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사상 20: 한국 문학의 위선과 기만 - 개마고원 (2001-10) (읽음: 2002-05-24 11:51:44 PM)

- 강준만 지음
 

- "최근 한국 문단 일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문학권력' 논쟁은 문학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문학권력'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문제 삼는 것이 주로 조직과 사람들의 행태에 관한 것임을 생각해보면 이는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와 직결됨을 알 수 있다. 문학잡지 또는 학연을 중심으로 패거리를 만든 '문학권력'이 자기 패거리의 안녕과 번영만을 꾀하는 정치꾼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으며 상업주의와 패거리주의에 크게 오염된 신춘문예와 각종 문학상 제도가 문학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건 물론이고, 문학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큰 장애가 되고 있는 게 현실 아니던가. 또한 언론과 공생관계를 맺어온 여러 집단이 언론개혁에 적대적이거나 냉소적인 현실 속에서, 글로 먹고사는 문단이 우리 사회의 언로(言路)를 바로 세우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은 언론과 문학이 별개의 대상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인물과 사상』제20권이 제기하는 한국 문학 비판은 자기와 상관도 없는 일에 참견 한다는 반발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저자 강준만은 지식인이란 지식의 지적 영역에서 쌓은 명성을 가지고 기존의 사회·정치권력을 비판하는 사람 이란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문제의식이 있는 문인들은 문인들에게 통용되는 '스타일'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또 사회과학도들은 문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감히 개입하려 하지 않는 탓에 문학권력과 문학자본을 정면에서 문제 삼는 책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들어 문단 내부의 개혁을 역설하고 있다. 

이문열은 한국 문학의 '리트머스 시험지' 
오늘의 이문열은 단순히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시의적절하게 언론을 이용하는 언론플레이, 첨예한 이슈마다 한 방 터뜨려 논쟁을 만들어내는 능력 등 '이문열 거품' 현상에 기인한 바 크다. 이와 같은 '이문열 거품'은 "설치는 여자들에게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썼다"는『선택』의 성공이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문열 문학의 '교양주의'와 '반지성주의'의 아이러니컬한 결합이 '지식폭력'이 되는 현실, 곡학아세를 낳은 이문열의 오만과 오기 등을 문학사회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미당 서정주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앙일보』의 미당 문학상 제정을 계기로 가열된 미당 평가에 숨어 있는 정치적 의도는 무엇인가? 해방 이후 한국 문단을 지배해온 삶과 문학을 분리해보자는 '분리주의적 문학관'을 주장하는 문학인들이 그의 친일·친독재 경력에도 불구하고 미당을 옹호하고 미당 문학상을 통해 정치적으로 미당을 복권시키고자 하는 것은 시대정신의 부패는 물론, 자신들의 보수주의적 삶 또는 세상에 대해 닫힌 삶에 대한 정당화를 서정주 옹호를 통해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남진우의 반론에 답한다 
화려한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진 시인 남진우의 김정란·강준만 비판과 논쟁에 대한 재비판. 텍스트의 메시지를 우선시하는 글쓰기를 혐오한 나머지 현실을 떠나 몽상과 신비의 세계에 집착하고 스타일에만 몰두하는 현실 도피적 문학관, '텍스트 숭배주의'에 빠져 '현실 계몽주의'적 글쓰기를 혐오하는 태도는 마치 한손으론 릴케 시집을 읽고 눈물 흘리며 다른 한손으론 유대인 학살을 집행한 나치 장교의 예화를 떠올리게 한다. 

문학평론가 박철화의 이중성 
문학 내부의 문제에 대해선 날카롭고 진보적인 안목을 갖고 있는 문인들도 신문 앞에만 서면 이성을 잃고 수구신문 옹호에 급급하다. 공지영·은희경·신경숙과 관련해 '작품출판언론광고'의 아름답지 못한 커넥션 문제를 제기했던 문학평론가 박철화, 신문에 대해선 "어떤 신문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면 거기에는 그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렇다면 왜 그 세 작가의 소설이 많이 팔리는 건 그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지 못하는가. 이런 일관성 상실은 그의 수구신문 옹호 논리의 허구성과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 불과할 것이다. 

□ 한국 문단의 추악한 남근주의 
"자네 오늘 밤 나한테 수청 들지 않겠나?"라는 말을 남자 시인이 여성 문인 지망생에게 공공연히 할 수 있는, 한국 문단을 지배하는 남근주의에 대한 문제제기. 최소한의 도덕적·법적 의무를 작가적 호방함이나 예술가적 낭만주의로 포장하는 문학 신비주의가 바로 남근주의를 부추기고 온존시키는 주범임을 밝히고 있다. 

□ 학력과 학벌은 계급이다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들의 주요 요직 점유율이 20%에도 못 미치는 반면 서울대·연고대 출신들은 60% 이상을 점하고 있는 한국의 학벌 카스트 제도. 점점 더 미쳐 돌아가는 학벌 문제와 교육 시스템에 대해 침묵하는 지식인들,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그들이야말로 학벌 계급의 가장 큰 수혜자들임을 살펴본다." (인터파크 책소개글)


(짜증난다. 겨우겨우 글을 다 써서 저장 눌렀더니 이름을 안썼다고 다시 쓰라면서 왜 글까지 다 지우고 ㅈㄹ인지... 떱. 복사해놓고 글쓰란 얘긴가...)


- 작년엔 이 책이 출간된 지 모르고 있다가 얼마 전에 발견하여 구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시기적인 차이에 따른 긴장의 완화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팽팽한 긴장감으로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학벌 패권주의, 남근주의, 이문열 등- 그때 그때의 시기적인 배경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인가... 


-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은 역시 서울대 문제를 언급하면서 서울대 패권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대목이다. 내 머리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글로 옮기면 딱 그렇게 될 것 같이 신기하게도 정확한 내 생각을 옮긴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올 정도로 전적으로 동감이다! 다만 한가지 추가할 것이 있다면, 서울대 문제는 서울대 문제만이 아니라 좀 확대하자면 한국 사회 대학의 전체 문제이며 비 대학권에 대한 상대적 엘리트 의식 그 자체가 문제일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내 뇌리에 남은 명제 하나 : 

"어떤 것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조선일보를 죽이자는 것이 아닌 것처럼 비판은 공정하고 균형 있게 해야 한다. 

덧붙여 뉴맨에 대한 나의 태도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비판적인 자세였던가, 부정적인 자세였던가. 또 어떤 자세가 올바른 자세일까. 


- 강준만은, 그 스스로 마지못해 밝히기는 했지만,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그의 머리는 '좌파이념'으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실천적 단계에서 이 극우 헤게모니의 시기를 정면으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적인 '양심'과 '상식'의 수준부터 회복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자유주의자를 자처한 것 같다. 그가 옳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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