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소! 짝짝짝...


토씨 하나 안 빼고 전적으로 다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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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82

 

‘북한 문제’라는 짐과 진보 정치  

진보 정당은 지금의 민주당만큼 힘을 키울 때까지 북한 문제에 대한 ‘고려’를 미루는 게 낫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좌파 본연의 가치에 힘을 쏟는 게 좋다.  

[89호] 2009년 05월 25일 (월) 15:18:50 고종석 (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   

 
한국 사회에서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한 최근 세 차례의 <MBC 100분 토론>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에게 북한은 무엇인가’였다. 북한은 언젠가 우리와 한 나라를 이뤄야 할 잃어버린 반쪽일 수도 있고, 그저 폭정과 가난에 찌든 폐쇄적 이웃나라일 수도 있다. 거의 60년 전 우리와 참혹한 전쟁을 벌였고 아직도 법률적으로는 잠재적 전쟁 상태인 주적이면서, 1000년 넘는 역사를 공유한 동족국가이기도 하다.

 

확실한 것은, 북한이 지난 60여 년 동안 남한의 진보 세력에게 ‘짐’이었다는 것이다. 전쟁과 그에 이은 ‘레드퍼지’는 남한 사회에서 진보정치 운동의 싹을 잘라냈다. 남쪽에서 ‘무장공비’라고 불렀던 1960년대 도시 게릴라(?)들은 북한 체제에 대한 남쪽 주민집단의 공포와 혐오감을 강화했다(물론 남쪽에서도 ‘북파 공작원’이라는 것을 보냈다). 1980년대 남한 일부 운동권에 스며든 이른바 ‘주체사상’이라는 것은 남쪽의 진보 운동에 ‘봉건성’의 옷을 입히며, 치유하기 힘든 내부 분열을 낳았다. 만약에 북한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진보정치 운동은 훨씬 날랜 몸으로 훨씬 먼 거리를 내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남북 관계를 망설임 없이 전임 정권 수준으로 되돌려라

 

개성공단을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고 있는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책에는 이해할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은 북한 당국의 자존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경거망동을 되풀이한 이명박 정권의 아마추어들이었다. 그들은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를 과시하고 지지자들에게 영합하기 위해 남북 관계의 가장 민감한 뇌관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실수를 깨닫고는 이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남과 북이 언젠가 통일을 이루게 될지 그러지 못할는지, 또 그 통일이 전쟁을 수반할지 평화롭게 이뤄질지는 확실치 않다. 확실한 것은, 만일 통일이 된다면, 그 통일 한국의 체제가 지금의 대한민국 체제에 가까우리라는 것이다. ‘농성 체제’라 부르든 ‘유격대 국가’라 부르든, 지금의 북한은 현대의 정상적 국가가 아니다. 국호에 ‘공화국’이라는 말을 달고는 있지만, 북한 주민집단은 공화정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들은 이씨 봉건왕조에서 천황제 일본을 거쳐 김씨 봉건왕조로 넘어갔다. 북한 사람들은 인민이든 지배자이든 근대적 의미의 민주주의를 체험해보지 못했다. 이른바 진보 진영을 포함해서, 남한 주민집단 가운데 통일 한국의 체제를 지금 북한 체제와 비슷하게 상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점에서 우리(대한민국 국민 말이다)는 모두 흡수통일론자다.

 

흔히 햇볕정책이라 불렸던 지난 10년간의 대북 화해정책은, 그 주체가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그 흡수통일을 평화롭게 이루기 위한 기초 다지기였다고 할 수 있다. 북한 곳곳에 남한 자본이 들어가는 것만큼 북한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있을까? 그 점에서 화해정책을 ‘대북 퍼주기’라고 비난하며 강경책을 요구했던 사람들(이른바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셈이다. 국내 정치의 셈법을 떠나서, 사실 전임 두 정권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그리고 은밀한) 친구였다. 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 두 정권 아래서 부자들은 더욱더 부유해졌고, 가난한 이들은 더욱더 가난해졌다. 이명박 정권이 보수 정권이든 ‘실용중도 정권’이든, 이 정권이 추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흡수통일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정권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은 대북화해 정책밖에 없고, 그러자면 망설임 없이 남북 관계를 전임 정권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체면을 좀 구기더라도 말이다.

 

민주당을 말의 본디 뜻에서 진보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면(더구나 최근 이 자유주의 정당은 더욱 우경화하고 있다), 지금 남한 정치 지형에서 진보 정치세력의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그 조그만 힘을 ‘남의 숙제’에 탕진하거나 분산하는 것은 어리석다. 나는 남한의 진보 정치세력이 ‘북한 문제’를 잊어버렸으면 한다. 사실 북한 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만한 힘이 진보 세력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 문제에 대한 고려는 진보 정당이 지금의 민주당만큼이라도 힘을 키울 때까지 미뤄놓는 것이 낫겠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좌파 본연의 가치(민중 생존권과 복지, 사회 연대, 소수자 인권, 환경 문제 등)에 힘을 쏟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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