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월간 <인물과사상> 2008년 7월호 홍석봉의 회색지대 - 대한민국과 싸우는 대통령

 

홍석봉

 

잃어버린 10년! 한나라당과 이명박 캠프는 대선에서 지난 두 정부의 집권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말은 단지 선거용이었을까? 불행히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500만 표가 넘는 큰 표차로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어진 총선에서도 파죽지세의 승리를 거머쥐며 거칠 것 없는 행보를 보였다. 마치 그것은 점령군 같은 위세였다. 

이 대통령은 일찌감치 '탈여의도정치'라는 말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효율성만을 따진다면 말싸움으로 날이 새는 여의도보다는 군대나 기업이 훨씬 우수한 조직일 듯싶다. 대운하 정책과 함께 인수위 시절에 꺼내든, 초등학교부터 영어로 강의를 하자는 발상은 마치 1970년대에 행해졌던 국가 개조 사업의 냄새마저 풍긴다. 

그런데 지난 10년은 정말 잃어버린 10년이었을까? 이러한 일방적 매도나 흑백논리가 바람직한 것일까? '참여정부'나 '국민의정부'를 무조건 두둔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분명 지난 두 정부가 실정(失政)한 부분이 있다. 다만 그 공과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에서처럼 그 모든 것을 되돌리고, 부정하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뿐이었다. '참여정부'나 '국민의정부'와 관련된 흔적은 모두 지워야 될 것처럼 행동했다. 한미 관계를 복원해야 된다는 일념 속에 섣부른 외교 정책이 펼쳐졌고, 일방적 퍼주기는 없다는 논리로 북한과의 관계는 꼬여만 갔다.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시대적 요청도 흔들리고 있다. '참여정부'가 그 나름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전부 부정하다 보니 공무원들은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자율, 토론, 시스템이 사라진 채 '좀비'나 '무뇌아'가 되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1세기 한국의 비전을 꿰뚫어보는 전략적 리더인데 대한민국이 무식해서 이를 몰라주는 것일까? 친기업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외교, 국방, 보건복지 등 각 분야에 걸친 국가의 기능은 무시되어야 좋은 것인가? 하지만 인수위 시절에서 시작해 집권 100일을 돌아보면 졸속 추진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숱한 정책들을 입 밖에 내놓고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오해'라며 물러서곤 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장관들마다 이야기가 다른가 하면 무엇이 무서운지 정책마다 비밀리에 추진하려 든다. 뿐만 아니다.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야 할 인사들을 보면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와 연관되거나 개인적 도덕성에 문제가 많은 인물들이다. 비전을 갖춘 인사(人事)라기보다는 사적인 관계를 이용한 떡고물 챙기기라는 인상마저 준다. 이는 내 개인적인 느낌이 아니라 집권당 안에서 터진 불만이기도 하다.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나름의 고민과 경험을 통해 더 성숙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1998년에서 시작하면 안 된다. 그건 이명박 개인의 불행이자 역사의 후퇴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년의 한국 사회를 껴안고 나아가야 한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비판 받는 인사들로 자리를 채우며 권력을 사유화해선 안 된다. 이런저런 꼼수로, 언로를 왜곡하고 통제하려는 방법으로 국가를 운영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럴 바에는 토요일에도 쉬고, 평일에도 푹 쉬라고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다. 길은 있다. 지금까지 했던 것과 반대로 하면 된다.





Posted by 떼르미
,


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해주세요!
Please Enable JavaScript![ Enable JavaScri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