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비판을 선점해야 한다"... 그게 참... 맞는 말인 것처럼 생각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님은 강교수도 알리라. 비판과 비난에 직면한 대상이 그 어떤 것이 애정어린 비판이고, 어떤 것이 악의적인 비난인지를 손쉽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인간인 다음에야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게다. 전교조는... 모르겠다. 별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전교조가 오늘 또 대량 일제고사 거부 투쟁을 한 것 같다. 난 대체적으로 그들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내 자식이 일제고사 대상자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다. 내 일이라면 몰라도, 내 자식에게 불이익이 생길 것을 뻔히 알면서 무작정 따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것이 정치적으로 아무리 올바른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어렵다... 이것이 군대 다녀온 후유증인가? 세상에 적당히 길들고 '적당히 중간만 가도록' 무의식이 작동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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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www.hani.co.kr/arti/SERIES/189/346874.html
[강준만칼럼] 전교조를 위하여
강준만칼럼
최근 입학사정관 제도에 관한 언론 보도를 지켜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우리의 전형적인 문제해결 방식이기 때문이다. ‘의제 바꿔치기’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척하지만 실은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식이다. 일을 하고 있다는 시늉을 내려는 정부, 돈에 약한 대학들, 뉴스거리라면 춤부터 추고 보는 언론 등 ‘삼위일체’의 합작품이다.
그러나 그걸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잘되길 바랄 뿐이다. 오히려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이건 안 된다”는 식의 반대와 저항만으로 자기 정체성을 삼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사회 교육논쟁의 큰 흐름이 ‘전교조 대 반(反)전교조’의 구도로 짜여 있기 때문에 전교조가 져야 할 책임은 크다.
하지만 어찌 전교조 탓만 할 수 있으랴. 같은 편이라고 생각되면 쓴소리는 술자리에서나 소비하면서 공식적으론 ‘외부의 적’을 향해서만 모든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우리의 ‘이념 패거리주의’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보는 게 옳으리라.
그간 보수신문들은 전교조에 대해 비난을 퍼부어 왔다. 반면 진보신문들의 지면에선 전교조에 대한 비판을 찾아볼 수 없다. 양쪽 신문 지면만을 놓고 본다면 전교조는 악이거나 선이다. 그 중간은 없다. 그런데 과연 이게 진실일까?
그게 진실이 아니라는 목소리는 전교조 내부에서도 나온 바 있다. 지난 2006년 전교조 일선 초등학교 분회장이 전교조의 거친 투쟁방식에 대해 자성을 촉구한 글을 발표한 바 있다. 2007년엔 전교조 집행부 출신 현직 교사가 “전교조는 정치적·관료적으로 변질됐다”며 자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진보신문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이 지독한 편가르기 문화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분들께 두 권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서울 창동고등학교 이기정 교사가 쓴 <학교개조론>과 <내신을 바꿔야 학교가 산다>이다. 이 책들은 기존의 교육논쟁에 중간 노선을 강력한 논조로 제시하고 있다.
전교조는 진보세력인가? 이념과 조직을 앞세우느라 대중과 상식으로부터 멀어진 세력을 진보로 볼 수 있는가? 이기정은 그런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합법화 이후 전교조가 정성을 기울인 투쟁 어디에도 학교 개혁을 위한 투쟁은 없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7차 교육과정 반대 투쟁,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의 초등학교 교사 임용 반대 투쟁, NEIS 반대 투쟁, 교원평가제 반대 투쟁 등 합법화 이후 대부분의 투쟁에서 나는 돈키호테를 떠올렸다.”
‘개혁 돈키호테’가 아니다. ‘수구주의 돈키호테’다. 이기정은 전교조를 사랑하는 교사다. 그래서 그렇게 말할 수 있으리라. 진보신문들은 전교조를 그렇게까지 사랑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쓴소리를 못했으리라. 보수신문들의 전교조 비난엔 악의적인 것이 많았지만, 보통의 학부모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내용의 비판도 많았다. 우리는 어느 쪽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국민을 어리석다고 보는 게 아니라면 도대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려고 애써야 하지 않을까?
개혁·진보 진영엔 이상한 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보수신문들이 비난하는 대상이라면 무조건 껴안고 옹호해야 한다는 질병이다. 이제 그런 방식으론 안 된다. 오히려 비판을 선점해야 한다. 전교조의 문제는 <한겨레> 지면에서 더 왕성하게 지적되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논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보수신문들을 단지 저주의 대상으로 삼다간 부메랑을 맞아 이쪽이 먼저 쓰러진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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