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51332

 
추부길, 변모, 유인촌의 환상콤비 
문화부인가, 야만부인가? 
09.06.08 10:03 ㅣ최종 업데이트 09.06.08 10:31  진중권 (angelus)  
 

  
   

▲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올해 초 인터넷 매체 '아우어뉴스'를 만들었다.  
ⓒ 화면캡처  추부길 
 
 

추부길의 아우어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추부길 대표가 올초 <아우어뉴스>라는 인터넷 매체를 창간했다. 역시 권력의 실세답게 그 자리에는 여당의원들이 대거 참석하고, 대통령이 축하화환까지 보냈다. 어쨌든 그 자리에서 추부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많은 국민들이 사이비좌파들의 좌충우돌 행태로 인해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당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둠의 나라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이비 좌파들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 청소해야 한다." (미디어오늘 2009/02/17)

 

이 말만 들어도 매체의 성격을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아우어뉴스>에서는 곧바로 좌파 청소에 나섰다. 진중권이 한예종의 공금을 유용/횡령했다는 것이다. 장문의 기사로도 모자랐던지, 기사와 별도로 물길코리아라는 단체의 성명서('진중권 쌈짓돈은 국가예산?')와 디지털미래연대라는 곳의 논평('진중권 관련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까지 함께 실었다. 대체 뭐 하는 단체들인지 찾아봤더니, 세상에

 

"이들의 움직임 뒤에는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청와대 1기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리뉴스 2008/12/11)

 

명백한 허위보도에 바로 추부길 대표에게 반박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이튿날이던가? 나를 잡아넣기도 전에 우리 목사님께서 먼저 구속이 되셨다(추부길 대표는 현직 목사다). 듣자 하니 박연차 회장한테 청탁의 대가로 검은 돈 2억 원을 받아 챙기셨단다. 변모를 비롯한 몇몇 잔챙이들만 남겨두고 추 목사님 혼자 구속되시는 바람에, 잔뜩 벼르다가 허탈해진 나는 사건을 우스개로 마무리해야 했다. "목사님, 면회 가서 사식 넣어 드릴게요."

 

검찰에서 그는 그 돈을 모두 "생활비"로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사님이 매일 룸살롱에 다니는 것도 아닐 텐데, 단 몇 달 만에 2억을 생활비에 썼다는 게 말이 되는가? 진보신당에 그렇게 썼는데, 아니나 다를까, 검찰수사 결과,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아우어뉴스>의 창간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아우어뉴스>는 태생 자체가 구린 돈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구리게 탄생한 주제에 애먼 사람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진다. 이게 이 사회를 정화하겠다고 설치는 우익 청소부들의 몰골이다.

 

그래도 이건 용서가 되는데, 내가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일이 또 있다. 검은 돈 2억이나 받으신 목사님께서, 세상에, 교회에 십일조는 500만원밖에 안 내셨다는 사실. 평소에 교회에 잘 안 나가는 나 같은 날라리 신자도, (물론 우리 어머니가 하시는 일이지만), 십일조만큼은 정확하게 낸다. 국세청의 눈보다 무서운 게 하나님의 눈 아닌가? 나중에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 서서 뭐라고 변명하시려고 목사님께서 십일조를 다 떼먹으시는지 모르겠다.

 

변모의 인미협

 

추부길이 챙긴 구린 돈으로 창간된 <아우어뉴스>의 진중권 공금 횡령 기사는 변모가 하는 온라인 <빅뉴스>와 오프라인 <미디어워치>라는 매체에 그대로 전재됐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것은 추부길 목사와 변모 사이에 이른바 '업무제휴'라는 게 맺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아우어뉴스는 지난 18일 변희재씨가 지난달 창간한 보수 미디어비평지 '미디어워치'와 업무제휴를 맺는 등 영역을 확장해왔으나 (...)" (미디어오늘 2009/03/25)

 

'업무제휴'라는 게 그저 서로 기사를 주고받는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추부길 대표와 아우어뉴스가 인미협의 기초 취재자료를 받아 보강하여 기사화했을 뿐이지요. 모든 기초 취재는 인미협 사무국에서 했다고도 알려드렸지요. (....) 몸통은 윗선, 아랫선 찾을 것도 없이 그냥 인미협 사무국입니다." (빅뉴스 2009/04/11)

 

이것이 저들이 말하는 '업무제휴'다. 기사를 분업적으로 만들어내는 이 시스템이 매우 흥미롭다. 그런데 내가 아는 한, 인미협은 언론사가 아니다. 그저 우파매체들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 아니 우익 정치단체에 불과하다. 그런 정치단체의 사무국에서 '취재'를 하고, 정작 매체는 '보강'만 했단다. 이는 이들이 하는 일이 공익을 위한 정상적 언론활동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외려 정치기관에 소속된 선전매체, 선동매체의 당파적 활동에 가깝다.

 

그래도 명색이 '인터넷 미디어 협의회'라면, 인터넷 미디어들의 도덕성에나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정작 인터넷 미디어인 '아우어뉴스'의 검은 자금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왜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는 예술학교의 사업과 미래에 그토록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일까? <아우어뉴스>에 검은 돈이 흘러들어갔다면, 인미협의 다른 회원사에는 행여 그런 일이 없는지, 각 매체들 사이에 서로 교차 검증에 들어갔어야 하지 않을까? 가령 <빅뉴스>에서는 <뉴데일리>를 털고, <뉴데일리>에서 <올인코리아>를 털고...

 

유인촌의 문화부

 

추부길의 <아우어뉴스>와 변**의 <인미협>이 한 자락 자리를 깔아놓으면, 그 위에서 유인촌의 문화부가 큰 칼을 휘두르며 선무당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3월부터 우파 계열의 인터넷 언론들이 한예종 관련 기사를 집중 보도했다. (...) 이들 매체의 보도가 시작된 직후인 3월부터 문화부의 종합감사가 시작됐다. (...) 황지우 총장은 "정상적인 행정 판단에 의해 감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한예종을 문제 삼는 '외부'의 주장을 국가권력이 대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 진행 과정에서 "직원들을 용의자 취급하고, 자료를 요청해 받는 게 아니라 사무실에 가서 자료 일체를 싹쓸이했으며, (우파 단체들이 문제 삼은) 통섭 교육, 협동 과정, 이론학과 등에 (감사가) 집중돼 있었다"고 황 총장은 밝혔다. (한겨레21 2009/05/21)

 

자기들이야 물론 아니라고 잡아떼고 싶겠지만, 감사를 받은 한예종 사람들의 증언이나, 직접 겪은 내 자신의 경험에 따르면, 문화부의 감사는 철저히 추부길과 인미협에서 보도라고 내놓은 기사들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게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다음 기회에 문화부의 감사처분과 인미협의 보도내용을 서로 비교하는 글을 올릴 생각이다.) 아무튼 한 나라의 문화부가 고작 인터넷을 떠도는 우익 낭인들과 발맞추어 움직인다는 것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프닝.

 

하긴, 아무한테나 반말 지껄이고, 국회에서 '씨, 씨'거리는 교양에 뭘 더 기대하겠는가? 추부길, 변모, 유인촌. 그 밥에 그 나물, 참 잘 어울리는 비빔밥이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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