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결국 R06 스마트링을 서랍행 시킨 후, 교통카드 기능만 탑재된 R5 스마트링만 끼고 다녔다.

원래 끼고 다니던 반지 2개에 추가 스마트링 2개까지 합해서 반지 4개를 양 손에 끼고 다니니 사람들 눈에는 좀 별나게 보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보는 사람마다 반지가 왜 그리 많냐는 둥, 스마트링 2개는 각각 어떤 기능이 있냐는 둥 하도 많이 물어봐서 일일이 대답하기가 많이 귀찮았다...

 

아무튼, R5 스마트링, 아니 "교통반지"는 이후로도 별 문제 없이 잘 돼서 쭉 잘 썼는데...

 

지난 4월 10일, 불법 해외 결제 건으로 해당 교통카드 기능이 들어있던 신용카드를 해지/교체 발급을 하게 되었고,

[관련 글: FACEBK 해외 승인, 나에게도 이런 일이...!]

 

FACEBK 해외 승인, 나에게도 이런 일이...!

어제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뜬금없는 문자를 하나 받았다.  신용카드? 해외승인? 이 시간에? 내가? 그냥  한 3초간... 스팸 메시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위쪽에 이전에 온 카드 승인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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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새로 받은 신용카드를 다시 ZAKCOM CDS Replicator로 "교통반지"에 집어넣는 작업을 했다.

오랜만에 다시 하려니 뭔가 낯설고 새로운 기분이라 버벅거렸지만, 역시나 어려운 작업은 아니라 3~4시간 걸려서 성공.

 

그런데, 이후부터 뭔가 조금씩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5월 9일 금요일.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서서 지하철에 교통반지를 태그했는데, 순간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2800

 

지하철 단말기에 찍힌 숫자가 뜬금없게 느껴진 것.

원래 잘 안 보기도 하지만, 봤다고 해도 저런 숫자가 찍힌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혹시 교통카드 누적금액인가? 날짜상으로 따져보면 대충 누적금액이 28,000원쯤 됐을 시점이긴 한데... 그런데 누적금액이 승차할 때 찍히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일단 지나갔다.

 

이상한 일은 또 벌어졌다.

그날 저녁 퇴근길에 지하철 하차 태그를 아무리 해도 안 찍히는 게 아닌가?

보통 인식이 잘 안되면 잘못 인식됐다거나 카드를 한장만 대라거나 뭐 그런 메시지가 나왔던 것 같은데,

"타 역에서 이미 하차한 카드이거나 승차 처리가 되지 않은 카드입니다"(정확한 문장은 기억 안 남) 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계속. 그래서 어라? 뭔가 이상하다? 하면서도 내가 특별히 잘못한 건 없으니 몇 번 찍는 사이에 이미 하차 처리가 되어 버렸나 보다 하고 일단 그냥 나왔다.

 

 

 

문제는 그 다음(5월 12일 월요일)에 벌어졌다.

아침에 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에 교통반지를 태그했는데, 

 

2800

 

데자뷰, 기시감!?!?

또 2800원이 찍힌 것이었다. 이것 좀 많이 이상하다, 싶어서 티머니 앱을 실행해서 이용내역을 조회해 봤다.

 

 

아니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전날 정상 하차 후에 다음 날 승차하면서 진짜 2800원이 찍힌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이 이후로도 몇 차례 더 발생했다.

희한한 것은, 계속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씩 그런 일이 생긴다는 건데... 지하철 승차 시에는 제멋대로 2800원이 찍히고, 하차 시에는 종종 인식을 거부하는 증상이었다. (그 전까지는 하차 태그할 때 몇 번 해 보고 안되면 포기했는데, 이후로는 될 때까지 계속 찍었다. 결국 되는 거였고... 안찍고 나가면 다음날 페널티 요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

 

 

 

그 뒤로는 또 한참 괜찮다가...

월말이 되어 또 한번 같은 일이 발생했다.

 

 

 

티머니에 문의했다.

티머니 카드도 아니고 단말기도 자기들이 관리하는 단말기가 아니라서 모르겠으니 카드사에 문의해 보란다.

 

카드사에 문의했다.

IBK카드는 기업은행 카드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어서 연결했더니 자기들은 데이터를 받는 것뿐이지 뭘 하는 역할이 아니라 모르겠단다. 해당 상황이 발생한 지하철역에다 문의해 보란다.

 

아놔 짜증.

몇 만원도 아니고 겨우 서너 번 발생한 오류 금액, 5천원 정도에 이 무슨 시간 낭비, 정력 낭비란 말인가!

어쨌거나 이미 시작한 일이니 마무리는 지어보자, 란 마음으로 주말이 되길 기다렸다가 해당 지하철역으로 갔다.

 

지하철 안내소와 한참을 실랑이를 했다.

지하철 역무소 담당자와 한참을 실랑이를 했다.

캡쳐한 이미지까지 보내줬더니 알아보겠다며 일단 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는 길에 전화가 왔는데 담당자 왈, 확실히 비정상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하겠지만, 결론은 다시 티머니 고객센터로 문의해 보란다.

 

티머니로 다시 문의했다.

돌고돌아 티머니로 다시 왔으니 다시 카드사로 문의해보라는 말은 못하고... 이번에는 서울교통공사로 문의해 보란다.

 

결론적으로, 서울교통공사가 맞았다!

서울교통공사(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고객의 소리"에 장황한 상황 설명과 함께 민원을 신청했다.

전화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정황과 증거자료(캡쳐본) 제출도 필요한 일이라 홈페이지 민원 접수가 답이었다.

며칠 후 담당자의 답변이 왔다. 하차 태그 오류가 나서 못찍은 다음날 페널티 요금을 제외하고 모두 환불해 주겠단다!

(하차 태그 오류가 나서 못찍은 건 해당 역에 문의하면 CCTV 확인 절차를 거쳐서 환불 처리해 준다는데 그건 너무 귀찮아서 생략했다. 1400원 받아내자고 그런 일을 또 할 수는 없다...)

 

 

 

 

4.

 

그 뒤로도 꿋꿋하게 계속 교통반지를 이용했고, 특별한 일 없이 잘 다녔다.

그러다, 문제의 6월 12일 목요일.

매우 당황스럽고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내릴 때 "하차입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승차입니다"라며 100원이 찍혔다.

 

응???

 

보통 저 환승 구간에서는 추가요금 없이 0원으로 하차하던 구간인데...

분명 탈 때도 정상 승차 태그를 했고, 하차 시 태그할 때 혹시 만에 하나 이중으로 찍히더라도 하차 -> 승차로 순차적으로 찍혀야지, 뜬금없이 승차 뒤에 승차가 또 찍히는 건 무슨 경우람?

 

아무튼,

이미 버스에서는 내렸고, 승차로 찍혔으니 하차로 다시 갱신할 방법은 없다... 털썩.

 

아니나 다를까, 저녁 퇴근길에 버스 승차 시 요금이 2900원이 찍혔다! ㄷㄷ

 

그게 끝이 아니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을 하는데, 100원이 찍히는 게 아니라 1400원이 찍히는 것이 아닌가! ㄷㄷ

이런 ㅆㅂ so ein pech!!

 

 

 

 

이미 한차례 경험이 있으니, 당연한 듯 서울교통공사로 문의를 넣었다.

그런데, 엥? 이번 건은 지하철이 아니라서 자기들이 처리해 줄 수 없단다. 버스 회사로 문의해 보란다.

 

또 돌고 돌고 돌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대체 버스 회사 어디에다 문의를 해야 하나 한참을 찾았다.

.

..

...

못찾았다.

서울에 있는 버스 회사 어디에도 이런 교통카드 요금 관련 문의를 할 만한 데가 없었다.

 

 

 

결국 혹시나 하면서... 티머니 고객센터로 다시 문의했다.

이번에는 티머니 고객센터가 맞았다!

알고보니 버스 오류는 티머니에서, 지하철 오류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처리하는 거였다.

이걸 왜 한군데서 하지 않고 각각 따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아무튼, 티머니 고객센터 - 1:1 상담 문의 글로 장황하고 상세하게 설명했더니

며칠 후 답변이 달렸는데, 결론은... 환불해 주겠다며 아래 양식으로 다시 접수하라고...

 

ㅁ이용하신 카드번호
ㅁ이용일시
ㅁ실제 승, 하차 정류장명
ㅁ노선번호
ㅁ환불받으실 계좌 정보(은행명/예금주/계좌 번호)
ㅁ처리결과 메시지 받으실 연락처
ㅁ문의내용

 

 

웃기는 것은, 여기 1:1 상담 문의글에는 마침표(.)와 쉼표(,), 물음표(?)를 제외한 그 어떤 특수기호도 쓰지 못한다.

그래서 쓸 수 있는 글 표현이 굉장히 제한되어 억지로 글을 만들어야 한다... ㄷㄷ

 

예를 들면

> 2029-06-12 07:41(버스 하차) - 승차로 찍히면서 100원 부과됨

 

이 문장을 그대로 쓰질 못해서

. 2029년 6월 12일 오전 7시 41분 버스 하차 시 승차로 찍히면서 100원 부과됨

 

이런 식으로 마구 풀어서 써야 한다.

 

 

아무튼,

현재 환불 절차 진행 중이고... 오류 요금 총 2,900원 중 우선 1,500원을 어제 환불 받았는데,

버스 하차 처리 오류로 지하철 승차 시 정상 요금으로 청구된 건에 대해서는 이슈가 좀 있는 듯.

서울교통공사(지하철)에서는 버스 하차 태그가 안된 것이 원인이니 버스쪽에서 환불하는 게 맞다고 하고,

티머니(버스)에서는 요금을 청구한 지하철 쪽에서 환불하는 게 맞다고 하고.

 

참 나... 중간에 낀 나는 뭐, 어째야 하나?

(이 건도 추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여기에 업데이트하도록 하겠다)

 

 

 

 

5.

 

이상의 상황을 겪으며 내가 내린 잠정 결론은...

"교통반지"는 아직 시기상조

라는 것이다.

똑같은 규격의 IC카드라 해도 그 처리 방법에 따라, 즉 1회성 인식이냐 연속성 인식(?)이냐에 따라 제대로 처리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인식이 안돼서 재시도를 하게 하는 상황이면 다행일텐데, 아예 승/하차 인식이 반대로 된다거나 오동작을 일으키는 건 영... 좀 아니올시다, 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 인증이나 출입문 문열기 같은 1회성 인식 케이스로는 쓸 만 한데, 교통 요금처럼 승차~하차~환승이 연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케이스에서는 좀 문제가 있는 듯.

 

지금껏 1년 가까이 교통반지를 써 오면서 느낀 점은... 반지 정도 크기의 IC카드로는 대중교통 단말기에서 100% 인식 성공이 되지 않는다는 것? 두세 번 재시도해서 성공한 것도 성공이라 보면 대략 체감 확률상 인식 성공률이 85~90% 쯤은 될 것 같지만... 이러면 확실한 결격사유지...

 

이건 스마트링의 문제라기 보다는 스마트링 사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중교통 IC카드 단말기의 문제라 보는 것이 맞겠지만, 뭐 어쩌겠나... 힘 없는 내가 바꿔야지. 결국 불편해지는 건 나뿐이니.

 

이 마지막 사건 이후로 R5 스마트링도 서랍으로 보냈고, 다시 신용카드를 꺼내서 교통카드로 사용 중이다.

 

아직 세상은, 세상의 기술은 내 맘처럼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는 않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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