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tv

애들 방학과 함께 두달 간 정지시켰던 올레tv가 복귀했다. 그간 내키는 대로 cbs 라디오며 클래식이며 80팝, 90가요 같은 거 들으며 책과 함께 아주 평안~~~하게 보냈던 내 일상이 다시 번잡(?)해지고 있다. 일단은 보고싶지 않아도 보게되는 온갖 tv광고에 짜증나는 뉴스...

아무래도 난 tv는 다시보기 체질인 듯. 일방적으로 방송되는 무언가(특히 쇼나 예능 프로)를 실시간 본방으로 보는 게 참 불편하다. 눈/귀도 아프고 집중도 안 되고. 그러면서도 가끔 영혼없는 리액션도 해야 되고.
"응... 맞네."
"그렇지. 그러게 말야."
"허참, 진짜..."
눈은 책이나 휴대폰에 가 있고 내가 뭔 소릴 하고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세 감각기관을 집중해서 동원해야 하는 비디오 보다 귀 하나만, 그것도 집중할 필요도 없는 오디오가 편하다.

 

스포일러

영화든 책이든 처음 볼 때보다 두어 번 다시 볼 때 더 많은 감동과 교훈을 얻게 되고 이전에 간과하고 지나쳤던 부분들도 눈에 확확 더 잘 들어오게 된다. "스포" 따위야 내겐 그저 힌트일 뿐. 반전이 있는 영화일수록 "스포"를 당하고 보는 것이 더 재밌다. 메인 스토리에 밀려 잘 못봤지만, 감독/작가가 나름 신경써서 만든 주변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어 고맙기까지. ㅎㅎ

 

전민희

전민희 판타지 시리즈를 읽은 지 십 몇 년 만에 다시 정주행하고 있다. "세월의 돌"을 다시 읽었고, 다음으로는 룬의 아이들 1부 "윈터러"에 이어 2부 "데모닉" 정독 중. 사실 책은 이미 절판된지 오랜지고 카X오페이지에 "개정판"을 다시 연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쟁여뒀던 문화상품권 녹여서 팍팍 결제해서 보고 있다. 원래 PDA시절부터 e북으로 책 보는 데 익숙해져 있는 내겐 요즘의 이런 트렌드가 나쁘지 않다. 간혹 e북으로 안나오는 책들이 오히려 골치...

전민희 판타지는 예전엔 여성작가답게 아름답고 디테일한 장면 묘사나 심리 묘사가 지나칠 정도로 많고 장황해서 시원시원하게 읽어 내려가기 꽤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웬 걸? 개정판이라 좀 달라진 걸 수도 있겠지만 대단하다. 진짜 재밌다. "세월의 돌"이야 초창기 습작 수준이라 치고 그 이후 작품들은 정말이지 놀랍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 만화처럼 판타지/장르소설이 폄하되는 이 나라 문화만 아니었으면 진짜 "대가" 소리 들어도 마땅하다 싶을... 너무 나갔나? ㅋ

지난 주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윈터러"는 사실 읽었다는 기록만 남아있었지 내용은 주인공 이름 정도만 가늘게 떠올랐을 뿐 하나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 새 책 보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언젠가부터 그 어떤 책을 보건 다 이렇다는 건데... ㄷㄷ 서너 번은 봐야 그나마 오래 지나도 내용이라든가 결말 같은 것이 약간 남아있지 한번 보고 만 책들은 1~2년 지나면 그냥 하~얗게 된다. 그래서 20년쯤 전부터 읽은 책은 꼬박꼬박 블로그에 간단 독후감 정도 기록해 두긴 하는데, 나중엔 그걸 봐도 ????? 이렇게 된다. 그나마 나중에라도 다시 봐선 안 될 책이라고 써 놓은 책들은 다시 볼까 하면서 집어 들었다가도 앗뜨, 하면서 스킵하고 넘어가는 용도?

천고마비의 계절도 아닌데 코로나19 덕에 온 가족이 주말에도 집에 앉아 각자 책 속으로 여행 중.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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