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손호철 칼럼: 역사는 반복하는가?

>> 원문: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09/h2008092902314425580.htm

 

[손호철의 정치논평/9월 29일] 역사는 반복하는가?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최근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금융자본의 승리'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한 역사학자가 잘 지적했듯이 하나의 경제체제가 '조락의 계절', 즉 쇠퇴기에 이르렀다는 증거이다.

나아가 미국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에게 강제하고 있고 김대중 정부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 1930년대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그것은 대공황과 파시즘이라는 야만의 시대이다."

 

갑자기 찾아온 환란과 함께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신자유주의의 광풍을 바라보며 김대중 정부 초기에 썼던 나의 글의 일부이다.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금융대란을 바라보며 문득 떠오른 것이 잊고 있었던 10년 전의 이 글이었다.

 

다시 국가 개입 부른 금융위기

 

그렇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스승은 언제나 역사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입만 열면 시장을 이야기하는 시장주의자들이 잊고 있는 것은 시장에 대한 역사의 교훈이다. 대공황 이전에 세계자본주의는 규제되지 않은 시장이 지배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좋아하는 구호인 '작은 국가'를 넘어서 국가는 단지 치안이나 담당하는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해야 한다는 '야경국가'가 기본 모델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규제되지 않은 시장의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효율성과 풍요인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을 기아와 죽음으로 몰고 간 1930년대의 대공황이다. 나아가 이 같은 경제위기는 후발선진국으로 경제적 타격이 컸던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켜 파시즘을 불러왔고 급기야 비극적인 세계대전으로 발전하게 했다.

 
그러면 이 같은 시장의 실패로부터 세계를 구한 구세주는 누구인가? 시장(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인가? 아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자들이 그처럼 비판하는 '국가'였다. 구체적으로 뉴딜정책과 같은 국가의 경제개입이었다.

 

뉴딜정책 이후 선진국에서는 경제가 어려우면 국가가 대규모 사업을 벌여 경기를 부양하고 반대로 경기가 과열이면 이를 완화시키는 등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소위 케인스주의, 그리고 복지국가가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 같은 정책에 의해 2차대전 후 서구는 유례없는 풍요와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서구경제는 다시 위기의 증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국가의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그러자 역사에 대한 건망증에 빠진 시장주의자들이 국가를 '만병의 근원'으로 비판하면서 시장을 '해결사'로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대처와 레이건 정부가 탄생했고 신자유주의의 시대가 찾아왔다.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한 지 채 30년이 되지 않아 우리는 또 다시 충격적인 미국의 금융대난을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동안 그처럼 세계에게 시장을 설교하던 미국정부가 허겁지겁 대대적인 구제금융에 나서고 있다. 다시 국가를 해결사로 복권시킨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사에서 배워야

 

주목할 것은 최근 투기성 금융자본이 기승을 부리다 금융대란이 일어났지만 이 역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금융자본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생산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로서 하나의 패권체제가 무너질 때 항상 발생했다. 가깝게는 대영제국이 무너지던 20세기 초에도 일어났다.

 

다행히 아직 세계가 1930년대식의 대공황으로 들어가지는 않은 것 같다. 1930년대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특히 뒷북을 치며 아직도 시장만능정책을 추구하려는 이명박 정부가 그러하다. 그렇지 않을 때 역사는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는 반복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