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랏말" 카테고리에 몇 번 쓴 것 같은데,

오늘 어느 사이트 게시물을 보다가 생각나서 또 한 번 더 반복해서 써 본다.




"알레르기"가 어느 나라 말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알레르기"는 틀린 말이고 "알러지"가 맞는 말이라고?




원래 "알레르기"는 원어가 독일어로, allergie라고 쓴다.

이게 미국으로 물건너가면서 변조되어 allergy가 됐다.

그러니 allergie를 alergy, alergie 등으로 잘못 쓰면 틀린 말이지만

allergy로 쓰면 미국식 용어가 되는거지, 틀린 건 아닐 게다.


그런데 그건 원어 표기로 썼을 때의 얘기고,

한글 표기로 쓸 때는 어차피 외래어니, 맞고 틀린 말이란 없다.

그냥 나라에서 정한 외래어 표기에 관한 표준 규칙 정도만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식 문서나 책, 매스컴 같은 데서 쓸 때는 나름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지만

일반인들이 사석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할 때는 굳이 꼭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겠다.


그래도, 혹시 아는가?

이명박이 대통령 될 줄 모르고 바뀐 표준어를 안 배웠겠나?

알아두고 미리미리 바르게 쓰는 방법을 익히고 고쳐두면

의도치 않게 남한테 무시당하거나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외래어 표기의 가장 큰 대원칙은, "원어 발음을 따른다" 이다.

그래서 독일어 원어 발음을 따른 "알레르기"가 표준어다.

한국에서 독일어를 굳이 미국식 발음으로 할 이유가 있나? 없다.

그래서 미국식 발음인 "알러지"가 한국에서 표준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에네르기"하고 다를까? 조금 다른 듯 싶겠지만 결국 똑같다.

"에네르기"는 "energy"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표현이다.

all right을 "오라이"라거나, extract, ex.를 "엑기스" 라고 하는 것과 같은.

물론 유럽 쪽에는 energy를 energie라고 쓰는 나라들도 있지만

"에네르기"를 한국에 들여온 일본에서 energie라고 쓰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영어를 일본식 발음으로 쓸 이유가 있을까? 없다.

그래서 "에네르기"라고 쓰지 않고 "에너지"라고 쓰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알레르기"도 똑같지 않은가?

물론 모든 규칙이 그렇듯 예외도 있다.

오래 써서 거의 우리말이 된 단어는 그대로 쓰는 것을 표준으로 마지못해 인정하기도 한다.

"짜장면"이 그 좋은 예에 해당하겠다.

그렇지만 그건 말 그대로 아주 특수한 "예외"일 뿐,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언젠가 외래어 표기 규칙이 바뀌어 "미국식 발음을 우선 따른다"고 정해지면

미국식 발음인 "알러지" 또는 "앨러쥐"가 표준어가 될 수도 있겠지...(정말 그렇게 될까 무섭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직은 아니니까 "알레르기"라고 제대로 쓰는 것이 좋겠다.


몰랐으면 모르되, 제발 좀 "알러지"가 맞는 표현이라고 우기지 말자.

우긴다고 틀린 것이 틀리지 않게 되는 건 아니란 말이다.


오렌지를 "어륀지"라고 했다가 욕 얻어먹은 누군가가 생각나지 않는가?

물론, 미국에서는 "오렌지"라고 하면 못 알아듣겠지.

그런 의미에서는 "어륀지"라고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배웠다간 진짜 미국 식민지 수준을 못 벗어날 게다.

한국에서는 "오렌지"가 표준어다. (게다가 영국 가면 "오렌지"가 아마 더 잘 통할 것이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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