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도 1, 2, 3 - 창해출판사 (2001-10) (읽음: 2001-12-16 11:24:43 AM)

- 박현 장편소설

 

- "소설가라고 누구나 '존재의 진정성'을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장바닥을 떠돌며 세상 얘기, 거짓말을 전해주고 박수를 받던 이야기꾼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소설가이다. 

출판사 소개에 의하면 대중성과 작품성을 잘 배합했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줄타기를 잘했다. 무협소설의 독자라면, 무협소설이 가지는 소재, 구성의 빈곤함 때문에 싫증을 느낀 일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무협과 무술, 그리고 남녀의 사랑이라는 무협지 특유의 소재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그외의 것, 요동에서 펼쳐지는 한족, 여진족, 고려인의 갈등과 암투, 왜구의 등장, 무협지답지 않게 다듬어진 문장 등은 유쾌한 덤이다.

영화화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흥행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생사의 가파른 고비를 일상으로 넘나드는 떠돌이 칼잡이들... 그러나 단지 검술이나 칼부림 따위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이다. 삭막하고 스산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또한 황야를 떠돌아다니는 고독한 칼잡이와 다름없으리라! 이번에 창해에서 펴낸 『야도(野刀)』는 스케일 크고 힘있는 남성소설의 새로운 등장이다. 

그동안 출판시장에서 소설의 트렌드를 이루었던 가족과 사랑과 불륜이라는 사적이고 미시적인 주제를 벗어나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떠돌이 검객들을 통해 민족과 사랑과 의리와 고독과 비애를 유장하게 그려냈다. 특히 중국 무협소설을 뛰어넘는 재미와 인물형상화는 본격소설의 범위를 한 차원 높혔다.

이 소설은 생사의 가파른 고비를 일상으로 넘나드는 떠돌이 칼잡이들의 이야기를 강렬하고 원색적이고 극명하게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하지만 단지 검술이나 칼부림 따위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격동하는 시대의 파란 속에 명멸해가는 야성의 인간들, 사내들의 시금털털한 땀 냄새와 여인들의 비릿한 살 냄새. 

그들의 끈적거리는 정념과 욕망과 쟁투와 통한과 기원이 장대한 만주 땅을 배경으로 호쾌하면서도 비장미 넘치게 펼쳐진다.청나라는 정묘년과 병자년에 조선을 짓밟아서 온통 쑥대밭으로 만든 뒤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수만 명의 조선인들을 사로잡아서 요동으로 끌고 갔다. 

그때 끌려간 조선인들(무린, 해동청, 백추상), 청나라에 빼앗긴 명나라를 되찾자는 복명회(용부인, 외팔이), 옛조선의 땅인 요동을 되찾으려는 다물계(청포인, 죽도사), 비적 떼의 산호접, 청나라 총병부의 감찰사령(타르간) 등이 서로 옛 마적 떼의 두목이 숨겨둔 사금포의 위치를 아는 난사를 빼앗고 빼앗기며 보물을 찾아가는 모험이 소설을 이끌고 가는 큰 줄기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영웅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그들은 서로 같은 편이었다가 적이 되기도 하며 사랑하고 미워하고 질투하며 드라마틱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난사의 잃어버린 유년의 기억에 의지해 사금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처럼 오락적 재미를 준다. 처음에는 단지 사금포를 찾아나선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중에 겪는 모험과 만나게 된 사람들을 통해서 각각의 인물들은 인격적 성숙을 거두어간다. 

광활한 만주땅을 배경으로 사랑, 배신, 모험, 음모, 섹스, 질투, 의리, 시대적 아픔 등등의 요소가 하나도 빠짐없이 담겼으며 스피디한 전개와 탄탄한 구성과 살아 펄떡이는 문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또한 특징있는 캐릭터들의 활약도 매력적이다." (Yes24 책소개글)



- 김진명이나 이현세 류의 극우적 딸딸이 정도는 아니지만 그에 필적할 만한 '쓰레기'다. 중국의 대중장르인 무협소설이 한국의 3류 소설가에 의해 어떻게 쓰레기로 변화될 수 있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 


- 칼부림, 섹스가 이 소설의 전부이다. 간간히 나타나는 시대적 배경이나 민족정서의 자극 같은 것은 양념일 뿐이다. 완죤히 쓰레기다. 다행히 싼 가격에 책을 구입했기에 망정이지 정말 심심풀이 땅콩에 엄청난 거금을 쏟아부을 뻔 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 대중성과 예술성의 절묘한 조화? 기가 막힌다. 이야기의 전개는 나름대로 무리 없이 잘 꾸며져 있고 긴박한 상황전개도 잘 표현되어 있긴 하다. 그런다고 쓰레기가 달라지랴... 

- 딱 하나,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그저 그런 소설이다. 다만, 나중에라도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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