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로이킴의 "봄봄봄".

그 표절대상은 바로 어쿠스틱레인의 "Love is Canon" 이라는 곡이다.


어쿠스틱레인, 이 분 이름은 몰랐지만(사실 이게 가수 이름인지도 몰랐다) 노래는 꽤 오래전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작년쯤부터. TV도, 인터넷도 음악청취하고는 별 관계없이 살고 있는 내가 대체 어디서 들었던 걸까?


여기다 굳이 두 노래를 링크걸어 비교해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난 사실 두 곡이 얼마나 같은지 다른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없다.

그냥 듣고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면 그저 만족하고 감사할 뿐.


아무튼, 어제, 일요일 낮에 쏟아지는 빗소리와 함께 로이킴의 "봄봄봄"을 지나가는 곡으로 들었는데,

그 맑고 청아한 음성에 아주 귀가 번쩍 뜨여서, 한번 더 찾아듣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었다...


그래, 어제 듣고서야 노래 제목이 "봄봄봄"이고 로이킴이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좀 더 오래 전이고, 그 때 처음 들었을 때, 아, 이거 뭔가 어디서 들었던 노래하고 비슷한데... 그 노랜가... 라고 떠올렸던 기억은 어렴풋이 있다. 특히 첫 소절 부분과 마지막 후렴구 봄봄봄 보보봄봄봄... 어쩌고 하는 부분의 가락이.


두 노래가 다른 거였었구나... 지나가듯 한두 번 듣고 말았던 노래라 이번 표절 논란글을 보기 전까지는 다른 노래인 줄도 몰랐다.

다운받아서 정식으로 한번 들어보고 비교해봐야겠다.




- UPDATED: 제대로 두 곡을 나란히 들어봤다. -


들어보니 기껏해야 앞 부분 약 두~세마디가 상당히 비슷할 뿐이구만.

표절이 되려면 두 소절 이상이 유사해야 한다는 소릴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이건 그렇게 따져보면 한 소절도 안 비슷하다.

시작 박자도 엇박자 한 박자가 다르고, 전혀 완전히 다른 노랜데???

다만, 첫 도입 부분의 한 마디 반 정도의 음정이 거의 똑같은 점이 이번 표절 논란이 된 부분 같다.



그런데... 원곡으로 꼽히는 노래가 카논 변주곡 또는 요한 파헬벨의 카논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곡이라...

누가 누구곡을 표절이라 하긴 좀 민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니불내로냐? 하면 할 말이 없으니까.



그나저나, 많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고,

또 미국 중심의 언어에 길들여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심지어 가수까지 표기를 잘못하는 걸 보고 나니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써본다.


뭐냐하면, "Canon"에 대한 표기 말인데...


뭐, 한글로야 "카논"이니 "캐논"이니 어떻게 쓰든 그런갑다 하지만

영어로 "Canon"이라고 쓰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건 뭐 카메라도 아니고...

심지어 어떤 무식종자는 아예 "Cannon" 이라고 음악을 대포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더라만...


>> 참조: 위키피디아 - 카논


위 참조 URL에서 보듯,

원래 영어 "Canon"이란 단어는, 음악 장르에 대한 일반 명사로 쓸 때는 걍 한국말로 "돌림노래"와 비슷한 개념으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카논 변주곡"이나 위 노래 "Love is Canon"에서 걍 일반 명사인 "Canon", 즉 "돌림노래"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쓴 걸까?


아니다.


>> 참조: 요한 파헬벨 - 카논(Kanon)


바로 Johann Pachelbel이 작곡한 《세대의 바이올린과 통주저음을 위한 카논과 지그 D-장조(Kanon und Gigue in D-Dur für drei Violinen und Basso Continuo)》, 약칭 "Kanon"이라는 곡을 가리키는 의미에서 쓴 말일 것이다.


뭐, 음악 장르 "Canon"이 독일어로 "Kanon"인 것은 그다지 덧붙일 필요도 없는 말이겠지만,

이미 "Kanon"이라는 용어는 Johann Pachelbel 곡의 고유명사처럼 독일어권 이외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 "Kanon"은 독일어다. 영어에서 "C"를 "K"로 잘못 쓴 오타가 아니라.


무슨 말이냐면, 이 요한 파헬벨의 카논을 가리킬 때는 "Canon" 이라는 애매한 영어로 쓰면 안된다는 말이다.


일찌기 George Winston도 피아노 독주 편곡 음반을 발매하면서 "Variations on the Kanon" 이라고 정확하게 "Kanon"이라고 썼다. 이 표현의 의미는 대략 "Johann Pachelbel의 Kanon 곡에 대한 변주곡" 정도 되겠다. 만약 이것을 "Canon"이라고 쓰게 되면 그 의미는 전혀 달라지게 된다: "Canon 장르곡에 대한 변주곡" 정도로. 어떤가? 이렇게 쓰면 Johann Pachelbel이 살아 있었다면 표절로 시비를 충분히 걸 수 있지 않았을까?


"Love is Canon" 역시 마찬가지다. Johann Pachelbel의 "Kanon"을 참조했든, George Winston의 "Variations on the Kanon"을 참조했든 "Kanon"이라고 써야지 "Canon"이라고 쓰는 건 명백한 실수이자 잘못이다. 더욱이 알고도 그렇게 썼다면.


뭐, 꼭 표절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용어의 정확한 사용에 대한 얘기였다. 끝.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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