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를 "쓰리디"라고 읽는 사람 vs "삼디"라고 읽는 사람
5G를 "파이브지"라고 읽는 사람 vs "오지"라고 읽는 사람
이 문제를 어느 것이 맞다 안맞다의 문제로 바라보면 안된다.
왜냐하면 맞고 안맞고의 문제가 아니니까.
설사 국립국어원에서 어느 것이 더 적합하다고 한들(할 리도 없겠지만), 그게 정답일 수는 없다.
그런데,
모든 표기는 그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발음이 있다.
꼭 그렇게 읽어야 한다고 강제하지는 않지만 소통을 위한 일종의 약속 비슷한 것으로,
혹시 처음에는 달랐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발음으로 정리가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신조어 표현들을 잘 들여다 보면,
1. 되도록이면 세 글자 이하의 단어로 표현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고,
2. 영어 표현을 가장 선호하며,
3. 한자 표현을 그 다음으로 선호하고,
4. 순우리말 표현은 가장 순위가 떨어진다.
세 자까지는 그대로 잘 읽고 쓰는데, 세 자가 넘어가는 순간 그대로 읽고 쓰기보다 줄임말을 쓰거나
없으면 만들어내서라도 줄여 쓰려는 경향이 대단히 강하다.
단적인 예로, 바른정당은 바른당,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 혹은 더민당으로 줄여 부르는 것이 그것.
그런데 정의당은 그대로 정의당으로 부른다. 세 자는 더 줄일 이유가 없으니까.
위 3D, 5G의 경우를 보자면
3D는 "쓰리디"와 "삼디" 둘 다 1번을 충족하지만 2번 우선 순위에 따라
"쓰리디"로 표현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정리된 것이고,
5G는 같은 이유로 "파이브지"보다 "오지"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너무 최근 용어라 아직...)
데이터베이스 중 가장 유명한 데이터베이스인 Oracle 버전을 표현할 때도
Oracle 10g에서 10g를 "텐지"라고 표현하며 "십지"라고 부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Oracle 11g는 "일레븐지"로 부르지 않고 "십일지"라고 부른다. 1번 우선 순위 때문이다.
F16, A10, AH-1H, UH-60
항공기 명칭에서도 이런 경향성이 잘 나타난다.
"F십육", "A텐", "AH원H", "UH육공"
식스틴보다는 십육을, 십보다는 텐을, 일보다는 원을, 식스티보다는 육공(또는 육십)을 선호한다.
경상도 사투리의 법칙처럼 아직 법칙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경향성을 눈여겨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다.
조금 다른 예이긴 하지만 Orange라는 글을,
누구는 어륀쥐, 누구는 오란제, 누구는 오렌지(또 누구는 델몬트)라고
저마다 다 다르게 읽고 발음한다면 의사소통이 깔끔하고 쉽게 될 리가 있겠는가?
이건 한 나라 한 문화권 내에서의 소통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두루 쓰이고 있는 표현대로 따라 쓰지 않는다는 것은
1. 몰랐거나 2. 고집이 세거나 둘 중의 하나다.
1. 모르는 경우는 문제 없다. 모를 수도 있지 뭐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나?
이 경우에는 "아, 잘 몰랐다. 다음부터는 제대로 읽겠다" 이러면 끝.
그런 것도 모르다니 어쩌고 하며 꼬투리 잡는 사람들이 많다면 잠시 시끄러울 수는 있겠지만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고, 읽고 쓰는데 지장 없지만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실제 말로 표현할 기회가 없어 그렇게 소리내는 건지 잘 몰랐다"고 쿨하게 인정하면 금방 잠잠해진다.
2. 고집이 센 경우는 좀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
바로 소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생각이 별로 없거나
천상천하유아독존, 독선적인 성향으로 매사에 자기 의견이 옳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런 사람이 내 보스라면 으... 상상하기도 싫다.
자, 당신은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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