없어 막내녀석 휴대폰도 함께 사게 됐고...

최신 저렴이 삼성폰으로 사줬는데(요즘엔 삼성도 자동 스킵하지는 않는다. 가성비를 우선하다보니... 털썩)

통신사 요금제에 "쿠키즈 스마트"라는 저렴한 요금제가 있어 그걸로 해줬고,

부모가 자녀 휴대폰 사용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쿠키즈"라는 앱이 있어 그걸 설치해서 줬었다.

(사실 이런 식의 강제 통제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아내님의 강력한 요구로 어쩔 수 없이... ㅜ.ㅜ)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대충 보니 앱 삭제부터 실행 등등 세세한 컨트롤이 가능해서

그 정도면 충분히 무절제한 휴대폰 사용 욕구를 효과적으로 억제시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처음 한두 달은 둘 다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그럭저럭 잘 따르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막내녀석이 남몰래(!) 하지 말라는 게임부터 이것저것 안하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아니, 대체 어떻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석이 그다지 용의주도하진 못해 꼭 흔적을 남겨놓았기 때문에 

(일정 시간 이상 쿠키즈가 정상적인 제어 가능 상태가 아니면 부모 휴대폰으로 푸쉬가 온다)

허락되지 않은 시간에 우회해서 게임을 한 사실까지는 알 수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할 수 있게 된 것인지 오리무중이었다. 

쿠키즈라는 앱은 한번 제대로 설치되고 나면 삭제는 물론 심지어는 "절전"모드로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게다가, "설정" 메뉴로 들어갈 수 없게 차단까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통제를 벗어날 방법이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남겨놓은 흔적을 보면 쿠키즈 앱을 삭제하고 나중에 다시 설치한 것이 분명한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몹시 궁금해서 혼자 이리저리 연구해봤지만... 

헐...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나도 못하는 걸 이놈이!??


그래서 결국 불러서 물어봤다.

혼내듯 따지듯 물어봐서는 절대 대답을 안해 줄 놈이라(고집이 황소고집이다...)

정말 궁금한 듯, 어떻게 그런 방법을 다 아는지 신기하다는 듯(!) 살살 구슬려서 물어봤다.

그래서 결국 얻어낸 답은... 바로 "안전모드".


세상에, 휴대폰에도 컴퓨터처럼 안전모드가 있는지 진짜 처음 알았다.

리커버리나 부트로더로 재부팅하는 방법은 알았지만 안전모드로 부팅하는 방법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알고 보니 최근 휴대폰에는 대부분 탑재되어 있는 기능이었다!


>> 참고: https://www.huffingtonpost.kr/2015/07/16/story_n_7806780.html


컴퓨터와 비슷하게 재부팅 후 부팅 로고가 나올 때 볼륨 다운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끝.

그렇게 쿠키즈를 삭제하고 다시 정상 부팅해서 게임을 신나게 한 다음 

제 딴에는 완전 범죄랍시고 다시 쿠키즈를 설치해 놓았던 것(권한 설정까지는 제대로 안 해두고... ㅎㅎ).

누가 가르쳐주거나 보고 배운 게 아니고 어떻게 껐다켰다 하다 보니 됐다고... ㄷㄷ


와... 이 녀석 잔머리는 따라갈 수가 없다. 정말...


스스로 자기 욕구를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기계에 의해 강제로 통제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말로 타이르고 어르고 하면서 가르칠 수밖에 없나 보다.

에휴... 그것도 부모의 업보라면 업보겠지.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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