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물과 사상 2003년 7월호 - 인물과 사상사 (2003-07) (읽음: 2003-07-09 11:54:53 PM)


- 오랜만에 참신하거나 새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그만큼 내 사고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을 테지만. 

- 의외로, 한나라당에도 개혁적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 다수 있나보다. 물론 사안에 따라 제 아무리 보수-수구적인 인물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다지 이상할 것도, 신기할 것도 없지만 어쨌든 한나라당 내에도 그러한 인물이 있다는 점은 아직 대한민국이 희망을 완전히 버리기엔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물론 착각일 수 있지만. 

- 몇가지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 대목들. 

"공동체 문화는 자기를 존중하고 남을 존중하는 것이지, 자기를 희생하고 집단 속에 매몰되라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자기를 희생하고 집단 속에 매몰되다 보니까, 규제가 없으면 법을 안 지켜요. 자기가 스스로 지키는 게 없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갖는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하면 오히려 공동체 문화가 발달할 거라고 봅니다. 집단주의적 공동체를 공동체라고 착각하는데, 그것은 강요한 공동체요 집단일 뿐입니다." (p. 59;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해가 되긴 하나 한편으로는 이런 발상에 어처구니가 없다. 패거리주의 문화, 책임지지 않는 익명 문화를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서의 개인주의를 옹호하면서 이루어진 발언인데,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말인가...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 집단 속에 매몰되는 것이라니. 자기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갖는 것은 개인주의밖에 없단 말인가. 이토록 박약한 사상의 소유자가 교수란 말인가. 오호 통재라. 집단주의의 반대는 개인주의란 말인가. 개인주의의 발전단계가 공동체주의라고 본단 말인가. 

"우리 최근사의 지역주의의 핵심은 5.18이고 우리들 마음속에서 이 5.18에 대한 평가가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는 한 지역주의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p. 112) 

5.18이 얼마나 많이 악용되어 왔으며 또한 얼마나 이질적인 판단의 대상이 되어 왔는가 하는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해 나가야만 참으로 이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지지 않을 것 같다. 

"... 베니토 무솔리니나 나치당 좌파였던 오토 슈트라서, 프랑스 인민당을 창건한 자크 다리오 같은 파시스트... 사회주의자가 민족공동체의 이념을 갖게 되면 파시스트가 된다는 걸 이들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파시스트적 내면성은 이 파시스트 지도자들을 추종하는 대중들의 내면성이다. 부르주아 질서에서 소외된 노동자계급과 하층 프티부르주아, 룸펜프롤레타리아가 파시스트 대중의 주된 출신 성분이다." (p. 146) 

"오토 슈트라서가 내세운 공동소유와 자주관리, 이탈리아 파시즘이 제시한 협동조합국가 개념은 당대의 부르주아 민주주의보다도 훨씬 더 민주주의적인 것들이었다고 보고 있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욕설로 흔히 쓰이는 파시스트라는 말도 가려 써야 할 일이다. 이를테면, [조선일보]와 같은 한국의 수구세력을 파시스트라고 욕하는 것은, 파시즘을 '모독'하는 일일 수도 있다. [조선일보] 따위와 같은 반동세력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어떤 근본적 비판도, 부르주아 질서에 대한 어떤 부정도 용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록 허구적이고 상상적이긴 하지만, 민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저열한 기득권 수호 욕망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저 시효가 만료됐음을 모르는 역사의 퇴물일 뿐이다." (p. 148) 

굉장히... 어떻게 보면 자기만족적인, 자위스런... 그런 문장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긴 하지만. 

"새만금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환경 파괴, 생명 파괴, 집단 이기주의 등과 같은 살벌한 단어들을 쏟아놓으면서 도덕적으로 몰아붙이려는 것에 대해선 단호히 반대한다." (p. 182) 

아무 생각없이, 정말로 아무 생각없이 새만금의 문제를 환경, 생명, 지역 이기주의의 문제로만 파악했던 나에겐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문제는 역시 '서울공화국'이란 말인가... 전북지역의 낙후와 빈곤은 결국 따지고 보면 '서울공화국'으로 인해 비롯된 것...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의 개들이 맡은 역할은 밖에 손님이 찾아왔을 때 알려주는 초인종 역할과 담장이 허술했던 집의 경비를 책임지고 남은 음식 찌꺼기를 처리하는 박테리아 역할까지 떠맡고 결정적인 시기에 음식으로 전환되는 다용도 가산(家産)이었다." (p. 201) 

하하하. 정말 재미있고도 핵심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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