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4: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 웅진지식하우스(2011.12)

- 엄기호 지음

- "“이게 사는 건가” 싶을 때 힘이 되는 생각들

자기계발서가 넘쳐난다. 사회로의 도약을 꿈꾸는 고등학교·대학교 졸업생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에게까지 끊임없이 스펙을 쌓으라고 권한다. 각 분야에 성공한 이들이 멘토를 자처해 이렇게 살아가라고, 아파도 괜찮다고, 노력하면 당신도 상위에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중산층은 무너지고 있다. 해마다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수가 줄고 있다. 사회는 양 극단으로 치달아가고 경쟁은 더욱 심화되며 빈부격차도 극심해진다. 우리의 삶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

삶을 도무지 긍정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와 체계는 무시한 채 세상을 긍정하라는 말만 되풀이해 들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삶이다. 지금 우리는 희망을 개인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게 다 내 탓이다’와 ‘이게 왜 다 내 탓인가’ 사이에서 마음이 요동칠 뿐 삶의 문제를 공통의 것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저자는 삶에서 '용기'라는 것은 '공동체'에서, '공동체'를 통해 일어난다고 말한다. 과거 대학생들이 최루탄을 맞아가며 싸울 수 있었던 이유가 내 곁에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듯이 말이다. 한국의 촛불시위나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홍대 앞 두리반도 동료와 아지트가 만들어주는 용기의 좋은 예이다. 

‘개그 콘서트’와 안철수에게 열광하는 대학생, 만나면 서로 피곤하다고 말하는 학생-교사-학부모,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 치킨 집 배달 청년 같은 동시대인의 이야기를 '공감'으로 엮어낸다. 구체적인 삶 속에서 우리 시대의 보편성을 읽어내며 이야기와 인문학적 성찰까지도 함께 담아냈다. 독자들에게 삶과 당대와 인문학을 포괄하는 인문학 공부의 재미를 선언한다." (Yes24 책 소개 글)

-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몇 가지 개념어들: 격노(rage), 카이로스/크로노스, 졸라, 공감/동감, 동료, 에로티시즘, 희망의 개인화, 기대, 파국/단절, 용기, 두더지, 의리

- 교형의 다섯 번째 책? 여섯 번째 책? 아무튼 나라도 열심히 사서 읽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꼼꼼이 챙겨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번에는 서점에서 산 게 아니라 꽁짜로! 저자로부터 책을 받았다. 황송하게. 그런데 저자가 직접 보내준 책임에도 불구하고 싸인이 없다. 제길. 헌책방에 팔 때 단돈 백원이라도 더 받으라는 배려라나 뭐라나... 이 무슨 퐝당 시츄에이션~! 헌책방 같은 곳 이용할 줄 모른다고, 이 양반아!

- 아주 쉽게 읽힌다. 출퇴근 시간에 잠깐잠깐 보는데도 열흘이 안되어 다 읽었다. 마치 저자가 내 앞 강단에 서서 말로 얘기를 풀어내고 있는 듯한 느낌.

- 본문과 인용문이 원래는 색으로 구분하려 했을 것 같은데, 색으로는 거의 구분이 되지 않고 글자 크기만 아주 약간 다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분문인지 인용문인지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끝에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서야 아, 인용문이었구나 할 정도로. 저자가 본인의 생각과 같은 글을 인용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인용글의 내용이나 문체까지 저자의 것과 흡사하다니...

- 미래소년 코난과 원피스 얘기가 중간에 나오는데, 난 솔직히 원피스는 보다가 도저히 더 봐줄 수 없어 집어던진 만화책이라 공감이 별로 가진 않는다. 북두신권 이후로 그렇게 지저분한 문체/그림체의 만화는 첨봤다. 완전 비호감 만화책인데 말이다... 애니메이션 버전은 또 다르다는 얘기들도 많지만 그래도 난 보고싶진 않다. 미래소년 코난도 원피스만큼 초초 장편으로 그렸으면 포비도, 나나도, 다이스 선장도 각자의 사연과 줄거리를 주저리주저리 읊어대지 않았을까? 총 26편의 짧은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1인 주인공 집중 구조는 당연하고 바람직한거다.

- 두더지... 동료와 아지트, 희망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희망적인 삶의 방법. 용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것도 용기다. 의리이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후원금도 몇 푼 헌납하면 더 훌륭하겠지. 졸라, 사소하고 자잘하고 민망한 용기이긴 하지만 그래... 그게 어디야. 우리가 사는 게 그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