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떤 글을 읽다 갑자기 순식간에 30년을 넘나들었다. 전대협 5~6기 시절부터 김영삼 김대중을 거쳐 문재인, 코로나19 최근 이 시기까지. 일명 "할많하않", 할 말은 참 많지만 굳이 해봤자 다 쏟아내지도 못하는... 그럴 필요도, 그럴 이유도, 그럴 수도 없는...

73년생, 92학번. 내게 적용가능했던 "세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때 그 말 그대로 X세대? 아니면 오렌지? 낑깡? XX세대도, XXX세대도, Y세대도, Z세대도, 그 무엇도 아니었는데.

와하하하... 그러고 보니 내가 제일 재미있어 했으면서도 제일 혐오한게 바로 '세대론'이었다. 요즘은 BTS 세대니 뭐니 하는데... 왜들 이렇게 굳이 세대를 나누려는 시도들을 할까?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이런 세대론이 제일 처음 매스컴을 통해 본격화되기 시작한 건 아마도 92~93년 즈음, 한창 X세대니 서태지니 뭐니 하던 시절이었을게다. 바로 내 시절!

한때는 내가 내 동시대를 애써 거부하고 무시하는 것인 줄 알았다. 서태지도 압구정도 오렌지족도 몰랐으니까. 진짜 몰랐고 혹 흘려 들었었더라도 전혀 관심이 없었을 뿐인데... 그시절 내 관심은 내 생애 전체 20년 역사에 대한 왜곡 사실과 그에 대한 분노, 그리고 진실 찾기, 그리고 또 민족·민중, 그리고 노래, 그것이 전부였으니까...

민중/투쟁가요 500곡... 말이 500곡이지 훨씬 더 많다. 30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내 머릿속에 아직 그대로 들어있다. 지금이야 500곡은 커녕 100곡도 생각나지 않겠지만.

그러다보니 내 한계는... 지금 돌아보면 80년대 시야와 감성 수준, 그 어디쯤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늘 내 시야는 80년 광주와 87년 대투쟁, 그리고 89년 임수경 그 어딘가 사이에 머물러 있었으니까. 내가 알았던 기껏 최신이래봤자 노찾사, 노래마을, 천지인. 그걸로도 이미 충분하다 못해 살아내기 벅찬 시대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어쨌든 우리는 살아가니까~~~!!"


타학교 동년배들과 대화하면서 가장 넘기 어려웠던 벽들도 바로 그런 부분이었던 것 같다. 서태지 윤도현 김광석을 읊조리는 그들이 내 보기엔 이미 오렌지, 낑깡화된 애들로밖에는 안 보였으니... 그렇다고 내가 딱히 그들과 조화롭게 지내지 못했던 것만도 아니지만... 암튼.

98년, 군 제대후엔 더 심해졌다. 이른바 복학생 꼰대현상. 함께 하기조차 어렵고 껄끄러운... 한순간도 함께 하기가 껄끄러웠다. 수업을 같이 듣는 노땅 96 95도 너무 차이가 난다 느꼈으니. 어떻게 보면 그런 건 음악으로도 충분히 극복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음악만으로도. 그런데 실제로는 그걸로도 안됐으니 뭐...

그때 "도서관"은 참 좋은 핑계였다. IMF를 맞아 마냥 열려있지도 않은 내 진로를 내 스스로 알아서 마련했어야 하기도 했으니. 덕분에 오늘날의 이 고달픈 직업을 가진 내가 여기 있는 거겠지만. 징글징글.

요약도 제대로 안해도 이정도니... 누구나 인생사 펼치면 책 10권씩은 죄다 넘을 듯... 쯧. 이쯤해서 끝.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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