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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땅 고향에서 MB의 '살인속도전'을 생각한다 
[손호철 칼럼] '제2의 살인' 막을 수 있는 건 여러분뿐입니다
기사입력 2009-01-26 오전 10:40:29

 

설입니다. 강추위에 많은 지역에 눈까지 내려 고향 가는 길에 고생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어쨌든 조상님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고향의 정이 듬뿍 실린 떡국은 드셨는지요? 고향의 부모님들께 세배도 드리고 오랜만에 친지들과 만나 돌아가는 세상이야기도 나누며 화투도 치셨는지요? 그러시다면 다행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는 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당연한 일상적인 기쁨마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촛불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차가운 감옥에서 설을 보내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촛불시위 진압을 거부하고 부대를 떠났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는 젊은 의경도 있습니다. 미네르바라는 한 청년은 한국경제에 대해 예언가적 글을 썼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설을 맞고 있습니다. 사방에는 경제위기와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생계가 막막해 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자들, 임금체불에 고향도 가지 못하고 절망에 빠져 있는 노동자들, 임금체불을 당하고도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단속반을 피해 숨어 살아야하는 불법체류자들이 설을 잊은 채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경기침체에 문을 닫거나 문을 열고 있어도 장사가 안 돼 신음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강제철거로부터 장사터를 지키겠다고 철거현장의 망루에 올라간 70대 자영업자, 자신의 장사터가 철거당한 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기 위해 철거현장에 달려왔던 한 철거민, 국민을 테러 등으로부터 지키는 경찰특공대 대원 등 6명의 생명은 MB정부의 무모하기 짝이 없는 '용산 속도전 살인 진압작전'에 의해 까맣게 타버린 시신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결과 이들의 억울한 영혼들은 귀향열차에 몸을 실어야 했을 용산역 하늘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

 

사건도 사건이지만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은 정부의 대응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적 분노에도 불구하고 진압작전을 직접 승인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조기 사퇴시키지 않고 버티기를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사태의 책임을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철거민들에게 있는 것으로 몰고 가고 있고, 신지호 의원 등 한나라당은 한술 더 떠 철거민들의 생존권 투쟁을 도심 자폭 테러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이들의 싸가지 없음에 이들과 한 나라 안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구역질이 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주장은 지난주 저의 '폭력을 다시 생각한다'(2009년 1월 19일자)에서 지적했듯이 구조적 폭력을 은폐하고 이에 저항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직접적 폭력만을 문제 삼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생각하지 않은 재개발 정책과 MB의 살인속도전 진압작전이라는 구조적 폭력을 보지 못 한 채 철거민들의 화염병 저항이라는 직접적인 폭력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일제의 억압이라는 구조적 폭력을 보지 못하고 안중근 열사의 저격이라는 직접적 폭력만을 문제 삼는 것과 매 한가지로 잘못된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정부의 이념공세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60%가 이번 비극은 과격시위를 벌인 철거민보다도 무리한 진압을 강행한 경찰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보다 더 많은 68%의 국민들이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이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통치라고 답했다는 사실입니다. 역시 대중은 현명합니다.

 

사실 김석기 청장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는 다만 속도전, 돌격전이라는 MB의 국정철학을 충실하게 수행한 죄밖에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참사는 속도전, 돌격전이라는 MB의 밀어붙이기식 통치가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비판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 청장을 조기 사퇴시키지 않고 보호하고 있는 대통령의 처지를 엉뚱하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임을 진다면 이번 사건의 몸통인 이 대통령이 져야지, 왜 꼬리에 불과한 김 청장이 져야 합니까?

 

여러분들이 이번 용산참사에서 보여준 MB정권의 살인속도전, 학살속도전에 분노하셨다면, 그리고 이번 참사에 대한 MB와 한나라당의 대응에 분노하셨다면, 오만한 MB와 한나라당을 어떻게 심판하고, 어떻게 재갈을 물릴 것인가에 대해 친지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올라오시기 바랍니다. MB정권의 제2, 제3의 살인 속도전, 학살 속도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우리의 고향은 생명을 품고, 생명을 살리고 키워온 생명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패스트 푸드, 속도전과는 대비되는, 어머님의 사랑과 정성이 만들어낸 슬로우 푸드, 슬로우 라이프의 보루입니다. MB정권의 제2, 제3의 살인 속도전, 학살 속도전, 나아가 경쟁과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잃어버린, 생명을 지키고 키우는 고향의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입니다. 생명의 보루 고향의 기를 온몸에 흠뻑 받아오셔서 제2의 촛불을 준비해야 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오는 길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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