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 문학동네 (2002-07) (읽음: 2002-11-24 11:10:15 PM)
- 아니 에르노 (Annie Ernaux) 지음
-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한 남자밖에 보이지 않는 눈먼 사랑, 오직 그것뿐인 "단순한" 열정의 시간. 그 시간과의 이별은 어떻게 가능한가? 연하의 유부남인 동구권 대사관 직원과 사랑에 빠진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여성 화자 "나"는 집착과 미망에 붙들려 끊임없이 유예되는 이별의 시간과 싸운다. 그 싸움은 맹목의 사랑에 바쳐진 한 순간 한 순간을 온몸의 기억으로 복원하는 것.
그녀는 쓰면서 묻는다. 기다림과 조바심으로 타들어가는 가슴, 열정의 냄새와 흔적들, 미쳐가는 사랑의 혼돈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은 과연 존재하는가? 내 모든 시간을 앗아가버린 "그"는 정녕 실재하는가? 기억 속에 불타고 있는 정념의 시간과 그 기억을 응시하고 기록하는 또다른 시간 사이에서 화자는 서서히 식어가는 재를 뒤적이며 힘겹게 부재하는 사랑을 받아들이지만, 그것은 체념이 아니라 최대치의 열정과 극한의 욕망 속에서 자신을 살게 해준 온몸의 기억과의 진정한 이별이며 화해다. 기억 속에서조차 탕진시켜야 하는 사랑의 열정, 작가는 그 지독한 사치에 대한 놀랍도록 단순한 고백을 통해 사랑의 미혹을 극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인터파크 책소개글)
- 무지하게 짧은(!) 장편소설이다. 이게 어떻게 장편소설인가 싶을 정도다. 중편이나 단편 정도면 몰라도. -_-
- 사랑의 열정에 대해, 그것도 불륜에 대해 느끼는 중년 여자로서의 감정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여자가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들을 느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통속적이고 센세이셔널한 글이며 대단히 흥미 위주의 소설이다. 이문열 식의 '교훈'적이고 '이지'적인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그래서인지 그저 읽었다는 의미 이상은 건지기 힘들다.
- 이 책이 왜 프랑스에서, 또 한국에서 번역되어서도 많이 팔리는지 역자 후기에서 한번 짚어봤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주변의 모든 것이 온통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하고 환기시킨다. 하지만 머지않아 모든게 흐릿해지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소중했던 사랑의 기억도 세월의 무게를 견뎌낼 수는 없다는 듯이......
작가는 어쩌면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잊혀질 수밖에 없는 사랑의 기억을 영원히 붙잡아두려 했던 것이 아닐까?"
-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지면 그렇게 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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