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바로 뒷 서버인 #96과의 시공전쟁(Void war)이 벌어졌다.
몇 주 전부터 참여할 사람 모집해서 맹원으로 받고, 불참할 인원들 정리하면서
엄청나게 준비를 했다. (엄청나게, 라고 하니까 뭔가 많이 한 것 같은데, 실제로 한 일은... 그리 없다.)
결국 마지막에는 80명 넘는 인원의 참여 약속을 받아내면서 시공전쟁은 시작되었는데...
(100명 전원 물갈이가 목표였는데 거기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처음엔 풀가속 공격으로 진행하다 보니 많이 합류하지 못해서 25명으로 시작했고...
(덕분에 몇 달 모은 병력을 한방에 날려 먹었다. 저 한번의 전투에서 내 10티어 궁병 9만이 산화...ㅜ,.ㅜ
리플레이로 돌려보니, 동시에 전투에 돌입하지 못하고 처음 부대와 두번째 이후 부대들 간에 시차가 좀 있어서 첫 부대 앞 대열이 순삭당하고 뒷 대열이 두들겨 맞고 있을 때 합류가 되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이어서 점점 많아져서 최고 67명까지 동시에 전투 대열에 합류했다.
오오오 67부대 14백만명!!
그런데도 결과를 보면 가볍게 이기지는 못했다. 거의 1:2~1:3의 비율로 아군도 피해를 꾸준히 입었다.
대규모 병력이 참전한 것에 비하면 피해가 상당히 큰 편.
적들의 티어도 상대적으로 높았고, 목표 성에 병력도 많았다.
그래도 쪽수로 밀어 붙이는 데에는 장사가 없는 법, 거의 일방적인 분위기... 참 좋았다.
어쨌거나 이 정도 스샷만으로 보면 우리 서버가 월등히 압도한 것 같아 보이지만, 결과는...
졌다...
그것도 두 배 가까운 큰 점수 차이로 졌다.
패배의 원인은, 내가 보기엔 이렇다.
1. 우리 서버는 전쟁 대비에 안일했고, 방어에 취약했다. 시공전쟁이 시작되면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성들은 24시간 보호막을 쓰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건만, 보호막을 쓰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공격 당한 성들이 너무 많았고, 공격 당할 때 합방 인원도 턱없이 부족했다.
2. 대규모 인원 모집에만 집중하느라 대규모 인원의 가장 큰 단점, 빠른 집중력 저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적들의 방어 기술, 전체 보호막(Shield All)을 두어 번 겪고 나니 우왕 좌왕... 공격 목표를 잃고 급기야 "free for all"을 외치고 산발적으로 공격하다 손실을 입기도 했고, 전투를 마칠 때는 일사불란하게 보호막을 쓰고 빠져나왔어야 했는데 승리에 도취되어 아무렇게나 빠져나오다가 그 틈을 노린 적들의 가속 공격에 막판 뒤치기를 심하게 당했다.
3. 대규모 인원이 모였을 때의 또 하나의 단점, "나 하나만"이라는 인식으로 방어/소모 병력인 보병을 넣지 않고 궁/법사 위주로만 참여한 인원이 많았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체 공격일 때 누가 먼저 목표에 도달해 전투를 치르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모두가 최소한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숫자(5만 이상)의 보병/기병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 방어에 특화된 앞 대열 보병/기병 라인이 무너지면 방어가 엄청 약한 뒷 대열은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줄줄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뒤늦게 보병이 충원되어봤자 전투 끝날 때까지 멀뚱멀뚱 구경하다 나중에 겸연쩍게 지놈들만 멀쩡히 살아서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4. 공격 목표 선택에 신중하지 못했다. 전투력 높은 성 위주로 목표를 삼다 보니 방어가 너무 강했다. 처음에는 부담없이 공격할 수 있는 자잘한 성들 위주로 공격하면서 충분히 적 합방 병력들의 부상을 누적시켜 계속적인 참여가 어렵게 만든 이후에야 전투력 높은 성들을 공격했어야 했는데, 처음부터 숫자만 믿고 너무 소모전을 치뤘다. 그게 결국 빠른 이탈과 집중력 저하로 이어졌고, 압도적인 숫자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이기지 못한 원인이 됐다.
시공전쟁이든 어떤 전쟁이든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듯 싶다.
먼저, 적들의 전체 보호막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20~30명 정도 "중간 규모"의 게릴라 부대로 사전에 미리 한번 휘저어 전체 보호막을 소모하게 만든 다음, 대규모 인원이 들어가서 공격해야 공격의 흐름이 끊기지 않을 수 있다. 혹 그게 안된 경우에는 자잘한 성이나 채집장을 대상으로라도 단체공격 연습을 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보호막을 쓰지 않고 있는 여타 아군 성들은 본격적으로 적들에게 공격 당하기 전에 아군이 먼저 공격해서 제로잉(zeroing)시켜둘 필요가 있다. 내 취향도 아니고 좀 잔인하기도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 다음으로는, 적들이 공격올 때 맹탈 합방으로 힘과 자원을 분산/소모하기보다, 적들이 공격하고 있는 타이밍을 노려 역공을 하는 것이 훨씬 좋다. 풀가속 공격이라면 적 인원의 절반만 되어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 (사실 이건 인원과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내 취향은 일단 맹탈 합방쪽은 아니다. 우리 연맹이 아닌 성이 공격당하고 있으면 그 성은 당할 만 하니까 당하는 것이므로 방어해 주지 않겠다는 입장에 가깝다...)
마지막으로는, 다음의 원칙과 약속을 지키도록 강제해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
1. 공격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반드시 보호막을 쓸 것. 시공전쟁이 시작되면 평상 시에 늘! 그리고 공격 종료 후에도 필수! 그리고 부캐는 해외상인에게서 24시간 보호막을 보석 720개(정가는 900개)에 저렴하게 미리미리 구입해 두고 시공전쟁 직전 또는 직후에 반드시 24시간 보호막을 쓸 것.
2. 적지에서 오프라인으로 가지 말 것. 1분 이상 접속을 못할 상황이면 반드시 아군 서버로 복귀할 것. 이런 하찮은 이유로 연맹 탈퇴(맹탈 합방)가 안되게 만들어 남들의 발목을 잡으면 매우 곤란하며 만인의 지탄을 받게 됨을 명심할 것.
3. 전투에 참여한다고 약속하고 실제로 참여하지 않은 인원은 맹탈시키고, 다음 전투부터는 반드시 배제할 것. 전쟁 게임에서 가장 불필요한 유형의 인원.
4. 타임어택(timed, time-sync. attack) 시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인원도 전투에서 배제할 것. 첫 부대와 두 번째 부대 사이에 5초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 아군 전체에 극심한 피해가 발생 가능하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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