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물과 사상 2002년 4월호 - 인물과 사상사 (2002-04) (읽음: 2002-06-05 11:50:49 PM)

- 보는데 너무 시간이 걸렸다. 이거 완전히 무슨 학술잡지도 아니고, 따분한 주제가 너무 많았다. 건강 다이제스트도 아니면서 어찌 이런 "건강 특집" 같은 걸 실었을꼬... 실을 내용이 그렇게 없었나. 

- 강준만 교수의 세가지 글 '미국 비판', '한국 비판', '일본 비판'이 그나마 제일 재미있었다. 그 글들은 모두 각각의 비판이 실린 책들을 읽은 독후감류의 비평문인데, 내가 이미 읽었던 책도 있었고 대부분은 모르는 책들이었지만, 아무튼 강준만 교수의 시각을 읽을 수 있었고, 타당했다! 재미있었다. 

- 재미있는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 '선경'이 'SK'로 바뀌고, '한국통신'이 'KT'로 바뀌었다. 우리는 지금 '창씨개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에서 영어로 창씨개명을 하고 있다. 어쩌면 한문에서 영어로 가는 창씨개명일 수도 있겠다. 어휘 생성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이름짓기를 자신의 언어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말의 조어 능력을 많이 잃었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도 어휘를 생성할 때, 한문을 많이 사용해야 하고, 나아가 영어로 말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의 사상 변화는 사대주의의 대상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이러한 언어 사용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위 힘있는 이들이 엉뚱하게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 우리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도대체, 회사 이름을 영어로 바꾸지 않으면 물건이 안 팔리고, 세계화하려면 개명해야 한다는 것은 누가 심어준 생각일까? 삼성이라는 이름 때문에 삼성 물건이 안 팔리고, 소니라는 이름 때문에 소니 물건이 세계에서 안 팔리는가? 아무런 객관적인 증거도 없이 우리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영어에 미친 사대주의 사회인가? ...

꼭 내 생각을 옮겨 놓은 것 같아 한편으로는 짜릿한 동질감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분노과 허무감을 느끼게 하는 글이다. "한국 사회는 영어에 미친 사대주의 사회"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적어도 "한국 사회는" 이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말이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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