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홍대리 1, 2, 3 - 일하는사람들의작은책 (2000-01) (읽음: 2002-07-22 10:24:14 AM)
- 홍윤표
- 세 권 다 아주 재밌다. 구태여 서평을 쓴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인 것 같다. 그냥... 재밌다...
- 이번엔... 그냥 넘어가기 찝찝해서 대신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올린다. 1권에 대한 서평
1999-01-06 / 문화일보 / 김종락
천하무적홍대리 (작은책 출판사)는 평범한 만화다. 만화의 첫페이지에 퇴근시간을 카운트 다운하는 샐러리맨이 등장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출 퇴근시간에 시달리다. 천사처럼 날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이없는 상상이나 하고 부장에게 깨지면서 마음 속으로 동해물과백두산이를 부르며 스트래스를 받지 않으려 애쓰는 홍대리의일상은 샐러리맨들의 그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이후 과학자며 의사가 될 꿈들을 하나하나 접어오다 입사하여 이 회사 사장이나 해야겠다고 했던 희망 이 이젠 정년퇴직 정도로 쫄아든 것을 목격하는 것은 수많은 샐러리맨들의 초상화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천하무적홍대리에 등장하는 홍대리보다 더욱 만화스러운것, 이것이 바로 대다수 샐러리맨들의 삶 아닌가.천하무적홍대리의 뛰어남은 오히려 여기에 있다. 스스로가 샐러리맨을 경험하지 않으면 결코 그릴 수 없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애환이 만화를 그린 저자 홍윤표씨는 현직 샐러리맨이다.
코오롱상사에서 근무하다 물 좋은 외국인 회사에 다니는 잘나가는 샐러리맨이다. 갸름한 얼굴에 금테안경, 말쑥한 머리, 하얀 와이셔츠가 어울리는 만화가답지 않은 만화가다. 그런 그가 밝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이렇다."일 때문에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던 입사 동기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친구 자리 옆에 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뒤쪽에 앉아 계시던 친구 부서의 부장님이 그 친구를 불렀다.
그런데 그 친구가 불려 나가자마자 다싸고짜로 결재판에 있던 서류를 그 친구에게 집어던지는 것이 아닌가. 놀라서 바라보던 나와 눈이 마주친 그 부장님의 당당한 눈빛이란 ·.,,책에서 잠만 자면 나타나는 부장이 걸핏하면 결재서류를 집어던지는 것은 이 때문이란다. 부장은 항상 그렇게 나타나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업무중에 쉼없이 조는 부하를 감시한다. 생산과 효율을 위해서. 그러나 그도 노을을 보면서 똑같이 쓸쓸해한다. 생산과 효율을 위해 인간을 황폐화하는 구조에 대한 천하무적홍대리의 힘겨운 항변을 보며 자주 스산해지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작품 전체에 깔린 이런 따스한 인간미 때문이다.
- 2권에 대한 서평
2000-01-19 / 문화일보 / 배문성
1998년에는 나온 ‘천하무적 홍대리1’보다는 훨씬 좋다. 그림 선도 정리되었고,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문제의식도 선명하다. 첫책이 현직 직장인이며 아마추어 만화가인 저자가 샐러리맨의 삶을 그렸다는 데서 프리미엄을 받았다면, 이번 책은 온전한 의미의 만화책으로 승부를 걸 만하다.
책의 장기는‘동류의식’이다. 저자 스스로 코제마코리아라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으로 동료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같은 처지에 있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하고 있다. 주인공은 물론 작중 화자인 홍대리이지만, 책을 살리는 부주인공은‘부장님’이다. 부장님은 때론 홍대리를 괴롭히는 악역을 자청하기도 하지만, 숙취로 고생하는 부하직원을 다독이며 사우나로 가라고 명령하는 따뜻한 선배이기도 하다. 오늘 한국의 직장 어디서나 볼 수 있는‘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멀지만’ 미운정 고운정 다든 노회한 부장이다.
이중‘선생님’이란 삽화는 애틋하다. 홍대리는 어느날 직원회의에서 뜬금없이 자신의 꿈을 말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꿨을 법한 꿈… 한적한 산골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밝힌다. “복잡한 세상 다 잊고 애들하고 놀면서…”란 말을 덧붙이면서… 동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그건 뭐 쉬운 일인거 같아?”에서부터“애들이 불쌍해요”까지… 급기야 홍대리는“부장님은 뭐 해보고 싶은 일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부장님은 회심의 대답을 내놓는다. “그 산골학교의 교장선생님.” 매일 늦게 출근하는 홍선생을 불러다 놓고 “또 지각이요 홍선생!”하고 호통치는 것이 부장님의 꿈이다.
‘상과 하’,‘하와 상’이란 만화는 오늘날 한국 사무실의 풍속도를 압축한다. 부장님은 “아니… 이것들은 어떻게 찾는 서류마다 잃어버려…”라고 투덜대지만,홍대리는 “아니…어떻게 꼭 없는 서류만 찾는거야…”라고 중얼거린다.
또 그 반대 화면에서 홍대리는 산더미같이 서류를 쌓아놓고 “도대체 이 많은 보고서를 누가 다 읽냐”고 한숨 쉬지만, 부장님은 “만들랬더니 진짜 만드네… 도대체 이 많은 보고서를 누가 다 만들지”라고 하소연한다. 옥편처럼 장황하고 두꺼운 보고서를 본 부장님이 “앞으로 내부보고서는 무조건 한장으로 만들어”라고 명령하자, 홍대리는 컴퓨터 프린터로 출력한 길게 연결된 한장짜리 보고서를 제출한다. 부장님의 대답은 “너 지금 반항하냐”다.
사무실이 약육강식의 정글인 것만은 아니다. 어느날 흰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홍대리는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업무도 잊은 채. 동료들도 하나씩 나와서 보기 시작한다. 이들을 위해 부장님은 혼자서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전화를 뛰어다니면서 받는다. “전화 좀 받아 이 웬수들아…”라고 투덜대면서…. 책은 직장인이면 누구나 “그래 바로 내 이야기야”라고 느낄만한 공감을 얻는다. 그 공감이 직장인을 위로해준다. “다 이렇게 사는구나”라고 읊조리면서….
- 3권에 대한 서평은 없다. 3권은... 작가가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만화가로서 그린 첫 번째 작품이다.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대목은 없다. 이 만화의 주된 화두이자 생명이자 특징인 "재미"는 그대로 살아있다. 그게 다다. 재미.
- 홍윤표
- 세 권 다 아주 재밌다. 구태여 서평을 쓴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인 것 같다. 그냥... 재밌다...
- 이번엔... 그냥 넘어가기 찝찝해서 대신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올린다. 1권에 대한 서평
1999-01-06 / 문화일보 / 김종락
천하무적홍대리 (작은책 출판사)는 평범한 만화다. 만화의 첫페이지에 퇴근시간을 카운트 다운하는 샐러리맨이 등장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출 퇴근시간에 시달리다. 천사처럼 날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이없는 상상이나 하고 부장에게 깨지면서 마음 속으로 동해물과백두산이를 부르며 스트래스를 받지 않으려 애쓰는 홍대리의일상은 샐러리맨들의 그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이후 과학자며 의사가 될 꿈들을 하나하나 접어오다 입사하여 이 회사 사장이나 해야겠다고 했던 희망 이 이젠 정년퇴직 정도로 쫄아든 것을 목격하는 것은 수많은 샐러리맨들의 초상화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천하무적홍대리에 등장하는 홍대리보다 더욱 만화스러운것, 이것이 바로 대다수 샐러리맨들의 삶 아닌가.천하무적홍대리의 뛰어남은 오히려 여기에 있다. 스스로가 샐러리맨을 경험하지 않으면 결코 그릴 수 없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애환이 만화를 그린 저자 홍윤표씨는 현직 샐러리맨이다.
코오롱상사에서 근무하다 물 좋은 외국인 회사에 다니는 잘나가는 샐러리맨이다. 갸름한 얼굴에 금테안경, 말쑥한 머리, 하얀 와이셔츠가 어울리는 만화가답지 않은 만화가다. 그런 그가 밝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이렇다."일 때문에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던 입사 동기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친구 자리 옆에 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뒤쪽에 앉아 계시던 친구 부서의 부장님이 그 친구를 불렀다.
그런데 그 친구가 불려 나가자마자 다싸고짜로 결재판에 있던 서류를 그 친구에게 집어던지는 것이 아닌가. 놀라서 바라보던 나와 눈이 마주친 그 부장님의 당당한 눈빛이란 ·.,,책에서 잠만 자면 나타나는 부장이 걸핏하면 결재서류를 집어던지는 것은 이 때문이란다. 부장은 항상 그렇게 나타나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업무중에 쉼없이 조는 부하를 감시한다. 생산과 효율을 위해서. 그러나 그도 노을을 보면서 똑같이 쓸쓸해한다. 생산과 효율을 위해 인간을 황폐화하는 구조에 대한 천하무적홍대리의 힘겨운 항변을 보며 자주 스산해지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작품 전체에 깔린 이런 따스한 인간미 때문이다.
- 2권에 대한 서평
2000-01-19 / 문화일보 / 배문성
1998년에는 나온 ‘천하무적 홍대리1’보다는 훨씬 좋다. 그림 선도 정리되었고,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문제의식도 선명하다. 첫책이 현직 직장인이며 아마추어 만화가인 저자가 샐러리맨의 삶을 그렸다는 데서 프리미엄을 받았다면, 이번 책은 온전한 의미의 만화책으로 승부를 걸 만하다.
책의 장기는‘동류의식’이다. 저자 스스로 코제마코리아라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으로 동료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같은 처지에 있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하고 있다. 주인공은 물론 작중 화자인 홍대리이지만, 책을 살리는 부주인공은‘부장님’이다. 부장님은 때론 홍대리를 괴롭히는 악역을 자청하기도 하지만, 숙취로 고생하는 부하직원을 다독이며 사우나로 가라고 명령하는 따뜻한 선배이기도 하다. 오늘 한국의 직장 어디서나 볼 수 있는‘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멀지만’ 미운정 고운정 다든 노회한 부장이다.
이중‘선생님’이란 삽화는 애틋하다. 홍대리는 어느날 직원회의에서 뜬금없이 자신의 꿈을 말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꿨을 법한 꿈… 한적한 산골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밝힌다. “복잡한 세상 다 잊고 애들하고 놀면서…”란 말을 덧붙이면서… 동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그건 뭐 쉬운 일인거 같아?”에서부터“애들이 불쌍해요”까지… 급기야 홍대리는“부장님은 뭐 해보고 싶은 일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부장님은 회심의 대답을 내놓는다. “그 산골학교의 교장선생님.” 매일 늦게 출근하는 홍선생을 불러다 놓고 “또 지각이요 홍선생!”하고 호통치는 것이 부장님의 꿈이다.
‘상과 하’,‘하와 상’이란 만화는 오늘날 한국 사무실의 풍속도를 압축한다. 부장님은 “아니… 이것들은 어떻게 찾는 서류마다 잃어버려…”라고 투덜대지만,홍대리는 “아니…어떻게 꼭 없는 서류만 찾는거야…”라고 중얼거린다.
또 그 반대 화면에서 홍대리는 산더미같이 서류를 쌓아놓고 “도대체 이 많은 보고서를 누가 다 읽냐”고 한숨 쉬지만, 부장님은 “만들랬더니 진짜 만드네… 도대체 이 많은 보고서를 누가 다 만들지”라고 하소연한다. 옥편처럼 장황하고 두꺼운 보고서를 본 부장님이 “앞으로 내부보고서는 무조건 한장으로 만들어”라고 명령하자, 홍대리는 컴퓨터 프린터로 출력한 길게 연결된 한장짜리 보고서를 제출한다. 부장님의 대답은 “너 지금 반항하냐”다.
사무실이 약육강식의 정글인 것만은 아니다. 어느날 흰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홍대리는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업무도 잊은 채. 동료들도 하나씩 나와서 보기 시작한다. 이들을 위해 부장님은 혼자서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전화를 뛰어다니면서 받는다. “전화 좀 받아 이 웬수들아…”라고 투덜대면서…. 책은 직장인이면 누구나 “그래 바로 내 이야기야”라고 느낄만한 공감을 얻는다. 그 공감이 직장인을 위로해준다. “다 이렇게 사는구나”라고 읊조리면서….
- 3권에 대한 서평은 없다. 3권은... 작가가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만화가로서 그린 첫 번째 작품이다.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대목은 없다. 이 만화의 주된 화두이자 생명이자 특징인 "재미"는 그대로 살아있다. 그게 다다.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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