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 명진출판(2000-07) (읽음: 2003-08-24 06:57:28 PM)

- 이주향 지음

 

- "21세기는 영상의 시대라고 한다. 만화는 특히 앞으로의 고성장 문화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만화는 철저히 무시되어 온 "음지문화" 였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만화가 철학적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다소 이색적인 발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에 이주향 교수는 말한다. “자기 색깔이 분명한 만화가들이 정말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만화라는 이유만으로 만화를 무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안다. 만화는 황당하고 불량한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할수 있다. 그런 이들은 그 편견으로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만화는 모든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황당할수 있지만, 그 때문에 얼마든지 섬세하게 세상을 그려낼수도 있다. 만화의 세계가 때로 불량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만화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니까 만화야말로 어쩔수없이 우리의 세계다”. 

사실 만화는 그 자유로운 상상의 폭 만큼이나 다루는 내용도 다양하다. 아주 가벼운 만화에서 아주 진지한 만화까지 경쾌한 만화에서 비장한 만화까지.. 기발하고 환상적인 만화에서 냉소적이고현실적인 만화까지. 그 만화의 거리마다 시대가 삶의 느낌이 별처럼 박혀있는 경우가 많다. 고로 이주향 교수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런게 철학일 수 없다면 우리에게 철학은 무엇이냐고..그를 통해본 만화는 지금 우리 사회와 문화를 읽는 좋은 창이 되고 있다. 

무겁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철학"과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만화"의 만남! 
80년대 대표적인 만화가 이현세, 강철수, 황미나, 신일숙의 작품에서 오늘날 신세대 사이에 널리 읽히고 있는 천재영, 양영순, 박희정등과 유명 일본 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25편의 만화를 소재로 그 속에서 우리 시대의 철학을 읽어내고 있다. 
만화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지옥의 링" 그리고 강철수의 "발바리의 추억" "밤사쿠라" "반디"를 통해 과거 어려웠던 시대의 성공 이데올로기와 함께 그 시대의 방황하는 청춘들의 모습들을 되짚어보고 있으며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딸들" 김혜린의 "불의검" 황미나의 "레드문" 다이수케데라사와의 "맛의달인"에 등장하는 자신만의 세계를 지켜가는 개성있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 감춰진 아름다운 열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길들여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자유와 감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파크 책소개글)



- 만화를 보면서 느낀 소감과 거기서 읽어낸 철학적인 감상을 나열해 놓은 책이다. 상당 부분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만화들에 대한 내용이라 더더욱 재미있는 책이었다. 

- 아무래도 저자가 철학을 하는 페미니스트 여자 교수라서 그런지 만화를 읽는 취향도 뭔가 내용이 있는 그런 것에 흥미를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았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여성과 여성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부분이 썩 내키지 않았다. 왜 구태여 색깔을 강하게 드러낼까...하고. 

- 읽어보고 싶은 만화책도 많았고, 다시 보고 싶은 만화책도 많았다. 몇가지를 여기에 적어본다. 

Street Generation - 김은희 
아르미안의 네딸들 - 신일숙 
불의 검 - 김혜린 
미스터 초밥왕 - Daisuke Terasawa 
맛의 달인 - Hanasaki Akira 
건망증 - 서현주 
오디션 - 천계영 
레드문 - 황미나 
호텔 아프리카 - 박희정 
공포의 외인구단 - 이현세 
지옥의 링 - 이현세 
금단의 과일 - 강경옥 
죽음과 그녀와 나 - Madoka Kawaguchi 
바람의 나라 - 김진 

-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에 나오는 장애자 시인 로이 캄파넬라의 기도가 '레드문' 감상문에서 나온다. 필라르의 위대함과 그 순수한 무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너무나 아름다운 시이며 마음에 오래토록 남은 글이다. 여기에 옮겨본다. 

"나는 하나님께 나를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성공할 수 있도록.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약하게 만드셨습니다. 
겸허함을 배우도록. 
나는 건강을 기도했습니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러나 나는 허약함을 받았습니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할수 있도록. 
나는 부유함을 원했습니다. 
행복할 수 있도록. 
그러나 나는 가난함을 받았습니다.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나는 힘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그러나 나는 열등함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필요함을 느끼도록. 
나는 내가 필요한 것을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받았습니다." (p. 133)





Posted by 떼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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