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 이웃 가족과 함께 의정부 지나 포천에 있는 축석 자연농원에 1박 2일로 다녀왔다.


참 공교롭게도 두 가족의 엄마, 큰 딸과 작은 아들의 나이가 모두 같고,

비슷한 시기에 관악구의 같은 아파트에 살다 지금 같은 동네로 이사 온 것까지 일치하는 공통점이 있는 이웃이었다.

그 전까진 모르고 지내다가 큰 딸끼리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으로 만나서 처음 알게 됐는데,

큰 애와 세 살 터울인 둘째 아들들도 같은 나이에 현재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 절친이 된 이웃이다.

그 동안은 딱 아빠들만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나 안면을 텄다.



>> 예약 사이트 참조: http://cafe.naver.com/oneventfarm




아무튼, 그 이웃이 미리 캠핑장 예약을 하고(야영장 20,000원에 전기 사용료 3,000원을 더해 23,000원)

우리 가족을 초대해서 우리 가족으로서는 별 생각 없다가 얼떨결에 덩달아 다녀오게 된 여행이었다.


어린이 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했지만 이래저래 늑장 부리다가 10시가 넘어서야 출발하게 됐지만

휴일 도로 사정 치고는 그럭저럭 괜찮아 12시가 조금 안된 시각에 도착했다. 거리로는 44km.

늘 막히는 중랑천 길과 의정부 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부근 길목 한곳을 제외하면 무난하게 잘 달린 편.



(사진 출처는 구글 이미지 검색)



도착해보니, 인터넷을 통해 눈팅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첫 느낌은 우와 사람 많다~ 였다.

가로세로 약 100m 정도씩 될까 싶은 별로 넓지 않은 공간에 바글바글... (실제로 그리 많은 건 아니었지만 느낌상.)

게다가 전날 캠핑을 하고 돌아가는 집들도 아직 텐트를 철거를 하기 전이었다.

아마 12시가 체크아웃(?) 하는 시각인 모양... 그래서 이래저래 겹치다보니 가장 사람이 많은 시간대였던 것 같다.


아무 데나 빈 곳에 자리 잡으면 임자라 다른 빈터에다 텐트를 설치해도 됐지만

마침 철수하는 집이 있는 위치가 여러모로 괜찮아 보여 기다려 결국 오후 1시가 넘어 설치를 할 수 있었다.

(이 때는 왜들 뮝기적거리며 빨리 철거를 하지 않는지 의아해 했지만, 다음날이 돼 보니 그 심정 이해가 갔다.)


우리집 텐트는 자그마한 2인용 원터치 텐트라 뚝딱뚝딱 몇 분도 안 되어 덧지붕(루프)까지 설치 끝.

이웃집 텐트는 제법 큰 4인용 텐트지만 던지면 펼쳐지는 팝업 텐트라 역시 몇 분도 안 되어 설치 끝... 날 뻔 했는데

텐트 설치할 때도 그랬지만 차양막(그늘막; 헥사 타프) 설치할 때 무지하게 고생했다.

왜냐고? 바람이 어마어마어마무시하게 불어서!!


포천지역은 햇볕은 참 따뜻하고 공기도 맑고 좋은데, 기온이 타 지역에 비해 조금 낮은 것하고,

바로 이,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가만 놔두면 텐트까지 다 날아갈 정도. 

그래서 끈(스트링)이란 끈은 다 뽑아서 팩으로 땅바닥에 다 박고 바람이 뽑을 때마다 다시 박는 수고를 해야 했다.

참, 미처 망치를 준비해가지 않아서 주변에 굴러다니는 주먹 만한 돌멩이로 쿵쾅쿵쾅;;

덕분에 며칠 지난 지금까지도 손이 거칠거칠하다. ("피묻은 목장갑"도 그러고 보면 옵션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듯.)



(역시 사진 출처는 구글 이미지 검색. 우린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주변으로는 저 멀리 남쪽으로 포크레인이 시종 두두두 쿵쾅거리며 땅을 파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새로운 건물이나 유흥시설을 짓고 있는 듯 했고,

반대 방향으로는 바로 농원 옆 주변으로 철책이 쳐져 있고 그 너머에 군인 아저씨가 보초를 항상 서고 있는데,

때때로 철책따라 순시도 돌고 있고, 탄약고처럼 보이는 건물도 나란히 서너 동 일렬로 서 있는 것으로 보아

거기가 바로 561 탄약부대인 모양.


아무튼

바람은 처음 텐트 칠 때 말고는 그다지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 놀기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

밤에 장작 피울 때 바람이 재를 너무 날려서 조금 안 좋았던 것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괜찮긴 했다.

가장 문제는 밤에 잘 때 몹시 춥다는 것.


요즘 날씨가 따뜻하다 못해 덥기까지 하다 보니 캠핑을 우습게 알고,

우리 가족은 별 준비 없이 얇은 담요 한장만 가져가서(물론 바닥은 두툼하게 매트를 삼중으로 잘 깔았지만)

밤새 으으으 신음을 물고 오돌오돌 덜덜덜 떨면서 뜬 눈으로 설쳐야 했다.

하다못해 아래위로 겨울용 파카와 두툼한 옷이라도 입었으면 좀 나을 수는 있었겠지만

우리는 그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밤새 추위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가운데 몰아넣고 재워서 그나마 겨우 아이들이 감기나 몸살 걸리는 것은 모면했지만

바깥쪽에서 누웠던 아빠 엄마로서는 정말 거의 한 숨도 못 잘 지경으로 추웠다.

군대 혹한기 훈련 때도 밤에 잘 때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동내의까지 완전무장하고 침낭 안에서 잤으니까)

정말이지, 포천쪽은 더운 날씨에 속아서 그냥 대충 준비해서 가면 절대 안될 듯.

땡땡 한여름이라면 몰라도...

가져갈 때는 좀 버거울 수 있겠지만, 아예 사람 수 만큼의 두꺼운 이불이나 침낭 필수!!!


차 타고 나가면 비교적 가까운 곳에 찜질방이 있으니

텐트에서 밤을 보내는 것을 포기하면 춥지 않게 밤을 보내고 올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캠핑을 간 보람도, 기억에 남을 만한 얘깃거리도 없어질 게 뻔했기 때문에 그냥 버텼다.


다행히, 아침 일찍 해가 뜰 무렵부터 급격히 따뜻해져서

이른 아침을 해 먹고 8시 넘어 아침 햇살이 따사로이 비칠 때 쯤 되니 몸이 저절로 다 녹아서 풀렸다.

(그래서 오전에 뜨뜻한 텐트 안에서 한 숨 더 잤다. 한낮에 텐트 안은 천연 찜질방이라;;;)



급 결론.


여러모로 낙후되고(특히 화장실...) 별로 놀 것도 없긴 하지만 아이들 놀기엔 최적의 장소.

아이들이 시종 뛰어다니며 개, 염소, 양, 병아리 등등과 노느라 어른들을 괴롭힐 겨를이 없었다. ㅎㅎㅎ


농장의 암탉들이 갓 낳은 따끈따끈한 유정란을 사다 알루미늄 호일에 감싸서 장작불에 구워 먹으니 그 또한 일품.

(유정란은 20개에 만원에 판다는데 우리는 10개만 5,000원에 샀다. 주인집에서 쓰던 호일도 2,000원에 샀고.)


장작 숯불이 화력이 고르지 못해 어느 달걀은 터져서 탄 것도 있었고 어느 것은 반숙이 된 것도 있었다.

다음에 또 갈 일이 있으면 미리 고르게 굽는 방법이 있는지 검색해 볼 필요도 있을 듯.

아, 유정란이니 부화기만 있으면 부화시켜서 병아리를 키워도 된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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