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물과 사상 2003년 4월호 - 인물과 사상사 (2003-04) (읽음: 2003-04-21 05:08:45 PM)


- 이번호는 예상대로 노무현 정권의 출범에 즈음한 격려성(?) 글들과 채찍성(?) 글들이 주된 주제였다. 수구세력의 준동을 경고하는 글, 언론개혁 운동에 대한 전망, 김원웅 의원의 민주당 해체론 비판 등... 그다지 유쾌하진 않은 얘기들이지만, 한국사회의 건전한 중도우파들의 생각이 이렇다는 것 정도는 명쾌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늘 즐겁다. 점점 내 의식과의 괴리가 좁혀져간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불만스럽긴 하지만... 뭐 어쨌든. 


- 몇 대목 눈에 띄던 곳. 

"사람이 국가안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국가가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원칙이 뒤집어지면 국가는 거대한 폭력조직에 지나지 않는다." (p. 25) 

"[일본형 수재의 계보가 사실은 '바보들의 계보']라고 말하면서 [여기에서의 '바보'라는 표현은 기본적인 지적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콩도르세(1743~1794, 프랑스의 철학자)가 교육의 목적에 관해 설명한 대로, '교육의 목적은 현 제도의 추종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라는 관점에서 볼 때의 바보이다]고 쓴다. 그러면서 일본 지식인으로서는 전형적으로 보이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낸다. [만약 대학이 국가에 대해 자유로운 존재였다면, 대학을 거점으로 일본의 진로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려는 세력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p. 89) 

"꼭 라이벌에 대한 증오심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을 조롱거리로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적개심도 가세했을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김영삼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내가 보기에도 너무 심하다. 심심하면 나오는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영삼은 최하위권을 도맡아 하고 있다. 말도 안 된다. 나도 그런 결과에 열받는데, 김영삼은 오죽하랴." (p. 169) 

사실이지, 아무도 생각하기 힘든 사실이다. 김영삼이 억울할 만도 하다. 

"이데올로기는 한국에선 재정의되어야 한다. 내가 보기에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3대 이데올로기는 지역주의, 학벌주의, 정치혐오주의다. 진보를 표방한 사람들은 곧장 '계급'을 말하고 싶겠지만, 이 3대 이데올로기는 계급 문제와 직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계급 문제가 불거지는 걸 방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이데올로기의 여러 기능 가운데 하나는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것이다. 입시제도가 문제라는 주장은 학벌주의의 폐해를 은폐한다. 지방자치의 운영이 엉망이라는 주장은 '서울공화국'의 죄악을 은폐한다. 한국인은 원래부터 보수적이라는 주장은 수구 언론의 여론 지배로 인한 퇴행을 은폐한다. 정치인들의 자질만을 문제삼는 건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를 얼마나 망치고 있는가 하는 걸 은폐한다. 양비론적인 지역감정 규탄은 호남차별을 은폐한다." (p. 180)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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