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et Explorer 10에서 ActiveX가 실행되지 않을 때

나름 얼리어댑터 부류라 생각하던 내가 Internet Explorer 10에 한해서는 상당하다 할 정도로 설치하기 망설였던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 두 가지였다. (남들보다 물건 빨리 사고 뭐 이런 얼리어댑터 아님, 신기술에 대한 적응력 차원.)

1. 각종 통신사, 보험사 등에서 보내는 이메일 명세서 같은 보안 메일을 열 수 없다.

2. 은행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없다.

두 이유의 공통적인 더 근원적인 이유는 ActiveX가 동작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꽤 오래전 얘기지만. 분명히 지금은 제대로 ActiveX가 지원된다. 아니, 원래 지원되는 게 맞았다.

어쨌든, 그래서 지금껏 계속 IE 9 버전을 고집하며 (사실은 별 생각없이, 실제로는 크롬을 메인 브라우저로 쓰고 있으니까) 살아왔는데, 인간적으로 IE 9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

그러다가 HTML5 관련 스크립트 엔진을 사용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너무너무 느려서, 진짜 속터지게 느려서,

특히 Exchange OWA 2013을 브라우징하기엔 크롬에 비해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느려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 할 일이 많아서

오늘 아침에 확! 충동적으로 IE 10으로 올려버렸다.

(이것도 우여곡절이... IE 9를 이용해서 접속한 Microsoft 공식 Internet Explorer 10 홈페이지에서는 업그레이드 버튼이 0.1초 정도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져버려서 업데이트를 할 수가 없었다. 이건 하라는건지, 하지 말라는건지... 아무튼 수십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클릭에 성공, 설치할 수 있었다.)

아무튼 IE 10을 설치하고 나니, 역시 통신사 보안 메일이 열리지 않았다.

한참을 이것저것 옵션도 만져보고, 보안 설정도 건드려보고 했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갖가지 별 해괴한 방법이 다 나오는데, 거의 해킹이나 스스로 자폭하는 수준의 글들이 더 많았고

그러느니 뭣하러 IE 10을 깔았냐, 하는 소리가 나올 만한 경우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내 경우에는, F12 개발자 모드를 실행해서 브라우저를 IE7 모드로 바꾸면 뭔 이미 설치되어 있는 ActiveX를 또 깔아야 된다면서 아래쪽에 노란 줄이 생겼었다.

위 그림처럼, 나와야 하는 ActiveX 팝업창이 나오지 않고 멍청~. Internet Explorer 7 모드로 바꿔도 마찬가지였다.

뭐가 문제일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64비트 모드에서는 ActiveX가 실행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어디서 본 기억이 떠올라서

부랴부랴 Process Explorer를 실행해봤다.

얼씨구. iexplore.exe 프로세스가 64비트 단일 모드로 떠있다.

혹시나 싶어 32비트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아봤다. 있긴 있다. C:\Program Files (x86)\Internet Explorer\iexplore.exe 프로그램이.

그런데 그걸 실행해도 똑같이 64비트 프로그램만 뜬다. 아예 32비트용은 실행 자체가 되질 않는다.

게다가, IE 8부터는 보통 메인 프로세스 하나에 서브 프로세스들이 탭 갯수만큼 실행되는 구조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건 뭥미? 이상해서 인터넷 검색을 좀 더 해봤다.

>> 참고: 윈도 개발자 센터 - Internet Explorer 10 32비트 실행.

위 링크 주소에 관련 내용이 들어 있었다.

즉, 기본 부모 프로세스는 무조건 64비트로 뜨고 자식 프로세스는 "향상된 보호 모드 사용" 옵션에 따라 64비트나 32비트가 뜬다는 것이다.

내 경우를 확인해보니 "향상된 보호 모드 사용" 옵션은 당연히 꺼져있었는데, 그래도, 그것과 관계 없이 아예 자식 프로세스가 뜨질 않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해답 역시 위 링크 주소에 나와 있었다.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면,

IE 8 - TabProcGrowth 레지스트리 설정

; http://www.sysnet.pe.kr/2/0/686

아마도, 에이왁스 님의 컴퓨터는 TabProcGrowth 값이 0 으로 되어 있을 것입니다. IE 10 에서 Frame 측이 무조건 64비트로 뜨는 것 때문에 TabProcGrowth 값이 0 으로 설정된 경우 무조건 64비트로 뜨는 문제가 발생하는군요. 일단 해결하려면 그 값을 삭제하시고요.

경우에 따라서, ActiveX 중에 하나가 그 값을 무조건 0으로 설정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다시 예전과 같은 상황이 나타날 것입니다.

2012년 10월 30일 화요일 오후 12:14

SeongTae Jeong JENNIFERSOFT(MVP) 

즉, 레지스트리의 HKCU\Software\Microsoft\Internet Explorer\Main 부분의 TabProcGrowth 값이 0으로 들어 있으면 그런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확인해보니,

맞다. 진짜다.

저 레지스트리 값을 삭제했다.

다시 Internet Explorer를 실행해보니, 와! 제대로 부모-자식 프로세스가 잘 뜬다.

다시 보안 메일 HTML 파일을 로드한 다음, F12 모드로 들어가서 Internet Explorer 7 모드로 바꾸니, 짠! 하고 위와 같이 정상적으로 ActiveX 팝업이 뜬다.

끝.

-- 추가 (2014.02.27) --

이 글을 포스팅한 지도 좀 오래됐는데... 아무튼 그 이후로는 Internet Explorer "구 버전"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렸고, 지금은 최신 버전 자동 업데이트로 Internet Explorer 11을 쓰고 있다.

단언컨대, IE도 최신 버전이 가장 좋다.

아주 특수한 경우에 신종 버그들이 발견되고는 있지만, 웹 표준이나 속도, 기타 UI 측면으로 볼 때도 최신 버전이 좋다.

또, 최신 버전은 구 버전을 완벽하게 지원해도 구 버전은 최신 웹 표준(예를 들어 HTML5, CSS3 등)을 거의 전혀 지원하지 못한다.

ActiveX나 화면 깨짐 등의 현상이 생기는 사이트도 "에뮬레이션 모드"를 이용하면 완벽하게 구 버전과 동일하게 볼 수 있다.

아직도 크롬을 주 브라우저로 쓰고 있긴 하지만, 슬슬 IE11의 장점이 더 눈에 많이 띄기 시작했다.

다른 브라우저는 아무 거리낌 없이 최신 버전으로 자동 업데이트해서 잘 "적응"해서 쓰면서

유독 IE만큼은 구 버전을 고집하는 이상한 한국식 웹 브라우징 습성도 고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뭐, 근본적인 이유야 정부 공공, 은행권의 ActiveX 때문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