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MB와 중앙차선 MB가 "긍정적인 MB"라는 진단에 동의할 수 없다. 청계천이 대체 환경과 문화와 무슨 관계가 있나? 청계천 복원이 파괴된 환경을 살린 것인가? 그저 콘크리트를 폐수로 바꿔 놓았을 뿐이다! 없는 물을 강제로 흐르게 만들어 지금 그곳은 바닥에 녹색 물이끼가 잔뜩 낀데다 썩은 물 냄새까지 진동을 한다(차츰 나아지고, 또 그래야 하긴 하지만). 깨끗한 자연의 물이 아닌, 폐수를 흘리는 탓이다. 그것도 연간 수십~수백 억의 생돈을 써 가며. 그곳을 좋다고 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다. 공기가 좋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다지 볼 거리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청계천으로 쏟아져 나와 산책을 즐긴다. 이건... 그 동안 도심 한가운데에 그 정도의 휴식공간마저 없었다는 팍팍한 삶의 반증일 뿐 아닌가?

 

중앙차선 역시 장점이 있는 만큼(아니, 내 개인적으로는 장점 이상으로) 단점이 많은 변화였다. 버스번호 체계가 바뀌고 노선이 변경되면서 겪어야 했던 그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충격은 고스란히 나를 비롯한 서울 시민들의 몫이었다. 또, 버스 한 번 타기 위해 길가쪽으로는 타야 할 버스가 와도 타지 못하고 위험천만한 횡단보도 앞에서 수 분을 더 기다린 뒤 도로 중앙에까지 걸어가서 또 다른 버스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것 역시 비용으로 산출하면 얼마가 될 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 경우, 평소보다 약간 빨라진 버스 시간 말고는 대체 무슨 장점이 있었던가? 행정과 관리의 편의 말고는 대체 뭐가 있었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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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608085534&Section=01

 

MB, '청계천 초심'으로 돌아가야 
[손호철 칼럼] "민심은 돌파의 대상이 아니다"
기사입력 2009-06-08 오전 9:11:55

 

낡은 표현이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사태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하거나 속도전으로 상징되는 국정운영방식에 대해 발본적인 전환을 할 조짐을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장이 끝나고 있었던 라디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의례적인 애도의 표시 이외에 자성이나 국정쇄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쇄신안에 대해서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역시 국민과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불통의 리더십'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죽했으면 '강경보수'를 자처하고 있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까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대통령이 대국민 유감을 표명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국정쇄신 등을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답답한 마음에 옛 파일을 뒤지다가 발견한 것이 2005년 10월 청계천 복원사업이 끝나 개통했을 당시 썼던 다음과 같은 글이다.

 

주목할 것은 청계천 복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사실은 건설회사 사장 출신으로 청계천을 콘크리트로 덧씌우고 그 위에 고가도로를 세운 박정희식의 개발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러던 당사자가 청계천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갑자기 환경과 문화의 챔피언으로 변신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긴 이것도 매듭을 묶은 사람이 매듭을 푼다는 결자해지라면 결자해지이지만 말이다. (중략) 그러나 이 같은 사실들보다 주목할 것은 이 시장의 업무추진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주변 상인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로 추진에 많은 잡음과 저항이 있을 청계천 프로젝트를 상대적으로 잡음 없이 원만하게 마무리한 추진 방식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앙차선제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많은 이해당사자가 개입되어 있는 문제로 많은 반발이 예상됐다. 그러나 별 잡음 없이 추진되어 어느 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초기에는 비판과 불평도 있었지만 정말 잘한 중요한 정책이다. 즉 이 시장에게 주목할 것은 이 시장 하면 떠오르는 불도저식의 추진력이 아니라, 총론만이 아니라 각론과 디테일에도 강해 시끄러울 수 있는 문제를 조용하게 별 잡음 없이 풀어나가는 업무추진 방식, 리더십 스타일이다.

 

특히 이 시장의 이 같은 측면이 돋보이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가 바로 이 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노 대통령은 조용하게 해결할 문제도 불필요하게 논쟁을 만들고 세상을 시끄럽게 해 결국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스타일이다 (중략) 노무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바람직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잡음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문제를 조용히 풀어가는 외유내강의 업무추진 방식을 이 시장으로부터 배워야 한다.("이명박과 노무현", [한국일보], 2005년 10월 11일자).

 


▲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개통식에서의 이명박 대통령. ⓒ프레시안

 

위의 글에서 지적했듯이 서울 시장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지금과 같은 '불통의 리더십'이 아니라 '소통의 리더십'이었다. 청계천 사업을 위해 현대건설 사장 시절처럼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청계천의 수많은 상인 등 이해당사자들을 수없이 만나서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소통의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예상 밖으로 별 잡음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이명박은 '두 명의 이명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명박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속도전, 돌격전의 현대건설 시절의 '현대 MB'내지 '노가다 CEO 이명박'이다. 또 다른 한 명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이명박으로, 부단히 소통하고 설득하려고 했던 '청계천MB' 내지 '정치인 MB'이다.

 

불행히도 대통령 당선 후, 특히 촛불시위 이후 나타난 것은 '청계천 MB', '정치인 이명박'이 아니라 속도전과 돌격전을 내세운 '현대MB', '노가다 CEO 이명박'이었다. 그 뿐 아니다. 최근의 불행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청계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밀리면 끝이기 때문에 위기일수록 돌파해야 한다는 '현대MB'로 더욱 웅크려 드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이다. 민심은 노가다 현장도, 돌격전으로 돌파할 수 있는 돌파의 대상도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청계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 대통령도, 국민도 사는 길이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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