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 문학의문학 (2010-10-04)


- 조정래 지음


-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 우리 근현대사를 대하소설로 실어내어 한국 소설의 대백두를 쌓아 올린 소설가 조정래의 장편소설.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 비리와 천민자본주의를 신랄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성장의 빛과 그늘, 자본과 분배의 문제를 현란한 필치로 이야기한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 한국의 근현대사, 분단과 이념의 문제, 비전향 장기수와 역사 밖으로 밀려났던 포로들의 인권 문제를 다뤄왔던 작가의 전작들과는 달리, 처음으로 현대로 넘어와 작금의 현실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가진 자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정면에서 공략하고 있는 야심작이다.


소설의 도입부는, 업계 2위인 일광그룹 소속 강기준 실행총무가 비자금 문제로 실형을 살고 나온 그룹 총수로부터, 라이벌인 일류 태봉그룹처럼 '회장 직속 정보 조직체'를 꾸리라는 특급 지령을 받는다. 이에 자신의 대학 선배이자 태봉그룹의 1급 첩보원인 박재우를 스카우트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소설은 단순히 대기업과 권력자들의 비리만을 풍자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믿고 지지해 준 '우리의 선택이 과연 옳았던 것인가'를 되묻는다. 그것은 따가운 회초리가 되어 역사 앞에 선 국민으로서의 준엄한 책임을 공유케 하는 성찰적 작품이다." (알라딘 책 소개글)



- 주요 등장인물: 강기준, 박재우, 윤성훈, 남회장, 신태하, 전인욱, 허민


- 간만에 읽어보는 사회성 가득한 시사 풍자 소설이다. 경제 민주화. 재벌들의 속내. 검사 출신 인권 변호사 전인욱과 k대학 해직 교수 허민을 통해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있다. 핵심은 시민단체. 373페이지부터 376페이지까지에 걸친 전인욱의 생각을 빌어 시민단체의 필요성에 대해 대단히 힘 주어 역설하고 있다. 나름 동감이 되는 대목이다.


- 일광. 삼三을 일一로 바꾸고 성星을 광光으로 바꾸고 재계 2~3위로 살짝 낮추었을 뿐 사실상 삼성, 삼성 공화국에 대한 풍자다. 남 회장이 대변하고 있는 인물인 이건희도 실제로 그렇게 품위 없고 천박할까. 정치·언론·법조 할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로비하고 돈을 뿌려대는 마치 거짓말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아픈' 소설. 끝부분에 첨가된 [해설]을 통해 소설의 주요 내용과 "허수아비"에 대한 이야기, 486에 대한 비판까지 곁들여 볼 수 있어 좋았다.


- 골프. 골프 공화국. 위로는 근엄하신 사장님들로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취미 생활'로, '운동'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요즘, 이 빌어먹을 골프가 실제로 이 나라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빽은 돈 쓸 구멍을 갖고 있는 것이다. ... 권력이 큰 자리일수록, 자리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확실하게 믿지 않는 돈, 조금이라도 뒤탈이 우려되는 돈은 절대로 먹지 않습니다. " (p. 74)


"일단 맛 들리면 골프 중독에서 헤어날 인간은 없다. 오죽하면 딸로 마누라까지도 팔아먹는 노름 중독에다 비했겠느냐." (p. 172)


"옛날부터 우리 어른들이 술에 대해 두 가지를 가르치기를,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라 하였고, 술은 섞어 마시지 마라 했다. 왜 그랬을까. 세 살 버릇 여든 가더라고 처음에 술버릇을 잘못 들여 술망나니 되는 것을 막으려 함이었고, 도수가 다른 술을 섞어 마시게 되면 몸을 쉬 상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p. 217)


"억(億)이란 뜻을 아는가? 그 글자는 사람 인人 변에 뜻 의意 자가 합해진 거지.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건 실재하는 수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만 있는 큰 수라는 뜻이야. 그 글자가 만들어졌던 그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경제 규모가 작았으니까 억 단위의 금전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거야." (p. 234)


"우리는 흔히 분노와 증오를 감정적인 것, 또는 비이성적인 것으로 값싸게 취급하거나, 경멸적으로 비웃는다. 그러나 그건 아주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비인간적인 불의와 반사회적인 부정이 끝없이 저질러지고 있다. 그런 그른 것들을 보고도 아무런 분노나 증오도 안 느낀다면 그것이 옳은 것인가. 더구나 지식인들이라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마땅히 그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분노와 증오를 느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역사를 처절하게 살아온 민족일수록 그 지식인들은 가해자들을 향해 식을 줄 모르는 분노와 증오를 품어야 한다. 그 시간과 세월을 초월하는 분노와 증오는 이성적 판단과 논리적 분석이 없이는 생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분노와 증오는 일시적 감정이나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고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인 것이다. 지식인으로서 현실의 부당함과 역사의 처절함에 대해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를 가슴에 품고 있지 않다면 그건 지식인일 수 없다. 더구나 작가로서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가 가슴에 담겨 있지 않다면 그는 작가일 수 없다." (p. 234)


"투표가 피 흘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계속 신장시켜 나갈 수 있는 ‘정치혁명’이듯이, 우리가 단결한 불매운동은 기업들과 우리들이 모두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경제 혁명’이다. 우리가 그 어리석은 환상과 몽상과 망상에 사로잡혀 뿔뿔이 흩어져 있으면 기업들은 더욱 신바람 나게 경제 범죄를 저지르고, 우리는 점점 더 비참한 노예가 되어 간다. 감기 고뿔도 남 안 준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왜 재벌들이 당신들에게 돈을 주겠는가.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내고, 거미줄도 수만 겹이면 호랑이를 묶는다. 조상들의 일깨움이다. 국민, 당신들은 지금 노예다." (p. 326)


"선거는 지배 계급에게 주기적으로 지배와 억압에 대한 정당성을 선사해 주는 제도일 뿐이다. 프루동의 말이다. ... 정치란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무도덕적인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 그들의 배신과 불의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은 또 다른 감시와 감독 조직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시민단체다." (p. 373)


"이 세상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 (p. 395, 마하트마 간디의 말)





Posted by 떼르미
,


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해주세요!
Please Enable JavaScript![ Enable JavaScri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