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새해 겸 제사 겸 방문하기 위해 이틀 비운 사이 영하 14도~17도를 오락가락하는 한파가 서울을 강타하고...


간밤에 돌아와보니 미리 알고 있었던 한파 예보에 혹시나 싶어 끄지 않고 "외출"로 설정해두었던 집 보일러가 "01 점검"만 뜨고 아무리 해도 동작하지 않는 것이었다. 부릉부릉 시동만 걸다 꺼질 뿐. 제길. 실내온도 16도. 발이 시리다. 애들은 춥다고 소파위에 올라앉아 외투를 껴입고도 오들오들 떨고 있고. (희한하다. 실내온도 16도면 좀 싸늘하다 싶을 정도의 시원한 기온인데 얼어붙을 것 같은 이 추위는 뭘까... 온도계 고장인가...)


부랴부랴 보일러 껍데기에 적힌 귀OO미 거꾸O 보일러 전화번호 두 군데(우리 동네 담당인듯)로 전화를 걸었지만 안받는다. 폐업일까, 파업일까, 성업일까? 아무튼 제길, ㅈㄸㄸ! 대표전화로 걸어서 와달라고 해야하나? 해봤자 꽝일텐데... 걍 동네 수리점을 알아볼까? 이 늦은 밤에?


어라?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보일러 정기점검받았다는 증표인 점검필 딱지가 2011년도가 마지막이었다. 1년 이상 점검도 받지 않고 걍 쓰고 있었던 것... 왜 2012년에는 안왔을까? A/S 기간이 지난걸까, 왔는데 없어서 건너뛴걸까? 아무튼... 이거, 정말 고장이라도 난걸까?


이 상황까지 몰리자 숨어있던 공대생 모드 간만에 출현! 껍데기 뜯고 이곳저곳 졸라 크게 뜬 눈으로 관찰...

근데 암만 봐도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


이럴 땐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1. 날씨가 춥다.

2. 보일러가 안 돌아간다.

3. 고장? 그런데 시동은 걸린다. 잘 모르겠지만 점화통에 불도 일단은 잘 붙고 잠시지만 뭔가 정상 동작하는 듯 하다.

4. 그렇다면 연료(도시가스)가 나오다 끊기거나 끓일 목적물이 없기 때문일 것 같다.

5. 가스렌지 틀어보니 연료는 세차게 잘 나온다.

6. 결론은 들어갈 물이 얼어서 안들어가고 있기 때문일 확률 99%다. 설마 가스관이 얼었을 리는 없겠지.


한의사가 진맥하듯 수도관들을 찬찬히 꼼꼼히 만져봐도 언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짜짠! 만능 도구 드라이기 등장. 꽁꽁 언 발에 가끔 뜨거운 바람 쐬어주면서 20~30분간 보일러로 들어가는 냉수관 쪽 전체를 골고루 가열. 그래도 작동이 안된다. 으쩌까잉...


마지막 시도. 보일러 내부에 숨어있는 수도관들에도 구석구석 뜨거운 바람 폭풍 10분간 작렬!




...




오오오! 돌아간다! 불이 확 하고 붙어서 안꺼지는구나! 돈벌었...



보일러가 있는 실내 베란다에서도 물이 어는구나. 첨 알았다. 겨울만 되면 가스비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오는 이유가 거기에도 있었군.

그런데 같은 공간에 있던 세탁기쪽 물은 왜 안 얼었을까? 무한 건축 구조의 신비!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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