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도 헌법재판소는 '강부자'에 의한, '강부자'를 위한, '강부자'의 기관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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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11/h2008112402333825580.htm

 

[손호철의 정치논평/11월 24일] 누구를 위한 위헌심사권인가?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얼마 전 이 지면(11월 3일자)에 검찰과 감사원과 같은 사정기관의 개혁을 촉구하면서 미국 정치사상의 고전이자 미국 건국의 청사진이 된 <연방주의 교서>를 소개한 바 있다. 이 저서가 엘리트주의적이라 문제가 많지만 어떤 권력도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권력은 나누어 견제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탁견으로 사정기관의 개혁에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보름 남짓 사이에 다시 <연방주의 교서>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번에 관심을 끄는 것은 그 부정적인 면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쓴 <연방주의 교서>의 가장 핵심적 문제의식은 민주주의의 위협, 즉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돈 없고 무지한 대중의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재산과 교양을 가진 소수 엘리트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냐는 것이다.

 

기득권 수호한 헌재 종부세 결정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여러 제도들을 건의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법부는 행정부나 입법부와 달리 선출제가 아니라 임명제를 채택해 다수대중의 영향력으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같이 격리된 사법부가 위헌심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회가 다수대중의 의견을 반영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법을 만드는 경우 사법부가 이를 위헌이라고 판결해 기득권층의 권리를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면서 사법부에 위헌심사권을 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의 선견지명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판결이야 말로 사법부가 위헌심사권을 통해 기득권 수호의 최후의 보루로 작동한 살아있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사실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위헌심사권을 남용해 기득권의 수호자로 작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 다른 사례는 역대 정권의 경제정책 중 가장 진보적이었던 토지공개념 제도였다. 노태우 정권은 부동산 값이 급등해 공장부지와 도로건설 등 경제활동에 장애가 되고 부동산에 의한 불로소득으로 사회적 위화감이 위험수위에 달하자 토지 개발이익의 상당부분을 국가가 환수하는 등을 골자로 한 토지공개념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해 버렸다.

 
위헌심사권은 아니지만 사법부가 기득권의 수호자로 작동한 예는 무수히 많다. 비근한 예가 이 면의 "가제는 게 편"이라는 글(2005년 10월 19일자)에서 비판한 바 있는 2005년 9월의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유권자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3명의 거대보수 여야 정당 국회의원들에게 무죄와 파기환송 조치를 한 반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조승수 의원에 대해서는 주민들에 불려가 음식물 소각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주민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을 사전선거운동이라며 벌금형을 선고해 의원직을 박탈한 바 있다.

 

사법부의 민의 난도질 경계해야

 

민주주의의 핵심은 민의이다. 그런데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만든 법, 즉 민의를 사법부가 위헌심사권 등을 통해 마음대로 난도질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과연 헌법재판소가,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권이 필요한 것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 미국에서도 최근 정치를 검찰과 사법부가 대신하는 '또 다른 수단의 정치'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한 케이블TV에서는 헌법재판소가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고 신뢰받는 기관"이 되고 있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헌법재판소의 선전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게는 헌법재판소가 '강부자'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기관이며 기득권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로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렸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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