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걸핏하면 "세대 차이", "세대가 어쩌고" 하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지금의 20~30대가 88만원 세대니 가장 불행한 세대니 어쩌니,

그러면서 그들의 잘못된 행태도 "다른" 것이니 이해해야 한다는 식으로...


물론 대충 나이대로 잘라보다 보면 그런 경향성도 어느 정도 있을 수 있고

크게 보면 이전과 다른 사회·문화적 조건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그런 틀 속에서 풀어대는 건 영 이상하다.


예를 들어 중견 이상 대기업에 입사한, 딱히 부잣집 자제분도 아닌 신입사원이

소나타급 이상 고급차를 뽑아 타고 다니며 소비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그 세대는 더 이상 모아봤자 살 수도 없는 집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다른 것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과연 적절한 건지 나는 의문이다.

그러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 역시 적절한 건지 모르겠다.


과연 그들이 집 살 생각을 정말로 포기했는지의 여부는 둘째 치고서라도

(경험적으로 보아 그 나이대의 대부분이 집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는 쪽이 오히려 더 맞을 것 같지만)

정말로 조건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생활 패턴을 바꾸기로 했다면

자동차를 거부하고 자전거나 인라인을 타고 다니든가, 아니면 기존에 없던 뭔가 색다른 걸 하지 않고

왜 굳이 선배 세대들이 집착하던 "대기업"이나 "고급차" 같은 것에 여전히 얽매여 있는 건지

그러면서 정작 해야 할 자기 관리나 미래를 위한 직무 능력 향상 같은 것에는

왜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매달리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너무 일반화한 걸까?


글쎄...


그런 것들을 보면

그냥 "조삼모사"나 "아전인수" 같은 부정적인 사자성어들이 떠오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돌아보면서 후회할 짓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단적인 예로, 골목길에서 중고딩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아~ 쟤들 세대는 저렇구나' 하면서 이해하고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것과

많이 다를까?

(상황상 어쩔 수 없이, 가 아니라, 진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할 말 없다.)



"일부" 개독 환자들의 행태로 오늘날 전체 개신교가 욕 먹고 있는 이유는

그 "일부"가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꼭 머리 숫자만 아니라 그 행태의 강도나 빈도수에서 말이다.


마찬가지로,

아주 간혹 20~30대들이 싸잡아 "개새끼"로 욕먹는 이유 역시

몰지각하고 개념 없는 행태를 보이는 그 "일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반화하기에는 성급하겠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김용민의 '20대 개새끼론'은, 비록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맥락의 글인지는 알 듯 하다. 김용민이 여론에 등 떠밀려 사과하고 물러선 것 역시 이해는 되지만, 그런 의미에서 썩 잘한 짓 같지도 않다.)


그들은 시대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불행한 세대이니

이해하고 인정해야지, 반성하고 바로잡아야 할 세대는 기성 세대들이지,

그들을 가르치고 훈계하고 바로잡으려 해서는 안된단다...


그런 식이라면,

십여 년째 똑같은 급여를 받으며 한 해 한 해 갈수록 더 가난해지고 있는,

그리고,

빚내서 "내 집 장만"을 어떻게 하긴 했는데 바로 그 빚 때문에 내 집에 들어가 살 지도 못하고

폭락하는 집값과 폭등하는 전월세 때문에 팔지도 못하면서

다달이 은행이자 등 각종 빚에 시달리는 일명 30~40대 "낀 세대"들이

오히려 그들보다 훨씬 더 불행한 것 아닐까?

가지지도 누리지도 못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현재를 즐기지도 못하니 이 얼마나 불행한가?


또, 그렇게 따지면,

6·25를 겪고 보릿고개를 넘어온 윗 세대들은 안 불행한 세대인가?

군사독재에서 고생고생하던 세대들은?



이건 뭐, 누가 누가 더 불행한 세대인지 내기하자는 것도 아니고...



쥐뿔,

세대 차이, 세대론, 그런 건 없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어느 시대건

"젊은 것들은 싸가지가 없고 말 안 듣는 세대"였다.

기본적으로 싸가지 없고 말 잘 안 듣는 젊은이 특유의 사고방식 자체는

"젊음"의 특성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그대로 사회에서 용인되고 받아들여

사회 자체가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게다.


즉, 문제는

세대 차이, 세대의 문제라기 보단

그냥 개개인의 생각이 다른-이런 경우는 "틀린"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문제는 아닐까?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잡아야 하는데...

틀린 것은 다른 것이 아닌데...



이런 생각도 그저 "기성 세대"의 "늙은 생각"인 걸까?

내가 바로 "기성 세대"가 된 것일까?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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