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올 여름이 이상하게 유난히 덥다고 느껴져서 가족과 상의 끝에 덜컥 에어컨을 구입하게 됐다.


처음엔 여유 자금이 넉넉치 못해 싸구려 벽걸이형 에어컨으로 알아보다가

비교적 넓은(?) 거실에 설치하기엔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기세(!)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에어컨 가격보다 설치비가 더 많이 들 수 있다는 퐝~당한 소식에 급좌절...


결국 최신 유행한다는 고가의 2 in 1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응? 결론이 왜...

(뭐, 12개월 할부로 사면 매달 나가는 돈이야 12개월 동안 벽걸이 에어컨 하나씩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사는 셈 치지...는 개뿔, 허리 휠 지경이다. -_-a

그나마 1등급은 10% 환급해 준다는 말에 혹해서 사긴 했는데, 흠... 뭔가 속은 기분이 왜...?)




주문을 7월 13일 수요일에 했는데, 설치는 그 다음 주 수요일, 20일에 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주문이 폭주해서 그렇게 밀렸다는 것이다.

그 일주일 간이 에어컨 기다리느라 가장 더웠다. ㅆㅂ




에어컨 설치 전, 난장판이 된 거실 모습


게다가, 별 상관도 없는 옆집(위 사진 상에 보이는 앞집)에서 실외기 설치 위치 문제로 시비를 거는 바람에

바로 창문 근처에 설치하지 못하고 멀리 옮겨 설치하느라

배관 비용이 10만원이나 더 들어 설치비만 무려 30만원이나 나왔다!!!




스탠드형 에어컨의 위용(?)


어찌저찌하여 설치를 마치고 첫 가동~


전기 요금이 걱정되긴 했지만 일단 첫 구입인데, 처음부터 너무 아낄 수는 없는 일,

게다가 1등급이니 전기 요금이 별로 덜 나오지 않을까, 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도...


우선은 아래 표를 믿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1등급이고, 냉방 효율이 엄청나게 좋은 녀석이니까.


아, 그런데, 스탠드형만 그렇고, 안방에 설치한 벽걸이형은 조금 다르다?




얘는 등급 표시도 없고 에너지 소비 효율도 안 적혀 있다.

그래도 위에 있는 스탠드형에 보면 둘을 합쳐 에너지 소비 효율이 7.9라니까

8.5보다는 조금 떨어지긴 해도 여전히 1등급!


스탠드만 돌리면 월 24000원, 벽걸이까지 함께 돌리면 월 34000원이라니,

저 에너지 소비 효율을 구하는 방식이 하루 평균 7.2시간을 가동하는 것이 기준이라니까

하루에 7.2시간씩 돌릴 때의 금액을 거꾸로 환산해 보면... 월 200~250kWh 정도 된다는 말.

(누진제를 고려하지 않고 에어컨만 돌린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금액이었겠지 물론! 그걸 감안하고...)


우리 집에서 여름에 사용하는 평균 전기 사용량이 월 240~250kWh 정도니까

하루 4시간 정도 돌리면 월 150kWh, 즉 합계 390~400kWh 이상은 더 안 나오겠지?

하루 3시간만 돌리면 월 100kWh 이하, 즉 합계 340~350kWh 이하도 가능하겠지?

(ㅆㅂ... 돈으로 따지면 150kWh 더 쓰면 45000원, 100kWh 쓰면 29000원 더 나온다.)


이런 생각으로 한 며칠 간 일단 시험 삼아 하루 4~5시간 정도 에어컨을 돌려 봤는데...




세상에!

그 달 전기 사용량이 무려 318kWh나 나왔다.

20일에 설치하고 그 달 전기 검침일이 23일이었으니까 단 3일만에 70kWh 정도를 더 썼다는 것.

하루에 20kWh 이상씩이나??? 으잉?




"정격"이라는 것이 전기를 풀(Full)로 쓸 때 사용하는 개념의 용어라고 하고...

스탠드, 벽걸이 두 에어컨의 정격 소비 전력을 합치면


1800W + 550W = 2350W


이니까, 시간 당 2.35kWh를 그대로 다 쓴다 쳐도 20kWh를 쓰려면 거의 8.5시간을 돌려야 나오는 수치인데,

벽걸이는 어쩌다 한 번씩만 가동했고, 스탠드만 4~5시간 돌렸을 뿐인데 이건 뭔가 좀 이상하다.

말도 안 되는 결과다!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나 싶어

그 이후로 한 열흘 간 전기 계량기를 매일 살펴봤더니 실제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마 뭔가 에어컨 말고 다른 이유로 전기를 더 쓴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한 시간씩 하루 평균 3번 정도 돌렸을 뿐인데도

에어컨을 설치하기 이전에 비해 하루 평균 7~8kWh씩은 전기를 더 먹는 것 같다.


이건 즉... 거의 정격 소비 전력을 풀로 다 쓴다는 얘기인 듯.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의 설명에 의하면... 온도를 낮출 때는 "정격"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온도가 다 내려간 다음 일정 온도를 유지할 때 "최소"~"중간" 정도 전기를 사용한다고 하니...)

계속해서 7.2시간을 가동(정격->최소->중간->최소->...)하는 것이나,

틈틈이 2~3시간 가동(정격, 정격, 정격)하는 것이나 실제 소비 전력량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얘기.




제길 자주 가동하긴 어렵겠다. 이놈의 전기 누진제, 즉 전기세... ㅆㅂ

하루 7.2시간은 꿈도 못 꾸고, 2~3시간만 돌려도 월 200~250kWh는 쓴다는 얘기 아닌가!




==========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나 어제가 검침일이었는데

어제 저녁에 퇴근하면서 계량기를 확인해 보니 지난 달 1346에서 어제 1788,

딱 한 달 만에 442kWh 썼다. 돈으로 따지면 10만원이 넘는다. 250kWh일 때 2.5만원이니까 4배!!!

(이번 누진제 완화분으로 계산하면 8만원쯤 나오니까 약 2만원 이상은 절약되는 셈이지만

겨우 200kWh 정도 더 썼다고 요금이 4배 이상 오르는 건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올해에는 기필코, 꼭 이 거지 같은 전기 누진제 없어져라, 쫌!)


한 낮에 더울 때 1시간,

저녁에 1시간,

새벽에 열대야로 너무 더워 참을 수 없을 때 1시간,

이렇게 그 동안 하루 평균 2~3시간, 많을 때 4시간 정도 에어컨을 가동해서 200kWh 더 나왔으니까,

결국 하루 틈틈이 평균 3시간 정도 돌리면 에너지 소비 효율 표에 나온 만큼 딱 쓰게 되는 셈.




ㅆㅂ... 에어컨, 돈 먹는 하마가 확실하다.

그나마 1등급인데도 이럴 진대, 2~3등급은 어떨까? ㅎㄷㄷ


그래도

나날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최악의 올해 여름은

에어컨 덕분에 그나마 덜 덥게 나고 있다...

(시원하게, 가 아니라 덜 덥게, 라는 것이 정말이지 가슴 아프다. ㅆㅂ 전기 누진제!!!)



돈은 많이 들었지만 에어컨을 산 것은 역시 잘 한 일인 듯 싶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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