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청와대서 방귀 뀌고 일산서 성내다'  
  [이명박, 일단 'STOP' ⑤] '떼법 엄단' 정책  
 
  2008-04-04 오전 11:08:09

 

 
  정책 점검을 시작하며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득표율은 48.6%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을 놓고 "잘했다"는 평가는 38%로 줄었다. 한 달 만에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빠진 것.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런 심상치 않은 민심에도 여전히 거침이 없다.
  
  4월 총선은 이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 앞에 놓인 '검문소'이다. 그는 이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해 다시 질주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과 한국진보연대는 독자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검문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5회에 걸쳐 교육, 경제, 사회 정책을 점검하는 글을 싣는다. <편집자>

 

 

청와대서 방귀뀌고 일산서 성내다
   

▲ 일산경찰서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방귀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먼저 성을 내면 사태를 간단히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뉴시스

 

  이명박 대통령이 일산 경찰서를 전격 방문, 경찰을 질책하고 돌아선 지 정확히 4시간 30분 만에 철커덕, 범인을 잡아내는 경찰을 보면서 포졸들의 놀라운 능력보다 나라님의 마음 씀씀이에 사람들은 더 감동했다. 그렇다. 방귀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먼저 성을 내면 사태를 간단히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은 알고 있었다. 무슨 얘기냐고?
  
  지난 3월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어느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에 오르던 초등학교 여자 어린이가 갑자기 달려든 범인에게 마구 매질을 당하면서 질질 끌려 나가던 그 때, 경찰청은 '경제 살리기와 법질서 확립을 위한 세미나'에 간부직원들을 대거 집합시켜 대통령의 '떼법 엄단'을 더욱 학습하는 한편, 다른 직원들에게는 이틀 후 전개될 '2008 등록금 완전정복 국민 평화 대행진' 진압작전, 특히 현장체포전담반 사전훈련을 지시했을 터이다.
  
  몸과 마음이 일사불란, 대통령 지시사항을 따라 시시각각 분주한데 '민생치안'이 있을 수 없다. 비명을 듣고 이웃집 여학생이 달려온 덕에 화를 면한 아이와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이 아파트 주변을 휙 둘러본 뒤 '단순폭행'으로 정리, 수사를 마친 것도 다 그런 연유다. 대통령에 충성하다 대통령에 짓밟힌 경찰. 이제는 병력과 장비를 민생치안으로 돌릴까?
  
  '민생치안'은 총선용, '떼법 엄단'은 일로매진!
  
  그런 일은 없다. 왜? 민생치안은 총선용이지만 '떼법 엄단'은 전술이 아니다. 당선되자 곧 줄줄 외우고 다녔으며, 3월 각 부처 업무보고를 거치며 검찰과 경찰, 노동부 등을 두루 교양하고, 혁신하고, 구체적 지침으로 탄탄히 무장 완료했다.
  
  법무부 업무보고를 보자. 1) 정치파업 등 불법 집단행동을 형사 처벌할 뿐 아니라 배상명령도 추가하는 등 엄단한다. 2) 경찰의 시위대 검거 등 정당한 직무집행에 대해 과감한 면책을 보장한다. 3) 검찰의 역량을 모아서 불법행동을 근절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잡히기만 하면 무서운 감옥과 무거운 벌금을 동시에 때리고, 잡아들이기 위해서라면 경찰의 무제한 폭력행사를 일체 보장하며, 이 모든 과업을 위해 검찰이 충성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보고를 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제대로 지키기만 해도 성장률이 1%는 더 오른다"고 했다. '경제 살리기'를 방패삼아 무지막지하게 막 나가보자, 바로 이거다.
  
  법무부를 따라 '전두환 시대의 연병장'을 돌고 있는 경찰청과 노동부
  
  법무부만이 아니다. 경찰청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체포전담반을 신설, 운영하고 △가벼운 공무집행 방해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며 △불법시위에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고 △훈방 대신 즉결심판에 넘기며 △불법 시위 단체에 정부보조금 지급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제일 앞에 등장하는 체포전담반은 집회, 시위 대열을 향해 방패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돌진, 참가자를 연행하는 특별부대를 말한다. 1990년 명지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강경대 씨를 학교 담장 아래서 때려죽이는 등 전두환, 노태우 시절 수많은 이들을 상해하고 살해한, 일명 '백골단'. 바로 그들이다. 백골단이 체포하려할 때 도망을 치거나 저항을 하기만 해도 '가벼운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된다. 앞으로는 백골단이 떠도 절대 도망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 뿐 아니다. 경찰은 불법시위 단체에 보조금 지급을 제한함으로써 시민사회단체를 돈으로 길들이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런 경찰을 향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추임새를 넣었다. "외국 텔레비전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한국 불법 폭력 시위가 방영되면 국가 브랜드를 떨어뜨릴 수 있다." 뭔 소린가? '다 경제를 위한 일이니, 집회·시위하다가 감옥에 가도, 맞아 죽어도 억울하다 하지 맙시다.' 이 말이다.
  
  노동부 업무보고는 또 어떠한가? △지방청마다 '불법행위 대응팀'을 신설, 운영하고 △정치파업 등 불법 파업은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검찰, 경찰과 순전히 같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우리 헌법 33조 1항의 명령이다. 파업은 침해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며, 거기 불법을 들이대는 자체가 위헌, 즉 불법이다.
  
  그런데도 노동부마저, 파업에 '떼법'이라는 얼룩을 입히고 철사 수세미를 들고 달려든다. 뽀얀 살갗에서 곧 피가 터질 터. 아니, 벌써 여럿 터졌다.
  
  
무엇이 불법인가? 대통령님 보시기에 안 좋은 것?
  
  서슬이 아무리 시퍼래도 다 불법집회·시위, 불법파업에만 꼭 찍어 적용되는 것이니 법만 지키면 무서울 것도, 억울한 일도 없다? 아니다. 불법 여부는 전적으로 경찰, 즉 정부가 결정한다. 이미 그러고 있다.
  
  무슨 얘기냐고? 우리 헌법 21조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경찰은 만능 장도리로 헌법조항마저 뽑아내고 있다. 만 48시간 전에 '집회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면 그 집회는 '신고'된 것이며 법으로 보호된다.
  
  그러나 경찰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신고접수를 거부하고, '불허통보'를 할 수 있다. 사유는, "주요도로이기 때문에" "도심이기 때문에" "교통 혼잡이 예상되기 때문에" 등 무궁무진, 자유자재다. 그리하여 결국 '경찰서장 마음대로'다. 그러므로 저들이 말하는 불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자기들 보기에 안 좋은 것은 다 불법.
  
  "모든 국민이 법을 지키는 것보다 떼를 쓰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는 것 같다." 대통령 말은 즉흥연설이 아니다.
  
  
법질서 지키면 진짜 1% 성장할까?
  
  집회나 시위, 파업을 잘 다스리면 성장률이 1%나 올라간다는데, 억울해도 좀 참아볼까? 말도 안 된다. 지난 3월 16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꺼내자 공무원들이 복창을 하고, 일부 언론이 저희끼리 합창하는 1% 성장론은 과연 근거가 있을까?
  
  한국개발연구원(KDI) 차문종 연구위원이 지난해 1월 '법질서 준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란 제목으로 글을 냈다. 그 보고서에서 차 연구위원은 어느 외국 연구기관의 발표를 인용, "2005년 한국의 '법질서 준수지수'가 4.5인데 그거보다 한 단계 높은 나라의 성장률이 우리보다 0.9% 높다. 따라서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경우 법을 더 잘 지키면 우리도 0.9%, 즉 1% 가까이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이 보고서를 근거로 삼은 것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경우'는 돈과 권력에 붙은 먹물들이 잘 사용하는 사기술이다. 왜? 그런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차문종 연구위원이 인용한 그 기관에서 2007년 우리의 '법질서 준수지수'를 5.0으로 높여 발표한 것이다. 2005년 4.5였던 지수가 2007년에는 5.0으로, 한 단계 올랐으니까 성장률은 1% 올랐었나? 근거는커녕 완전 '사기' 수준이다.
  
  살만 하면 등 떠밀어도 집회와 파업 안 한다
  
  경제를 살려서 그 과실을 두루 나누겠다. 서민 생활물가를 30% 내리겠다. 다른 것 다 안 해도 이 두 가지만 하면 굳이 이명박 대통령이 무서워할 것이 존재할 리가 없다. 먹고 살기가 편한데, 집회·시위, 파업? 등을 밀어도 안 한다. 수당을 따로 줘도 안 한다.
  
  그런데 왜 이명박 대통령은 집회시위, 파업 걱정에 저렇게 악착같을까? 검찰, 경찰, 노동부를 하나로 엮어, 왜 전두환 시대의 연병장에서 박박 훈련을 시킬까? 한반도대운하에 반대하는 교수, 야당 선거유세, 대학가 사회과학서점을 왜 다시 사찰할까?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자신의 최측근을 왜 방송장악의 요직에 억지로 앉히는 걸까?
  
  대운하와 공기업민영화와 영어몰입교육과 그 밖의 모든 것. 그가 가려는 1% 세상을 국민이 한사코 거부할 것을 그는 이미 아는 것이다. 폭우 전에는 먹구름이다. 우산이 아니라 단결이, 99%의 뜨거운 '단결'이 절실하다.
  
  이 글을 끝으로 <프레시안>과 한국진보연대의 공동기획, '이명박, 일단 STOP' 연재를 마칩니다.  
    
  
 
  장대현/한국진보연대 교육위원장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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