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최근에 왜 나는 손교수의 글을 보면 예전과 같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것일까? 
그람시의 한 문장으로 이 시국을 끼워맞춰 해석하려는 모습이 꽤 낯설기까지 하다. 
물론 낡은 것이 죽고 새로운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태어나 부각되어도 좋을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지금 MB와 한나라당은 너무 깨지고 있다. 비록 정신을 못차린 MB가 여전히 설레발 치고 있긴 하지만, 
전화위복이 되어 나중에 이것들이 다시 성공적으로 재기하게 될까 두려울 정도다. 지금은 좀 더 승승장구해도 괜찮은데... 
MB 2년, 이미 올 데까지 왔고, 우리는 어차피 잃을 것이 별로 없지 않은가?

 

-----

 

>> 원문: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504081958&Section=01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은 어디에? 
[손호철 칼럼] 4.29 재보궐 선거와 한국정치의 미래
기사입력 2009-05-04 오전 8:31:32

 

"낡은 것은 죽어 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

 

이탈리아의 위대한 혁명가인 안토니오 그람시는 위기를 이처럼 정의한 적이 있다. 4.29 재보궐선거 결과를 바라보며 문득 떠오른 것이 그람시의 이 말이다.

 

한나라당의 '0대5 완패'로 끝난 재보궐 선거는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의 김상곤 교수의 승리에 이어 오랜만의 즐거운 일이다. 물론 재보궐 선거라는 것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이 기록한 바 있는 40대0이라는 불패신화가 보여주듯이 유권자들의 견제심리에 의해 야당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재보선 결과에 대해 59%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정부여당의 잘못된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고 답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주목할 것은 재보선 다음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주일 전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7.6%포인트나 떨어졌고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11.2%포인트나 떨어져 반 년 만에 20%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궁금한 것은 일주일 사이에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이다. 왜 갑자기 이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인가?

 

지난 일주일간 일어난 주요 사건이라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소환조사 등 노무현 게이트 정도이다. 결국 노무현 게이트의 역풍이 분 것인가?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여론의 추세를 볼 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즉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골수 친노 세력을 제외하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이중잣대를 비판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때문에 역풍이 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과거 여론조사에서 무당파로 답했던 사람 등이 이명박 정부의 견제심리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등 반MB세력의 손을 들어줘 한나라당의 전패를 가져다 줬고 그 같은 선거결과가 역으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의 하락을 가져온 것이라고 해석해야 합당한 것 같다.
 


▲ ⓒ연합뉴스

 

사실 재보궐 선거 후 여론조사결과는 다소 혼란스럽다. 수도권에서 선전한 민주당의 지지율은 소폭 올라(2.5%포인트) 16.7%를 기록한 반면 울산북부의 진보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진보신당에게 패배해 중요한 기회를 잃어버린 민주노동당이 엉뚱하게도 5.7%포인트나 올라 13.3%의 지지율을 기록하여 제3당으로 부상하는 등 가장 인기가 많이 올랐다. 대신 조승수 의원이 울산북구에서 승리함으로써 원내진출에 성공해 내용적으로 이번 재보궐 선거의 최대승자라고 볼 수 있는 진보신당은 지지율이 1.1%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그러나 통계적인 측면을 넘어서 재보궐 선거 결과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낡은 것은 죽어 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라는 그람시의 말이 떠오른다. 우선 이번 재보궐 선거는 속도전, 돌격전이라는 이름아래 그동안 MB가 밀어 부쳐온 독단적인 국정운영이 민심의 비판을 받음으로써 사실상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같은 개혁세력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세력도 유권자들에게 아직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전주에서 불붙은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대결이라는 민주당의 내분도 마찬가지다. DJ의 복심인 박지원 의원의 민주당을 위한 개입 실패는 호남에서의 DJ의 절대적 영향력이 이제 '낡은 것'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 대 정'의 대결에 있어서 '낡은 것'이 정동영 전 장관의 전주출마로 상징되는 호남지역주의인지, 아니면 정세균체제로 상징되는 친노 세력과 대안야당론(분배보다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인지 불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민주당을 들여다보면, 무언가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혼돈 상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울산북구를 바라보더라도 느낌은 마찬가지다. 즉 여기에서도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은 혼돈 상태"라는 느낌이다. 보기에 따라 (즉 민주노동당과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의 승리에 주목할 경우) 여기에서 '낡은 것'이 자기 당의 핵심간부들의 성향을 분석해 북한에 보고하는 해당행위를 해도 이를 처벌하기를 거부할 정도로 '종북적'인 민주노동당일 수도 있다. 또 이와는 달리 민주노동당과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라는 과정 그 자체를 주목할 경우 '낡은 것'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이라는 대립구도이고 '새로운 것'은 두 진보정당의 통합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체제일 수 있다. 어쨌든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혼돈 상태"이다.

 

친박 대 친이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경주도 매한가지다. 경주의 결과는 '낡은' 이상득 체제, 나아가 이명박 체제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박근혜 체제라는 '새로운 것'은 완전히 태어나지 않은 상태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가 좁게는 한나라당, 민주당, 진보정당 체제 내의 내부질서로부터 한국정치의 전체구도에 이르기까지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불확실성 속에 모든 것이 요동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





Posted by 떼르미
,


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해주세요!
Please Enable JavaScript![ Enable JavaScri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