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 따비 (2013-09-20)


- 엄기호 지음


- "무능하고 무책임한 학교를 바꾸기 위해 수많은 분석과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엄기호의 신작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새로운 분석이나 제안을 보태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수많은 분석에서 빠져 있었던 것, 학교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교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부제가 의미하듯, 누구나 한마디씩 보태지만 아무도 제대로 모르는 학교현장의 이야기를 교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지금 교사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무감각하고 무책임하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와 관계 맺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애를 써도 “당신이라고 꼰대가 아니겠냐?”고 밀쳐낸다.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수업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다른 시도를 하면 관리자가 “학생들 데리고 실험하지 말고,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고 주저앉힌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해야 다시 성장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성장이란 타자를 대면해야 가능하다. 나와는 다른 사람과 마주쳐야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타자와 만나야만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런데 학교는 동질성으로 똘똘 뭉친 공간이다. 학생들은 성적으로, 집안형편으로 나뉘어 있고, 교사들은 신분으로, 세대로, 교육철학으로 나뉘어 있다. 


엄기호는 먼저 교사들이 ‘타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들에게 타자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들, 자신과 다른 교육관을 가진 동료 교사가 될 것이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들을 타자로서 환영하고, 자신과 같은 교육관을 가진 동료들의 의견을 토론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교사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알리딘 책 소개글)


- 목차

책을 내며 006


001 들어가며
우리는 학교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015
어떤 교사들의 딜레마 030

1부 교실이라는 정글
102 한 교실 속의 두 세계
모든 수업이 의미 없는 ‘널브러진 애들’ 043
어떤 수업은 필요 없는 ‘공부하는 애들’ 059
103 학생들의 분노와 학교 폭력
섬바디와 노바디의 먹이사슬 073
건드리면 폭발한다, 적대화되는 교사와 학생 083
‘착한 아이들’은 어떻게 두려운 학생들이 되었나 095
104 서로를 믿지 못하는 교사와 학부모
입시 앞에선 무력해지는 협력 관계 113
누가 내 아이를 지켜주나 125

2부 교무실, 침묵의 공간
205 혼자 바쁜 교사들
두 교사의 하루 139
교사의 ‘진짜’ 일은 퇴근 시간 후에 시작된다 152
206 토론이 사라진 교무실
벌떡 교사의 멸종 163
혼자 맞서야 하는 교사들 173
교사들의 대화에 교육이 없다 180
207 교사, 교무실의 외로운 섬들
‘내 수업’을 할 수 없는 교사들 195
무한책임과 무책임으로 나뉜 교무실 213

3부 성장 대신 무기력만 남은 학교
308 교사들은 어떻게 ‘순응’하게 되었나
같은 교사, 다른 신분 233
교직이 아직도 철 밥그릇이라고? 242
성과급, 돈이 아니라 가치를 둘러싼 싸움 249
309 교무실의 세대 갈등, 이어지지 않는 경험
불화했던 선배 교사와 순응하는 후배 교사 259
‘꼴통’ 편인 선배 교사 대 ‘범생이’ 후배 교사 272

010 학교는 다시 가르침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침묵, 자신과 타인을 지키는 방법 289
타자와 만나지 않고 교육은 불가능하다 296
교사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야 하는 이유 310

참고문헌 322 


- 본문 중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문장들 몇 개 발췌.


"섬바디의 폭력으로 노바디가 된 학생들은 다른 노바디를 괴롭힘으로써 섬바디가 되려고 한다."


"사실 교사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학생들은 개별 교사를 학교에 대한 총체적인 경험 속에서 만난다는 사실이다. 대다수의 학생에게 학교와 교사에 대한 경험은 부정적이고 상처투성이인 경우가 많다."


"˝당신이 내 아이 책임질 거냐?˝가 학생의 장래와 관련해서 교사가 들을 수 있는 가장 무서운 말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는 "선생님, 하나도 모르겠는데요?"라는 말을 환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하나도 모르겠다'는 말은 교사를 엿 먹이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인정하고 초대하는 말이다."


"다수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말이 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노바디', '섬바디', '타자', '벌떡교사', '가르치고 배우는 것', '말하고 듣는 것'. 이런 개념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책은 두껍지만 굉장히 빨리, 쉽게 잘 읽혔다.


- 책 소개글에서는 저자인 교형이 "새로운 분석이나 제안을 보태려 하지 않는다"며, 또 어딘가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심연을 현실 그대로 담담하게 드러냈다는 식으로 나와 있었지만, 사실 결론 부분에 "분석"과 "제안"이, 즉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다 들어있다. 비록 다소 현실적으로 어렵고 많은 자기 희생이 필요한... 개개인의 노력으로 되기 어려운 듯한 것들 같지만...


- 문득 생뚱맞은 소리 하나 하자면, 책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으로 "아렌트"와 "벤야민"이 있다. 누군가 찾아보니 "한나 아렌트"라는 사람과 "발터 벤야민"이라는 사람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 나름 유명인들인 모양이지만 어쨌거나 내겐 몹시 낯선 이름들... 저 사람들이 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어떤 주장이나 생각의 근거로 삼거나 강화하는 경향은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인 듯 한데, 내겐 그게 참 낯설다. 마치 그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아는,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한 말이니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지껄인 말이 아니라 상당히 무게가 있는 말이다, 라는 식의 일종의 강조? 강요? 협박? 같은 느낌. 그런데 그건 내게는 "옆집 영희"가 말하길 ... 이랬다, 라는 정도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런 인용문을 볼 때마다, '그래서, 그게 누군데? 내가 알아야 하는 사람이야? 그런 얘기 말고 바로 네 얘길 좀 더 무게 있게 해 보는 건 어때?' 라는 말이 입 속에서 맴돈다. 뭐, 분야의 차이겠지. 내가 몸담고 있는 IT 기술분야에서는 어느 누구도 절대 그런 식으로 남의 이름을 빌려 내 주장을 강화하거나 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다.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직 증명하면 될 뿐.


- 교사가 검사들처럼 개개인이 하나의 독립적인 교육기관이라는 말, 나름 충격적이었다. 그저 시키는 일을 시키는 대로 주어진 시간 내에 해내야 하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수많은 직장인 중의 하나로밖에 안 보였는데... 원래는 그런 거였구나.


- 그런데 살짝 의아한 것은, 학교 붕괴와 관련된 문제라고 진단된 것들은 내가 보기엔 요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학생이었던 80년대 말 ~ 90년대 초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그랬었다. 전교조는 어딘가 있다는 말만 들었지 한번도 본 적은 없었고 학교는 원래부터 (예전에는 교사에 의한) 폭력과 따돌림이 공공연하게 행해졌으며 "인정"받을 수 있는 말, 질문만 존재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 역시 학교에서 존재감 없는 "노바디"에 가까운 "착한 학생"일 뿐이었고, 그 어떤 선생도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 -1교시, 0교시부터 야자, 특별반까지 공부는 시키니까 하긴 했지만 그 어떤 꿈도 희망도 미래도 그려본 적이 없었고 그릴 만한 여유도 능력도 없었다. 딱 하나 요즘과 다른 것이 있다면, 옛날 학생들 사이에서는 물리적인 "힘"을 제외하고는 딱히 위계가 없었다는 것 정도? 힘이 세다고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부려 먹는다든가 착취하는 일은 없었고 공부를 잘 하는 톱 클래스들도 알게 모르게 특별 대우를 받긴 했지만 그게 벼슬이 되고 특권이 된 적은 없었다. 딱 그 정도.


- 그래서, 진짜 문제는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들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관료화된, 성과주의에 찌든 교사들... 당연히 학생들은 교사들의 바뀐 모습에 맞춰 교사들을 대하는 것뿐인 것은 아닐까? 물론 학생들도 그 부모들이 21세기 신자유주의 정치, 경제, 엎치락 뒤치락 교육 정책에 휘둘려 개인주의와 무한 이기주의를 극대화하도록 키워지긴 했겠지... 결국 어른들의 문제를 아이들에게 전염시켜 놓고 아이들이 문제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냥 이 순간 떠오른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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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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