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 민음사 (2001-06) (읽음: 2001-09-27 10:09:55 PM)

- <<세계의 문학>> 100호 기념 특별 기획 

- 우리 시대의 삶과 꿈에 대한 13가지 이야기

 

- "지난 1976년 창간되어 올 6월에 제100호를 발간한 계간『세계의 문학』이 100호 발간 특별 기획으로 구성한 우리 시대의 지성 26인의 대담집. 이 책은 문학, 예술, 신화, 디지털, 책, 정치, 종교, 여성 문제 등의 주제로 구성되었고, 이와 함께 나름의 역경을 딛고 해당 분야를 일구어온 대담자들의 삶을 폭넓게 조망하면서 각각의 분야의 현안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 실린 대담들은 논쟁이 아닌 일상 속의 대환과 삶의 진실을 담아내는 데 의의를 둔 소박한 <이야기들>로 이러한 이야기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참다운 대화의 일례이자 더 나은 미래의 꿈을 위한 일종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조유식 등과 도법 스님, 양명수 목사님까지가 포함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서, 이들은 각 분야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대담은 살아온 얘기와 앞으로 살아갈 얘기, 그리고 특히 현재를 냉철하게 읽어보는 기회로서 준비되었다. 대담자들은 모두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하다가도 곧 예외 없이 열렬하고 진지하게 대화에 돌입하였으며 끝낼 줄 모르고 대담을 계속하기도 했다. 가벼운 수다 같은 얘기들로부터 깊이 있는 철학적 주제를 다른 무게 있는 담론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의 수위도 다양하다. 

각각의 대담은 대략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계속되었으며, 대담을 녹취하여 타이핑한 것만 원고지 4,000매가 넘는 분량이었다. 이것을《세계의 문학》 편집위원과 민음사 편집부가 공들여 정리하여 1,800매로 축약하고 각각의 대담 첫머리에 간략한 소개글을 덧붙여 책으로 내게 되었다. 또한 대담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기 위해 대담에 함께한 사진작가 여동완 씨가 찍은 2,000장이 넘는 사진 중에서 88장을 간추려 본문 사이사이에 실었다. 

돌아보면 알맹이 없는 말들만 무성한 시대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이 대담집에는 헛된 말들의 잔치가 아니라 진정 <살아 있는 말>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 실린 말들은 힘이 있으며 희망을 담보한다. 그것이 곧 계간 《세계의 문학》이 이 대담집을 기획한 당초의 의도이기도 하다." (Yes24 책소개글)


- 최인호-윤윤수의 대담 中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기업은 이익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거라고 그랬는데 그걸 행동으로 옮겼고 하여튼 자기 말을 자기의 행동으로 옮겼단 말이예요. 이젠 정말 기업가들도 인격자적인 자세가 필요해요. 진짜 기업가들은 바람 피워서는 안 되고 번 돈도 내 게 아니라 단지 잠깐 나한테 머무르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된다고. 그러면 내가 뭐 때문에 돈버느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중에 버릴 때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기업을 하면서도 인격적 덕성을 지녔던 경우가 많단 말이야. 그런 사람들이 마지막에 큰일을 해내는 거야. 내 책을 [상도]라고 한 것도 그런 경영에 있어서의 도덕적 자세, 어떤 도(道) 같은 걸 사람들이 좀 배웠으면 해서였어요."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과연 사람을 남기는 회사인가. 요즘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정말 아니다. '위기'라고 하면서 사람을 점점 돈버는 기계로 만들려고 안달을 하는 것 같다. 이건 아니다. 


- 양명수-도법스님의 대담 中 

"현대 사회는 활동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휴식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아요. 마치 활동하지 않으면 도덕적으로 부당한 짓을 하는 듯 취급한단 말이죠. 그렇지만 건강한 휴식이 없는데 어떻게 건강한 활동이 나오겠어요? 사회 복지가 뭐겠어요, 휴식에 가치를 부여하는 개념이 아닌가요? 사회 복지는 안정된 휴식이 없이는 건강한 활동이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지요. 그런 사회 복지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모두 이분법적 사고이고, 불평등한 가치 의식입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보는 의식이나, 사고 방식에 대한 어떤 새로운 모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모든 게 헛것이죠." 

그렇다. 요즘 내 상태가 이런 글귀에 쉽게 매혹될 만큼 지쳐있는 상태인가보다. 좀 쉴 때도 된 것 같다. 휴가... 


"삶은 늘 현재의 문제일 뿐이에요. 미래에 문제가 해결된다니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금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내일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린 자꾸만 내일 해결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착각이라고 봐요. 현재예요. 삶은 늘 현재이고, 현재에서 문제를 다뤄야 하고, 현재에서 문제를 다루면 내일이 보장되는 겁니다. 현재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아무리 미래로 나가도 올바르게 될 수가 없죠. 미래에 가서 뭔가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것 역시 일종의 환상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역사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역사는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다. 미래에 맡겨둔다는 것은 삶에 대한,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 김우창-김상환의 대담 中 

"결국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물어보신 서양 체험 또는 다른 어떤 체험의 경우라도 가닥을 잡아서 말하기는 곤란하고, 그러한 것은 대체로 소급하여 구성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려는 거지요. 서양의 체험은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역사적인 것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우리의 역사가 서양의 힘에 압도되고 그것에 의하여 변형되는 바람에 누구나 알게 모르게 서양에 말려든 것일 겁니다." 

"... 초월적 사유란 그 한계의 가장자리에서 사고하는 것이지요. 생각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차원에서도 경험적인 데이터를 넘어서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서도 사유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으로서 경험적 데이터를 넘어서는 한계 개념을 필요로 한단 얘기지요. 초월적 계기는 모든 이성적 사고에 이미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맞다. 생각한다는 것은 경험한 것 이상으로 유추하고, 상상하는 등 '초월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시 개성을 말하면, 개성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별난 사람이라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을 하나의 일관된 형식으로서 구축하여 새로운 형식적 가능성을 계시하는 것입니다. 이로부터 개성은 그 사람의 독자적인 발명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여러 가지 양식화의 수단과 요소를 독자적으로 변주함으로써 일어나는 것이 개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 됩니다. 사실 개성 있는 인간은 혼란한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을 분리해서 생각할 때 비로소 결단을 통한 행동과는 별개의 관용의 세계가 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고 이외의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 되는 차원을 벗어나게 되는 겁니다..... 하여튼 우리의 지적 상황도를 볼 때 너무 행동과 사고에 대한 일치를 강조해서 새로운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큰 장애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말과 행동을 분리할 필요도 있단다. 

김우창은 역시 나이가 넘 많다. 말을 너무 현학적이고 어렵게 한다. 적어도 이 대담의 경우만 볼 때는. 떱... 


- 최장집-강유원의 대담 中 

"최: 애국심이라고 하면 약간 파시즘적인 인상을 주나요? 
강: 수구적인 느낌을 많이 주죠. 
최: 그런데 정부에서 1년 정도 정치 경험을 하는 동안 저는 한국 사람들이 애국심이 너무 없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저는 공직자들, 한국의 엘리트, 보수주의자에게는 애국심이 없다고 봅니다. 한국의 보수주의와 다른 나라의 보수주의의 차이가 뭐냐고 저에게 물으면, 저는 한국의 보수주의에는 애국심이 없다고 대답하고 싶어요. 
강: 자기네 패거리의 이익만 찾으려고 하는 거죠." 

맞다. 얼마 전 읽은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에서도 이 대목을 인용한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이다. 보수주의자들에게 왜 이렇게 애국심이 없을까. 그러고서도 그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보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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