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강준만 칼럼/4월 16일] 사교육에 대한 착각과 오해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공교육의 경쟁력이 사교육의 경쟁력을 능가하지 못하는 한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 교수께서 지난 4월 1일자에 쓰신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교육공약>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하신 말씀이다. 이 칼럼에서 배운 게 많았다. 감사 드린다. 다만 오래 전부터 이 주장에 이의를 제기해온 사람으로서 이게 공론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논의를 좀더 진전시켜 보고 싶다.

 

■ 공교육의 사교육 능가는 ‘꿈’

 

공교육의 경쟁력이 사교육의 경쟁력을 능가하는 게 가능할까? 이는 공기업의 경쟁력이 사기업의 경쟁력을 능가하는 게 가능하냐는 물음과도 통한다. 그건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나의 답이다. 공교육의 본질이자 장점은 경쟁력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백 교수가 그런 현실을 모르고 하신 말씀은 아닐 게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발상의 전환을 해서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야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역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아무리 높인다 해도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줄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학입시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모든 학부모의 공통된 소망은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명문대의 정원은 제한돼 있다. 누군가는 붙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떨어져야 한다. 이 1차 관문에서의 ‘승패(勝敗) 효과’가 크지 않다면, 즉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음 순위의 대학에 들어가 1차 실패의 비용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다면, 1차 관문 통과에 모든 걸 걸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지방에서 학생 부족으로 문을 닫는 대학들이 속출한다 해도 사교육 수요는 줄지 않게 돼 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될망정 사교육은 일단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삼아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교육 경쟁력 강화의 혜택은 공교육을 받는 모든 학생들에게 다 돌아가기 때문에 명문대 입학을 전제로 한 사교육 수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돼 있다. 왜 우리는 이 간단한 이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지난 2005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은 “사교육은 특별히 욕심을 내서 특별한 재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대학을 가기 위해, 필수 과제를 위해 사교육을 받는 일은 10년 내에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주장이다. 대통령부터 이런 어이 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으니, 노 정권 하에서 사교육비가 폭증한 것이다.

사교육은 특별히 욕심을 내서 특별한 재능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별 욕심이 없더라도 10대 후반에 한번 치르는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엽기적 경쟁 시스템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일 뿐이다.

 

■ 경쟁의 병목현상부터 없애야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차별적 지원 정책으로 명문대의 수를 수십 개로 늘려 기존 ‘간판효과’를 약화시킴으로써 ‘경쟁의 병목현상’을 타개하는 것이다. 혹자는 “한국의 문제점은 교육투자를 중점적으로 하지 않고, ‘나눠먹기’ 방식을 취한다는 점”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학별 특성화 전략과 연계시키면 그런 문제도 피해갈 수 있다.

정부가 대학별 특성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 명문대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거의 모든 정책 결정자들이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 하고 있다.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점도 기피 이유다.

이 대안은 학자나 시민단체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모두 다 조급증에 들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사교육 문제를 이념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사람들도 있어 문제의 진상 파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사정이 이와 같으니, 사교육은 우리의 숙명인가?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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