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니 사실 오래전부터 궁금했었다.


COMPAQ iPAQ-3650에 폰 모듈을 장착해서 잠깐 사용해 본 것이 내 스마트폰의 첫 시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휴대폰은 폴더에서 슬라이드 타입으로 넘어가던 무렵이었던 것 같다. 아니, 그 전이었을지도...



삼성 SPH-3100


내가 휴대폰을 처음 쓴 건 1998년 여름, 고속버스 사고로 얻게 된 보상금을 투자해서 장만했던 삼성 SPH-3100인가 하는 모델이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면서 선풍적인 인기였던 "말하면 걸리는" 전화기였다. "개~새끼"하면 부장님한테 전화가 걸린다던가 하는 우스갯소리들이 많이 돌아다녔던... 게다가 핸즈프리 기능까지!



                                             

모토롤라 V741                                  삼성 SPH-X7000                                        LG-KF1000    



그 다음엔 모토롤라 V741이라는 모델을 한참동안... 외부 액정이 나가고 배터리 고정 걸쇠가 부러져 나갈 때까지 아주 만족하면서 썼었고,

다시 삼성 SPH-X7000이라는, 껍데기 바꿔 끼우기가 가능한 모델을 잠시 썼었다.

뭐니뭐니 해도 제일 오래 썼던 모델은 LG-KF1000 이었다. 자동차처럼 생긴 튼튼한 외형에 빵빵한 사운드가 그만이었다. 블루투스도 됐고.


그리고 그 어느 모델들 사이의 중간에, 나는 또 스마트폰 몇 개를 썼었다.

Cyberbank POZ-X301에서 시작해서 POZ-X501까지...



                            

Cyberbank POZ-X301                                    Cyberbank POZ-X501         



이 기계들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아실게다. 강력한 커스터마이징-일명 "메모리 신공"-기술을 통해 상당히 쓸 만 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아주 흡족한 마음에 한 동안 잘 썼었다. 수 많은 게임에... 유틸에... MP3에... 동영상에... 인터넷까지, 안 되는 게 없었다. 심지어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지 않은 어플리케이션 중 생활하는 데 필요해서 직접 만든 프로그램들도 대 여섯 가지 설치해서 사용할 정도였다.텍스트 파일에서 특정 문자열만 다른 문자열로 치환해서 저장하는 기능이라든가, 내가 보유한 CD 목록을 관리하고 검색하는 기능, 또 다른 어플리케이션에서 사용하는 DB 파일 자동 컨버팅하는 프로그램 등등... 그렇다, 한 마디로 파워유저였던 거다.


그런데, 이 기계들의 결정적인 단점!

당시 Pocket PC들의 고질적인 공통점, 바로 잦은 다운과 불안정성 때문에 전화 기능이 먹통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중요한 전화를 놓친 적도 몇 차례 있었고 심지어는 전화 통화를 잘 하다 말고 갑자기 끊어지고 먹통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또, 그 외에도 Pocket PC 사용자들은 항상 백업 파일을 최신화해서 들고 다니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을 정도로 기계 자체가 벽돌이 되어 버리는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았다. 공장 초기화해서 다시 백업해 둔 이전 설정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거의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이런 단점들 때문에 멀쩡한 기계들이었지만 집에 고이 모셔두고 일반 휴대폰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스마트폰은 폰으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차라리 전화 기능에 최적화된 일반 휴대폰을 별도로 쓰고 다른 편의 기능들은 조금 귀찮더라도 별도 PDA를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그때 새삼 깨달았다.


그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당시에도 나는 스마트폰을 쓰기 이전부터 HP iPAQ-H2210 이라는 훌륭한 PDA를 따로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최근까지도. 10년이 넘게. (아... 최근에 배터리가 임신 상태가 오래되어 배가 부를 대로 부르더니 드디어 완전 맛이 가서 외부 전원을 꽂지 않으면 켜지지도 않는 상태까지 왔다. 그래서 배터리 추가 구매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결국 지금은 이 PDA는 사용하지 않고 가방안에 들어간 채 나올 기약이 없어진 상태이긴 하다.)


HP iPAQ-H2210


이 PDA는 내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동반자였다. 화장실 갈 때나 버스·지하철 탈 때, 심지어는 잘 때도, 일하고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PDA가 내 생활을 따라 다녔다. 주로 책 읽는 용도로 PDA를 사용해서인지 덕분에 수 백 권이 넘는 책들을 이북으로 읽게 되기도 했고... 또, SD카드 형태의 무선랜 카드도 구매/장착해서 일찍부터 Wifi도 사용해봤었다. (다만, 잘 터지지는 않았다. 어마어마한 짜증과 발열, 그리고 어마어마한 배터리 소모만이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기억일 뿐.)



HP iPAQ-Hx2110


또 하나, 중고로 직구해서 장만한 iPAQ-Hx2110도 있는데, 이건 아내가 쓰고 있어서(제대로 쓰고 있진 않지만) 내가 제대로 활용해본 적은 없으므로 패쓰.


이야기를 하다 보니 PDA로 빠졌는데, 다시 휴대폰-스마트폰 얘기로 돌아가면,

어쨌든 스마트폰에 염증을 느끼고 다시 찾게 된 일반 휴대폰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쿠키폰(LG-SU910)이다.

이쯤 되면 뭔가 알아채셨을 분도 있을 지 모르겠다. 그렇다. 통신사를 이 때 처음으로 K사에서 S사로 옮긴 거다. 살고 있는 동네 특성상 K사 휴대폰이 너무너무 안 터져서 참다참다 못해 S사로 옮기면 좀 잘 터질까 해서... 그런데 3G로 옮기는 바람에 결론적으로는 말짱 헛 일이 되고 말았다. 3G는 S사나 K사나 우리 동네에서는 똑같이 잘 안 터졌다.



LG-SU910 쿠키폰


아무튼 내껀 저 중에서 가운데, 와인 핑크색이다. (좀 생뚱맞나, 남자가 고르기엔? 뭐... 큰 딸이 핑크색을 워낙에 좋아해서 고른 색이었다. 그 정도면 이유로 충분하지 않나? ^^;)


쿠키폰은...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안 되는 게 거의 없는, 사실상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가입자들이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하듯 데이터 프리존(S사 기준) 요금제에만 가입하면 인터넷도 거의 무제한(워낙 느린데다 접속되는 사이트도 많지 않아서 500메가는 웬만해선 쓰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으로 사용 가능하고, 이메일에, 각종 게임에, 동영상에, MP3에, 인터넷 뱅킹(VM뱅킹)에, 기차표 예약(모바일 승차권)까지 안 되는 게 없다. 또, 앱(몇 개 없지만)도 다운로드받아서 설치 가능하다. 이 정도면 스마트폰과의 차이가 과연 뭘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OS가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 아니면 Microsoft의 Windows Mobile이어야 꼭 스마트폰인건 아닐게다.

멀티터치를 지원해야 스마트폰인건 더더욱 아닐게다.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 마켓 등에서 다운로드받아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스마트폰의 조건도 아닐게다.

동영상, MP3 정도는 이미 보통 휴대폰 어느 기계에서나 다 돌아가고...


그렇다면 대체 스마트폰은 왜 스마트폰인걸까?


텀즈 사이트(http://terms.co.kr/smartphone.htm) 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스마트폰이라는 용어는 컴퓨터 기능이 내장된 휴대폰을 지칭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최근 애플에서 출시한 아이폰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에 대항하여 구글 및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안드로이드와 윈도모바일 운영체계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일반적인 전화통화 외에 스마트폰에 추가되는 기능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무선 이메일, 인터넷, 웹브라우징, 팩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설치 및 활용
    개인정보 관리
    온라인 뱅킹
    랜 접속
    그라피티 스타일의 데이터 입력
    스마트폰과 컴퓨터간의 데이터 송수신
    카메라, DMB 및 GPS 내장
    가정이나 직장에 있는 컴퓨터 등 사무용기기의 원격 제어
    통합 메시징 시스템


아니, 스마트폰이라고 저 기능들이 몽땅 다 되는 건 아닐꺼고, 또 그게 스마트폰의 조건이 아니라면, 즉, 일부만 만족하면 되는 거라면, 대체 쿠키폰이 스마트폰이 아니고 "피쳐폰"인 이유는 뭘까? 팩스, GPS 기능 없고 랜 접속이 안되고, 원격 제어 못하는 거 말고는 다 되는데? 그라피티 어쩌구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패쓰.

설마 GPS, 랜 접속 기능이 스마트폰의 조건인건가? 그건 아닌데... 그럼 예전에 내가 썼던 스마트폰들은 뭐란 말인가?


애매한 개념이다, 스마트폰은.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을 들자면, 스마트폰은 사용자 마음대로 OS를 바꿀 수 있다는 거 정도?

에게~~~ 겨우 그거?


하나 더 들자면, 자기가 직접 만든 어플리케이션을 올려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거 추가?

흠... 그렇다면 좀 그럴 듯 하기도...


그럼, 스마트폰을 사서 원래 OS 그대로 쓰고, 남이 만들어놓은 어플리케이션만 다운받아서 사용하는 사람은 스마트폰이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아니게 되는건가? 스마트폰을 피쳐폰처럼 사용하는 개념이 되는건가?


아무튼, 애매하고도 모호한 개념이다, 스마트폰은.


하여간, 이제 나도 드디어 요즘 얘기하는 바로 그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기 일보 직전이다.

쿠키폰이여... 일반 휴대폰이여... 이젠 안녕 예고. D-1.



아트릭스... 내가 이런 우연찮은 기회로 다시 모토롤라 기계를 사용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뭐, 그래서 기억을 더듬다 보니 이 글까지 쓰게 된 거지만. ^^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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