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댁-처가댁, 형제 식구들에 대한 호칭이 참 복잡하고 어렵다.

아니, 어렵다기 보단 껄끄럽고 어색한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호칭이 바로 동년배임에도 불구하고 붙여야 하는 존칭,


아가씨

도련님

서방님

아주버님


이거란다.


반면, 남자들은 그런 개념이 별로 없다.


처형

처남

처제

형님


뭐 이 정도뿐이고 호칭 자체에 존/비의 어감이 특별히 들어있지 않다. 사실 한자어일뿐이니 뭐.

(순 우리말은 유독 특수하게 존칭, 비칭이 도드라진다...)



그런데, 잘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이 보인다.


여자들이 남편 집안 식구들에 대해 부를 때는 거의 순 우리말을 쓰는데

남자들이 아내 집안 식구들에 대해 부를 때는 주로 한자어를 쓴다.


이유가 있겠지? 왜 그럴까?


추측해보자면,

과거 조선시대에 여자들은 주로 공부를 하지 못했고 해서도 안되었다. 잘해야 천자문 정도 떼는 수준.

그러니 한자로 쓰고 읽는 문어체 표현은 거의 남자들만의 전유물이었을 것이다.

여자들은 구어체로 말 그대로 우리말로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고상한(?) 한자어는 남자들이 쓰고 천박한(?) 순 우리말은 여자들이나 쓰는 표현이었던 것.

이것이 대대로 내려오다 보니 현대에도 굳어서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들어 꼴페미니 메갈이니 뭐니 논란이 많지만,

이런 것들은 남녀평등 시대에 어울리는 표현은 확실히 아니니 이참에 고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내가 하고싶은 얘기는 이게 아니라,

왜 아내의 언니에 대한 호칭이 "처자(妻姉)"나 "처저(妻姐)"가 아니라 "처형(妻兄)"인가다.

엄연히 여자 형제를 일컫는 자주쓰는 한자어인 자매, 즉 "자(姉)", "매(妹)"가 버젓이 있는데 말이다.

중국 무협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저(姐)"도 있고 말이다. (사저, 사자, 사매...)


좀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자의 형제를 칭하는 호칭이 따로 없었다는 얘기가 있다.

손윗동서를 "형님"이라고 칭하고 언니의 남편을 "형부"라고 칭하며,

동생의 남편을 "제부"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내가 보기엔 좀 말도 안되는 웃기는 얘기같고,

위에 말했듯 한자 문어체 표현을 쓰지 않고 그냥 순 우리말로 썼을 것 같은데

억지로 떠올리려 해봐도 떠오르는 표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여자들끼리도 그냥 2인칭으로 쓸 때는 "언니", "동생" 정도의 순 우리말이었을 것이고,

3인칭으로 쓸 때는 남자(남편)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그대로 썼을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뭐 전통적으로 어쨌느니 그딴건 잘 모르겠고

이왕 한자어를 썼으니 무협지 등에서 익숙하게 보게 되는 한자 표현 그대로 써보자면, 


남자든 여자든 손윗누이를 일컫는 표현은 자(姉)나 저(姐)를 쓴다.

남자든 여자든 손아랫누이는 매(妹)를 쓴다.

당연하게도 형(兄)과 제(弟)도 마찬가지.

아내는 처(妻), 남편은 부(夫) 또는 시(媤).


그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남편의 누나는 부저(夫姐)나 부자(夫姉), 아니면 시저(媤姐)시자(媤姉).

남편의 여동생은 부매(夫妹), 아니면 시매(媤妹).

아내의 언니는 처저(妻姐)처자(妻姉).

아내의 여동생은 처매(妻妹).


남편의 형은 부형(夫兄), 아니면 시형(媤兄).

남편의 남동생은 부제(夫弟), 아니면 시제(媤弟).

아내의 오빠는 처형(妻兄).

아내의 남동생은 처제(妻弟).


언니/누나의 남편은 자부(姉夫), 특히 나보다 손위면 자형(姉兄), 손아래면 자제(姉弟).

여동생의 남편은 매부(妹夫), 매형(妹兄) 또는 매제(妹弟).


형/오빠의 아내는 특별히 처(妻)보다 수(嫂)자를 써서 형수(兄嫂).

남동생의 아내는 제수(弟嫂).


처(妻)는 아마도 본인의 아내만을 칭하는 표현이라 

다른 사람의 아내를 뜻하는 수(嫂)자가 새로 생겼을 것 같다. 이미 일반적으로 많이 쓰고 있다시피.



이렇게 통일하면 처음엔 좀 어색한 표현이 더러 있더라도 

남녀평등 시대에 맞는 명확하고 깔끔한 표현이 되지 않을까? 

한자어 표현이라 동아시아권에서는 공통으로 쓸 수도 있을테고 말이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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