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이 벌써 화두인가... 흠...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



>> 원문: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93767

 

'68년 시카고'를 보면 '4.29 재보선'이 보인다 
[손호철 칼럼] '민중'도, '미래'도 없는 울산북구-전주덕진 공천 논란
기사입력 2009-03-18 오후 2:30:51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돼지를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시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돼지가 대통령 후보라,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같은 일이 4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났다.

 

1968년 8월 26일 시카고 인터내셔널 앰피 씨어터 애비뉴. 몸에 띠를 두른 돼지 한 마리가 후에 '시카고 7인'이라고 불리게 되는 젊은이들이 끄는 줄에 매여 수많은 군중 속으로 입장했다. 세계 역사상 최초의 '동물 대통령 후보'인 피가수스(돼지인 피그를 이용한 합성어)였다. 미국 대통령 후보에 돼지가 나타난 것이다. 60년대에 히피 등 반기성세대운동인 '청년국제당'(The Youth International Party, Yippies) 운동을 이끌던 이들은 앰피 씨어터에서 열리고 있던 민주당 전당대회를 비판하기 위해 자신들의 당인 이피당의 후보로 돼지를 추대하는 행사를 거행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의 시카고 전당대회는 마틴 루터 킹, 그리고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후보였던 진보적 정치인 로버트 케네디가 형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이어 암살당한 직후 개최된 데다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운동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열린 전당대회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미군의 베트남 전쟁에서의 즉각 철수를 주장해 일반 당원들 사이에 인기를 누리던 유진 매카시 후보가 아니라 미군 철수에 부정적인 허버트 험프리(Hubert Humphrey, 1911~1978)후보가 유력시되었다. 이는 당시만 해도 민주당, 공화당 모두 자기 당의 대통령후보를 지금과 같이 예비 선거를 통해 일반당원과 유권자들이 뽑는 것이 아니라 소수 정치엘리트들이 뽑는 비민주적인 후보선출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카고 7인들은 이 같은 미국정치의 부조리를 풍자하기 위해 돼지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항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험프리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고 화가 난 젊은이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이 강제진압이 나서면서 시카고 전당대회는 다수의 사상자가 난 불행한 전당대회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시위사태는 그전까지 소수 정치엘리트에 의해 좌우되던 미국의 정당정치의 민주화를 가져왔다. 즉 이 같은 사태에 놀란 민주당과 공화당은 후보를 일반당원들이 직접 뽑도록 후보선출과정을 바꾼 것이다.

 

4.29 재보궐 선거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민주당의 경우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전주 덕진에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이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울산북구의 경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에 후보단일화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논쟁을 보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1968년의 시카고 전당대회와 돼지 대통령 후보 피가수스였다. "시카고를 보면 4.29가 보인다." 다시 말해, 전주 덕진과 울산 북구에 대한 해법은 시카고에 있다.

 

우선 울산북구이다. 울산북구의 진보후보와 관련해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민중경선제라는 이름 아래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해 표가 많이 나온 후보로 후보단일화를 하겠다는 정치방침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은 일부 운영위원들의 반대로 일단 무산됐으나 18일 다시 긴급운영위를 열어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민주노총안이 채택될 경우 울산북구는 피가수스라는 돼지후보를 불러들인 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처럼 희극이 되고 말 것이다.



▲ 울산 북구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한 이영희(좌)씨와 김창현(우)씨 ⓒ프레시안

 

긴 말이 필요 없다. 민주노총은 여러 진보정당 중 민주노동당에 대해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공식적인 입장으로 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신들만의 투표로 진보후보를 정하겠다니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다시 말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이 후보를 정하겠다는 것은 민주노동당 후보가 진보후보가 돼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민중경선제를 하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먼저 철회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바로 민중"이라는 민주노총의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어떻게 해서 민주노총 조합원만의 투표가 민중경선제인가? 아니 비정규직 노조가 없어 민주노총 조합원이 되지 못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중이 아닌가? 민주노총이라는 정규직 노동자들만으로 진보후보를 정하는 것은 수많은 일반 유권자, 일반 당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수 정치엘리트들이 후보를 정하려 했던 시카고 전당대회와 전혀 다르지 않다.

 

특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최근의 성추행 사건 등으로 민주노총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비판이 진보진영에서도 거센 상황에서 이 같은 제안이 나왔다는 점이다. 혁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민주노총이 자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즉 민중"이라는 오만한 자세로 나서니 정말 모양새가 좋지 않다. 민주노총이 정말로 민중경선제라는 이름아래 조합원 투표를 강행한다면 나라도 1968년 '시카고 7인'처럼 '진진후나'(진짜 진보 후보는 나!)라는 이름을 두른 돼지를 끌고 가 후보로 등록시키고 싶다.

 

전주 덕진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대통령 후보까지 지내고 동작을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정 전 장관이 전주에서 출마하는 것에 비판적이다. 특히 정 전 장관이 김대중 대통령 시절 권노갑 문제와 관련해 최고의원직을 던졌고 2004년 총선에서 노인비하 발언의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않았으며 2008년 총선에서도 당의 지시에 응해 어려운 동작에서 출마하는 등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정도를 걸으며 정면승부를 해온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택은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둘러싼 민주당 내의 논의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프레시안

 

민주당은 4.29 재보궐 선거 후보들을 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고 공천심사기준을 발표했다. 그리고 "미래지향적이고 개혁적 인사" 등 심사기준을 발표했다. 그 중 당선가능성을 종전의 40%에서 30%로 낮추어 지지율이 높은 정 전 장관을 배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언론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엽적인 것이다.

 

문제는 다시 민주당이 밀실 공천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2002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의 비리(홍삼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로 죽을 쑤고 있었다. 따라서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3김식의 사당정치, 밀실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국민경선제였다. 이후 후보를 밑으로부터 당원과 유권자들이 뽑는 정당민주화는 한국정치에 자리 잡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툭하면 전략지구, 전략선거라는 이름 아래 일반유권자들의 의사와 상관없는 밀실공천의 관행은 지속되고 있다.(가장 코믹한 것은 유시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올바른 후보를 뽑는 것보다 민주적으로 상향식으로 후보를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정당민주화를 핵심으로 개혁당을 만들었다. 그러나 자신이 정작 2003년 일산에서 출마할 때는 당원과 주민들이 민주적 경선에 의해 뽑은 자기 당의 후보를 제쳐두고 개혁당의 유시민 후보로 후보단일화를 하기로 한 민주당의 하향식 밀실공천에 의해 국회의원이 됐다.)

 

개혁적 인사들에 의한 밀실공천은 주민경선보다 민주적, 개혁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것인가? 민주당은 이번 심사를 미래지향적, 개혁적 인사 등을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바, 미래지향적, 개혁적 인사를 반미래적이고 반개혁적인 하향식 밀실공천으로 뽑겠다? 웃기는 이야기이다.

 

물론 주민들의 직접 참여하는 상향식 공천이 항상 올바른 후보를 뽑는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개혁적' 하향공천보다 문제가 많은 후보를 뽑을 가능성이 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중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하고 그들에게 결정권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대중을 믿지 못할 바에 민주주의를 할 필요가 없다. 사실 대중을 믿지 못한다면 유신식의 체육관선거를 하지, 왜 골치 아프고 돈 들어가는 대통령 선거를 하나? 대통령도 밀실에서 심사위원회가 뽑을 것인가?

 

간단히 말해, 전주 덕진의 후보를 주민과 당원들이 상향식으로 뽑게 해야 한다. 물론 상향식 공천을 할 경우 정 전 장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상향식 공천 대신 하향식 공천을 택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민주당의 정동영 논쟁을 보면서 민주당 당사에 '진미후나'(진짜 미래지향적 후보는 나!)라는 띠를 두른 돼지를 끌고 가 후보등록을 시키고 싶어진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



Posted by 떼르미
,


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해주세요!
Please Enable JavaScript![ Enable JavaScri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