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페이스북에 누군가가 쓴 93년 전노 체포 결사대의 연희동 진격 투쟁 이야기를 보고 문득 든 생각...
92년 입학 이후 94년, 아니 95년 6월 명동사태에 이르기까지 내 주위에서 시위는 끊임없이 벌어졌다. 많게는 한 달에 서너 번 이상에서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벌어졌으니... 같은 시기에 입학한 다른 학교나 다른 지역 동기들과 얘기해 보면 나와 과연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싶은 적도 많았을 만큼... 시위가 많았다. 하긴 등록금 인상 반대 같은 학내 시위부터 신촌 노점상 철거 반대 시위에 전노 체포 연희동 진격 투쟁, 전대협 출범식 등등... 하필 내 주변에서 끊임없는 이슈들이 생겨 났었으니.
나 역시 입학 이후 새내기 한 학기 정도의 관망 시기 이후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위에 참가했었고, 때론 앞장서서 "꽃병"을, 돌을, 때론 "빠이"를 휘두르기도 했었다. 수없이 쓰러졌었고, 수없이 다쳤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시대에 당했던 배신감에다가, 누군지 모를 무언가에 대한 끓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도 했고, 최루탄에, 사과탄에, 지랄탄에 픽픽 쓰러져 가는 동료들이 안타까워서였기도 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그런다.
민중가요가 촌스럽고, 구호가 생경하며, 연단이 부담스럽단다. 그들만의 리그에 거리감이 느껴진단다.
맞다. 나 역시 지금은 그러니까.
생업이 바쁘단 이유를 핑계삼지만 나 역시 그런 면이 없잖아 있다.
그런데...
그런 "주최자"가 없으면 모일까? 모일 수 있는 시대일까?
또, 모으기만 하고 냅두면 그곳에서 자발적으로 뭔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또, 집회가 참신하고 재미있으면 더 많이 모이게 되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한편으로는 그렇지, 하면서 공감이 가다가도 한편으로는 정말...
웃프다.
시위는, 집회는 물론 더 많이 참여할 수록 좋긴 하지만 많이 참여하게 하는 것이 목적일 수는 없다.
즉, 더 많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시위를, 집회를 참신하게 할 이유는 없다.
시위는, 집회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의 세를 과시하는 단합대회가 아니다.
시위를, 집회를 하는 이유는
답답하니까. 학교에, 회사에, 집안에 앉아 있는 것이 답답하니까 모이는 것이다.
뭐라도 외치고, 눈 가린 사람들에게 뭐라도 보여주고 싶어서 모이는 것이다.
저항이 없는 시대에 저항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다.
단 한 명이 하더라도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깊은 울림이 있다면
수천 수만 명이 하는 그저 참신하기만 한, 재밌기만 한 단합대회나 야유회보다 낫다.
오래 전에 여기에 썼던 글이 문득 보였다.
>> 참조: 폭력시위... 왜? (http://thermidor.tistory.com/882)
처음부터 폭력시위라는 것은 없다.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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