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웃긴 얘기지만, 사실 나는 쓰론 워즈에서 평화주의자다.

물론 PAX ROMANA와 같은 류의,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평화주의자이긴 하지만...

나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내 주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 뭐 이런 개념의? ㅎㅎㅎ


어쨌든 이제껏 내가 먼저 개인적으로 남을 공격한 적은 거의 없었다.

접은 것이 거의 명백한 유저의 성이나, 나를 공격한 적과 그 일당들에 대한 보복 공격을 제외하면 말이다.


여기서, "접은 것이 거의 명백한 유저"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다음의 두 가지다.


1. 자원이 창고 가득 차 있고 그 상태로 2~3일 이상 변동이 없다.

2. 통치자, 장군, 건설 순위가 내 순위와 똑같거나 없다. 즉,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유저의 순위를 확인한 뒤에 해당 유저의 순위를 봐도 똑같이 나오는 경우도 마찬가지.)


아, 또 단체 이벤트로 특정 유저들이 군집해 있는 성이나 요새를 공격하러 자주 가긴 하지만,

그것도 굳이 따지자면 그 적들에게 먼저 당한 것은 나였고 그에 대한 보복성 공격의 일환이라고 치자면

약탈 또는 재미삼아 다른 유저를 먼저 공격한 적은 정말이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듯 싶다.


그런데,

이번에 거의 처음으로 내가 먼저 살아있는 유저를 공격했다. 보석 50개 획득을 위해 장군 순위 유지 차원에서.

(모든 분쟁은 이런 욕심에서 비롯된다.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흠... 욕심이라...)


처음에 첩보해 본 결과, 게임을 접은 유저인지 어중간한 숫자의 오버 병력이 성마다 엇비슷하게 들어 있었는데,

며칠 동안 지켜볼 만한 여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가까운 거리와 적당한 숫자, 그리고 만만한 레벨이었기 때문에

그 중 가장 병력이 많은 성을 공격 대상으로 잡았다.


한편으로는 접은 유저 같긴 했지만 혹시나 살아 있는 유저일 수도 있으니,

병력을 빼지 못하게 하기 위해 기병 1기 공격으로 발을 묶어 둔 후 공격을 가기로 했다.


일단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포쓰(4th)부캐를 이용해서 투석기를 가장 먼저 보내고,

그와 동시에 본캐로는 달려가는 데 2분 밖에 걸리지 않는 1기 공격으로 발을 묶어둔 후,

오늘의 메인, 써드(3rd)부캐로 전환해서 나머지 부대를 시간 맞춰 연달아 보냈다.




기병을 이용한 발 묶기 공격은 기병 기준 2~3분 이내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는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예민하고 빠른 유저라면 1분 이내 공격에도 병력을 피신시킬 수 있지만(병력 빼는 데 필요한 시간: 최소 20초),

대부분 공격 알림을 받고 접속해서 공격 받는 성이 어디인지 확인한 다음, 해당 성으로 전환해서 병력을 빼기까지

아무리 빨라도 1분 이상은 걸린다. 일반인이라면 2~3분 이상 걸리는 것이 정상.


그것을 이용해서 꼼짝 못하게 묶어둔 뒤 공격하는 것이다.

 


0:00         2:20

7:20

7:30

12:00

12:30

 

 

 

 투석기 공격 --> |

 

 기병 공격 --> |

 

 

 

 

 

 

본대 공격 시작 --> |

 

 


도표로 도식화해 보면 위와 같다.

처음 투석기를 포함해서 본대 공격은 발 묶기용 기병 공격이 들어가는 최초 시각 이후 5분~10분 사이여야 하며
본대의 도달 거리가 멀어 기병 묶기 공격을 두 번 이상 해야 할 경우에는 5분 단위로 더해주면 된다.
(실제로는 5분 10초 정도로... 공격 사이의 시간 간격을 10초 정도 더 두는 것이 안전하다.)
즉, 기병 시간이 2분이라면 나머지 본대 전체가 7분~12분 사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여야 이 작전은 유효하다.

이 작전이 제대로 먹히면
대상이 된 성에서는 병력을 빼지 못하고 꼼짝 없이 전투를 치를 수 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오버 병력이 머무르고 있는 성이 주요 타겟이 되겠다.
(다른 성에서 지원군 형태로 주둔하고 있는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그 경우에는 버튼 한번만 누르면
병력을 뺄 수 있으므로 길어야 5초면 충분하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높다. 요새도 마찬가지.)

이 작전의 핵심은 적이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공격하고,
중간에 10초 전후의 간격만 두고 바로 이어 전투를 이어가는 순발력과 정확한 시간 컨트롤에 있는 만큼,
순발력도, 시간 컨트롤 능력도 떨어지는 나로서는 꽤나 어려운 미션에 해당하는 작전이었다.

게다가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게임 상황은 때에 따라, 또 장치 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제대로 작전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가다 정신, 순간 판단력 등이 필요하다.



먼저 기병 1기 공격의 결과.



예상대로 발이 묶인 적은 병력을 빼지 못했고, 그 대신 지원군을 넣어서 방어하는 전술을 선택한 모양이다.

설마 벌써 접속해서 지원군까지 붙이다니, 예상 밖의 빠른 대처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한 군데에 병력을 모아 주다니, 나로서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다음으로 기병 1기 공격이 끝나고 10초 뒤 바로 본대 공격 돌입.

애초 계획으로는 오버성을 잡은 후 다른 성들도 하나씩 총 7번에 걸쳐 공격할 예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7군데로 나눠져 있던 적 병력을 한꺼번에 몰아서 때려 잡게 되었다는. ㅎㅎㅎ


애초부터 압도적인 병력으로 갈아버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전투의 승패에 대해서는 전혀 염려하지 않았고,
다만 모바일 기기 두 대를 가지고 세 계정을 전환해 가며 급박하게 전투를 치르느라
의도치 않은 실수나 시간 못 맞추고 낙오하는 부대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실수 하나 없이 제대로 작전이 먹혀 들어간 짜릿한 한판이 되었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두 계정 이상은 쓰지 말아야겠다. 정신이 없네, 정신이.



2.

내친 김에 야간 단체 요새 공격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최근에는 번번이 적들이 도망가는 바람에 실패만 했었는데, 오늘은 어쩐지 예감이 좋았다고나 할까?

타겟은 인도네시아 요새 중 하나인 A卡atsuki.
여기서 두 번째 한자(卡)는 중국어로 "카"라고 읽고, 보통 "카드"를 의미하는 단어로 쓴다.
이 녀석들, 중국인도 아니면서 중국어로 요새 이름을 짓다니. 게다가 그 이름 "아카츠키"는 일본어로,
애니메이션 나루토에 등장하는 조직 이름이라니... 뭔가 교묘하게 국적을 속인 네이밍이다.
그래봤자 얘들은 인도네시아가 주축인 러시아 연합 동맹.

아무튼,
공격 결과는...



대박!


적들이 도망가지 않고 방어를 했다! 그 결과 240만의 보병 희생으로 2천 3백만을 잡았다.

역시나 어마어마한 오버궁의 위력.



  


  


  


전투에 참여한 계정들.

늘 보다 보니 이젠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군 병력 숫자는 늘 후덜덜이다. 특히 첫 페이지의 인원들은.


적들은... 마지막에 3천여 명, 264명은 뭐냐, 대체?

500만, 400만씩 병력을 날린 유저들은 한동안 피눈물 쏟겠지... 삼가 애도를.


달아나지 않고 기꺼이 전투에 참여해 준 적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이럴 때는 적이지만 예뻐 보인다.)





요새전은 언제나 조마조마하다. 빌어먹을 서버 렉 때문에.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렉이 발생했지만, 그리 길지 않고 짧게 끝나서 예정된 공격을 대부분 성공할 수 있었다.

서버 렉... 대체 패치할 생각이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아니, 패치로 되긴 되는 걸까? 이건 거금을 투입해서 서버 사양을 확 끌어 올려야 해결될 문제인데.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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