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고장난 서피스 프로4가 하나 굴러다니고 있다.

원래 회사에서 개인 업무용으로 쓰던 것이었는데 메인보드가 맛이 갔는지 부팅까지는 잘 되지만 잠시 한 10~20분 이상만 쓰려고 해도 화면이 깨지고 겹치고 해서 뭘 하기가 어려운 상태. 아마 열받으면 그래픽 카드쪽이나 액정 디스플레이 연결 장치쪽에 오동작이 발생하는 모양인데...

처음엔 수리해서 쓰려고 했는데, 알아보니 수리비에 조금만 더 보태면 새 서피스 하나 살 가격이라 수리를 포기하고 창고행, 폐기 처분시킨 뒤 집에 갖다 둔 건데... 우연히 켜 보니 이게 또 잠깐잠깐은 쓸 만 해서 간단한 인터넷 서핑용 정도로 급하게 쓸 수준은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생명을 연장해서 간신히 살아만 있는 상태였는데...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애들 원격 수업용 PC가 두 대나 필요하게 되었고... 그런데 집에 있는 PC는 한 대뿐. 어쩔 수 없이 이 맛간 서피스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다시 쓰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쓰다 보니 어찌어찌 화면이 맛이 간 상태로도 요령껏 피해서(?) 쓰기도 하고, 잠시 꺼놨다가 에어컨 바람에 식혀서 다시 쓰면 또 괜찮아 질 때도 있는 등 고장난 기계에 맞게 적응해서 쓰게 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딸내미는 그림판으로 틈틈이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까지 그려가며 활용도를 높이는 신기(?!)를 보이기도.

아무튼,

지난 달, 즉 6월 9일이었던가...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딸내미 생일을 20여 일 앞두고 서피스 펜을 하나 사 줄까 싶었다. 그 맛간 기계를 붙들고 손가락으로 확대 축소 해가며 그렸다 지웠다 투덜댔다 하는 모습이 조금 안돼 보여서? 뭐, 아무튼.

아무리 그래도 펜은 펜. 펜 하나에 십 만원이 넘어가면 그게 무슨 펜인가? 그쯤 되면 전설의 레전드급 고급 만년필 수준이지... 정품 Microsoft 서피스 펜 알아보다가 너무 비싼 가격에 급선회, 짝퉁의 대명사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호환펜을 찾아보게 되었다.

>> 참조: https://www.aliexpress.com/item/40008608934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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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펜!

와콤 타블렛 사용 전문가인 아내의 평가로는 "별로일 것 같다"였지만, 나름 상품평도 괜찮고, USB로 충전도 되고, 서피스에 부착도 되고, 4096 필압! 딱이다 싶어 잽싸게 주문했다. (옘병! 내가 살 때보다 지금이 더 싸다! 24%나 할인한다 ㄷㄷ)

주문할 때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게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매일 한번씩 들어가서 확인해 봤지만 6월 11일에 배송을 시작해서 6월 13일에 비행기가 출발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딸래미 생일을 훌쩍 넘겨 한 달이 넘은 7월 10일이 지나도 아무런 업데이트가 없는 것이 아닌가! 쬐끄만 물건이다 보니 오다가 어디서 흘렸나... 싶었다.

 

그러다가 엊그제!

 

똭!!!

 

도착했단다! 한국 물류센터에! 드디어!

미친... 36일 만인가! 내 알리 주문 역사상 가장 오래 걸린 신기록이다.

 

 

그리고 하루 뒤, 7월 16일. 무려 37일 만에!

왔다.

화물이 오래 굴러다니다 보면 글자가 흐려지나 보다. 아님 원래 인쇄가 흐릿했던가. 내 좋은(?) 눈으로도 식별이 굉장히 어려웠다. 대체 어찌 찾아온걸까? 제대로 온 것이 더 신기할 정도.

집에 가서 서피스에 연결해 봤다.

어라? 바로 인식이 된다더니 감감 무반응. 뭐지? 말이 다른데... 하면서 블루투스가 켜져 있는지 확인해 보고 펜에 달려있는 버튼도 눌러보기도 하고, 이 버튼이 근데 대체 무슨 기능이지, 하면서 설명서도 읽어보고 있는 와중에...

떡~ 인식이 됐다. 저절로.

잠시 후 펜 장치가 등록됐다는 팝업도 떴고. 아무래도 최초 장치 인식 및 등록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

잠시, 한 10~20분 써 본 소감으로는... 반응이 느리다. 0.1~0.2초 정도? 아니면 더? 느리게 반응한다. 답답한 느낌. 빠릿빠릿하게 실시간 종이에 직접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 아이패드 애플 펜슬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냉정히 비교하자면 꽝이다. 서피스 펜 자체가 느린 건지, 짝퉁 호환 제품이라 느린 건지는 모르겠지만(짝퉁이라 그런 거라고 믿고 싶다) 와콤 태블릿 수준을 기대했는데,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2000년대 초반에나 보던 어린이 놀이터, 박물관 같은 데서 보던 선 달린 화상 펜 쓰는 기분이랄까? 이건 이미 와콤이나 애플 펜슬로 너무 높아져 있던 내 기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외엔 나름 괜찮다. 필압도 확실히 잘 감지(?)되고, 기울여서 쓰는 것도 잘 되고, 서피스 옆면에 부착도 잘 된다.

이건 다른 얘기긴 하지만, 한글 손글씨 인식 기능도 썩 괜찮아졌다. 자기 글씨 스타일에 맞게 세세하게 보정하는 기능도 있고. 쓸 일이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Windows 10도 나날이 발전해 가는 중인 듯.

다음 주 시험이 끝나면 딸래미한테 써 보라고 한번 줘 봐야겠다. 평가는 그 이후에.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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