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의 원인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아래 순서대로 캡쳐한 그림을 보자.

  



이게 뭐냐면, 금융 사이트 접속 후 트레이에 추가된 아이콘들이다.

 

금융 사이트 혹은 인터넷 전자 상거래 사이트에 접속해서 결제를 하려고 하거나 개인정보를 변경하는 화면에서는 이렇게 부가적인 프로그램들이 덩달아 주루룩 실행된다. 일명 "금감원 3종세트"로 알려진 보안 프로그램들이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암호화(공인인증서), 키보드 보안, 방화벽(온라인 백신) 되겠다.

 

골 때리는 것은, 저것들 중 최신버전이 아닌 것이 있으면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하느라 또 시간 엄청 뺏겨야 한다는 사실. 확인하고, 동의하고, 업데이트하고... 그러다 보면 내가 이 사이트를 왜 들어왔는지 깜박할 때도 많다. 특히 인터넷 속도가 극악한 내 직장(하향 10Mbps인데 40명 이상이 동시에 쓰는 관계로 재수없는 경우에는 2400bps 모뎀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난이 아니다)에서는 이런 작업이 거의 죽음이다. 급하게 이체를 한다거나 뭔가를 구입하려고 할 때 이런 상황이 닥치면 정말 인내심 바닥까지 간다.

 

게다가 더 골 때리는 것은, 똑같은 프로그램인데도 사이트마다 따로따로 설치해야 하는 것도 있다(예전엔 대부분이 그랬다!)는 사실인데 이건 여기서 다루고 싶은 주제는 아니니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신한카드에서 오래간만에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변경하려고 했다. 내 직장 부서명이 과거 부서명인 "연구소"로 되어 있길래 현재 부서명인 "MIP사업부"로 고쳤다.

 



아니 이게 왠걸? 키보드에서 손을 잠시 뗀 순간 "부"자가 "ㅂ1"로 저절로 바뀐다.

 

황당...!!!

 

이것뿐만이 아니다. 나는 노트북을 쓰는데 USB로 별도 외장 키보드를 붙여서 사용하고 있으며 한글 자판 배열을 세벌식(날개셋)으로 쓰고 있는데, 처음에는 위 그림처럼 "MIP사업부" 중 "사업부"를 쓸 수도 없었다. "업"을 쓸 때 받침의 "ㅂ"을 입력하려면 키보드의 숫자 "3"을 눌러야 되는데, 아무리 눌러도 반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MIP사어"에서 더 이상 아무 것도 쓸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두벌식 자판으로 바꾸고 다시 입력해야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휴대폰 번호도 최근에 바뀌어서 변경된 국번(268 --> 7268)으로 수정하려고 했더니 이것도 안먹는다. 분명히 숫자 키패드로 "7"을 눌러 입력했는데 화면에 찍히는 건 "1"이다. 어쩔 수 없이 노트패드를 열고 "7"을 복사한 뒤 붙여넣기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황당퐝당하지 않은가?

 

이건 바이러스도 아니고, 내 컴퓨터가 해킹당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럼 뭐냐고?

바로 저 잘난 nProtect KeyCrypt가 저지르는 짓이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약 2시간 정도 사이에 내가 접속한 사이트들 중 이런 현상이 생긴 사이트는 옥션과 신한카드 두 군데였다.

(또 한 군데가 더 있었는데, 거기는 nProtect KeyCrypt를 똑같이 쓰면서도 버전이 다른 걸 쓰는지 설치하라는 팝업이 뜨는데 무시하고 그냥 건너뛰어도 사이트 이용에 별 지장이 없길래 설치를 하지 않은 관계로 같은 현상이 생기는지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이건 대체 누구를 위한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인가? '나'로부터 사이트를 보호하겠다는건가? 입력을 못하게?

열받아서 프로그램 추가/제거에서 삭제해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이러신다.

 


 

여기서 더 진도를 나갈 수 없다, 설치하지 않고서는!

 

돌아버릴 노릇 아닌가? 이렇게 문제 투성이의 프로그램을 버젓이 내다 판 저 회사도 회사지만, 금융 사이트들은 저걸 가져다 제대로 된 테스트는 하고 쓰고 있는 것일까? 설마 저 프로그램들이 테스트된 환경과 동일한 표준환경(?)으로 내가, 사용자들이 바꿔야만 하는 걸까?

 

명색이 대한민국은 북조선식 사회주의도, 전체주의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데, 저렇게 불편하기만 한 프로그램들을 쓰지 않을 자유는 대체 개인에게는 없는걸까?

 

저 금감원 3종 세트 같은 것들 없이도 버젓이 인터넷 뱅킹만 잘 하는 외국들은 전부 병신국가들인가?

 

저런 것들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로 문제가 발생하면-개인 PC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 그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이 진다는 조건으로 동의를 받고, 동의를 받은 사람들에 한해서 내가 겪은 것과 유사한 불편함 없이 좀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진정 자유 민주주의 아닐까? 아니면 최소한 일부 사이트들처럼 저런 프로그램들 설치에 동의하지 않고서도 사이트는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자유만이라도 주든가...

 

불가능한 걸까? "대한민국식" 자유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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