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되고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친일 인사들과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가 해마다 늘 그렇듯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70주년 특집으로 뉴스타파에서 충격적인-그러나 이미 알게 모르게 다들 알고는 있었던- 탐사보도 4부작을 만들고 있기도 하고, 영화 "암살"이 크게 흥행하는 등 평소보다 관심이 조금 더 높아진 것 같긴 하다. 그래봐야 뿌리부터,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이 암울한 친일파의 나라가 다시 역사를 바로 세워 정상화될 가망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지만.

  이런 와중에 신격호, 신동빈 부자간에 다툼이 있는 걸 캐치(?)한 기사를 시초로 불투명한 지배구조니 어쩌니 하면서 롯데 불매운동이 또다시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나 보다. 심지어 신격호의 친척인지 형제인지 모를 사람이 오너로 있다는 이유만으로(물론 여러가지 부가적인 이유를 더 갖다붙이기는 하지만) 농심, 푸르밀 등 크게 관련이 없는 회사들까지 불매운동 대상으로 추가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이쯤 되면 어이가 없다.

  물론 롯데가 SSM으로 골목 상권을 잠식해서 중소상인들에게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혀 있는 것도 사실이고, 비싼 가격과 과대 포장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며, 별로 상생 경영을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불매운동을 당해도 싸긴 하다. 롯데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게다.

  그런데, 이번 일은 이유가 좀 아니지 않나 싶다.

  왜? 알고 봤더니 신씨 일가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라서? 지배구조를 따져봤더니 일본 기업이라서? 그렇게 따지면 내로라 하는 국내 대기업들 중에서 지배구조 상으로 순수 한국 기업이 몇 개나 될라나... 삼성은? 현대는? LG는?

  또, 지배구조를 떠나서, 롯데 제품을 사면 일본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이 불만이라고? 아니, 그럼 아이폰이나 구글폰을 불티나게 사대는 건 미국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닌가? 일본하고 미국은 다르다고? 헐...

  애초에 뭔가 "니불내로" 마인드스럽다.

  마지막으로, 불매운동의 의미가 "티나게 팔아주는()" 운동인가? 이 나라에서는 불매운동이 제대로 된 걸 본 적이 없다. 늘 "쑈"만 하고 끝난다. 하긴, "쑈" 자체에 목적이 있을 수는 있겠다. "쑈"를 통해 해당 기업의 사과를 끌어 내고 태도나 정책을 바꾸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쑈"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지.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그게 통할 회사들인가? 국민을 "봉"으로 알고 있고 국민들 스스로가 "봉"이 되길 주저하지 않는데 말이다.

  "쑈"가 끝났으면 다시 불티나게 팔아줘야겠지. 어떻게 된 게, 불매운동을 하고 나면 평소에 잘 모르던 해당 기업 상표 이름이 더 알려져서 더 잘 팔린다. 가관이다.

  불매운동, 하려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오랫동안 제대로 해서 해당 회사의 매출이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혀서 두 번 다시 헛짓거리 못하게 하는 것이 이 나라 대기업을 상대로 그나마 의미가 있는 행동일 게다. 뭐,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겠지만.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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