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L'Ultime Secret (상, 하) - 열린책들 (2002-07) (읽음: 2002-10-01 10:33:12 AM)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 "컴퓨터 과학의 발달로 컴퓨터가 인간을 물리치고 체스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저명한 신경 정신 의학자 사뮈엘 핀처는 컴퓨터 딥 블루 IV를 꺾고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된다. 컴퓨터와의 두뇌 대결에서 다시 한번 인간이 승리한 것이다. 그날 밤, 그는 톱모델인 약혼자 나타샤 안데르센과 사랑을 나누는 도중에 죽게 된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표면적으로 그가 복상사한 것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그러나 폭력에 반대하는 <과학부의 셜록 홈즈> 이지도르 카첸버그는 탐정의 직감으로 그런 결과에 의문을 품고 주간지 <르 게퇴르 모데른>의 아름다운 과학부 여기자 뤼크레스 넴로드(<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 등장했던 두 인물)와 함께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지도르는 뤼크레스에게 <뇌>에 대해 조사하자고 제안하는데, 그가 <뇌>에 초점을 맞추게 된 이유는 핀처 박사가 딥 블루 IV를 이긴 <세계 최고의 두뇌>이기 때문이고, 승리한 후의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알려 주고 싶어하는 눈빛으로 라고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로부터 삶을 이끌어 가는 주된 동기들을 찾아 나서면서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동기들 가운데 가장 강한 영향력을 지닌 것로서 <최후 비밀>을 알게 된다. 즉, 그들은 연인의 품 안에서 오르가슴의 황홀경을 경험한 핀처의 표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삶의 궁극적인 동기들을 좇게 되고, 결국에는 이 사건의 핵심 키워드인 <최후 비밀>에 접근해 간다. 이후 그의 사체 부검 동안에 핀처의 두뇌를 추출했던 법의학자 조르다노가 움베르토에 의해 살해되면서 그것의 정체가 확인된다. 그것은 이제까지 마약이나 최음제가 주지 못하는 지고의 쾌락을 인간에게 선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 무엇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베르베르는 두 개의 플롯을 엮으면서 소설을 전개시키고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이지도르와 뤼크레스의 플롯과 나란히 전개되는 것은 과거에 시점에서 전개되는 니스 신용 은행의 법무 담당 부서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장 루이 마르탱의 이야기다. 매우 평범한 일상을 살던 마르탱은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친구 베르트랑의 집에 차를 몰고 가다가 교통 사고를 당하게 되고, 결국 Locked-In Syndrome(LIS)의 상태가 된다. 즉 그의 몸은 신경 체계가 마비되어 단지 눈 깜박임만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 반면에 그의 뇌는 끊임없이 기능하게 된다.
마르탱은 핀처 박사가 병원장으로 있는 성 마르그리트 정신 병원으로 옮겨져 죽음을 택하는 대신 핀처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로 약속한다. 이에 핀처 박사는 마르탱의 시신경(視神經)과 컴퓨터를 연결시키고 모니터를 통해 그와 의사 소통을 하게 된다. 점차 마르탱은 뇌와 정신에 대한 연구에 몰입하게 되고, 한때 잊혀져 있던 <최후 비밀>을 알게 된다.
이후 사건의 흐름은 1954년 미국의 신경 생리학자 제임스 올즈로 소급된다. 올즈는 전기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을 구역별로 연구하여 지도를 작성하던 중 뇌들보라는 부위를 조사하다가 몇 가지 신경 중추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그 가운데 아주 이상한 영역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MFB(정중 전뇌 관속[正中前腦管束], Median Forebrain Bundle)라는 이름으로 명명한다. 그는 실험을 통해 이 영역이 전기 자극을 받으면 쾌감을 느끼게 되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자료를 비밀에 붙이게 된다. 시간이 좀 더 흘러 이 연구를 함께 했던 체르니엔코 박사는 마약에 중독된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쾌락 중추 절제 수술을 한다. 그녀의 딸 나타샤는 불감증에 걸리게 되고 사건은 점점 얽혀만 가는데... " (모닝365 책소개)
- 소설책을 이렇게 오래 읽어본 적은 참... 드문 일이었다. 처음엔 추리소설로 긴장감을 주면서 시작하다가, 마지막엔 SF류로 허무하게 막을 내리는... 좀 덜 떨어진 요즘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한 책이었다.
-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과 책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두 가지 시간대의 흐름...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지는 그 두가지 이야기의 진행은 나름대로 신선하고 재미있었지만, 신중하지 못한 작가의 IT에 대한 접근·오버센스는... 순간순간 짜증스럽기도 했다.
-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네 인물 - 장 루이 마르탱, 사뮈엘 핀처, 이지도르 카첸버그, 뤼크레스 넴로드... 영화화하기엔 참 쉬운 소재인 것 같지만 영화로 만들어 놔도 그리 재미있을 것 같진 않다.
- 오뒤세우스와 신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북유럽 신화에 바탕을 두고 가미되는 이 양념들은... 별로 맛없다! 진짜로!
- 오렌지색 책 표지는 내 옷색깔, 우산색깔과 비슷해서 그럴 듯 했다. ^^;
- 인간을 움직이는 궁극적 동기 열 한 가지, 아니, 열 네 가지를 뽑아내는 과정도 또 하나의 중요한 플롯이긴 했지만 그것 역시 별 의미가 없고 약했다. 전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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