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날: 2006.10.10 10:08
북 핵실험과 반기문 유엔 사무처장 단독 후보 지명, 올 추석 전후 최대 이슈다.
그런데 그 어느 것도 내 이목을 오래 끌지는 못한다.
북 핵실험보다 더 나의 분노와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출퇴근길의 콩나물 시루보다 더 지독한 만원 지하철이고, 반기문이 유엔 사무처장 되는 것보다 더 내게 있어 기쁘고 즐거운 것은 월요일 밤 주몽에 이어 개그야를 시청하면서 마음껏 웃으며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그렇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건, 미국이 폭격을 한다 지껄이건, 전쟁을 계획하건, 일본이 핵무장을 준비하건, 어차피 내 삶의 질이 변하는 것은 없다. 막상 설왕설래 침소봉대 해가며 우려하는 그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되고 실제 전쟁이라도 터진다면 모를까 내게는 만원 지하철 안이 훨씬 더 우려스러운 전쟁이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으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타는 순간부터 내리는 순간까지 지속되는. 누군가 살짝만 몸을 비틀어도 지독한 살기와 함께 짜증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심심치 않게 욕설과 고성, 심지어 주먹다짐까지 오가는 그 살벌한 장.
내게 북한의 핵실험보다 더 나를 짜증나고 열받게 하는 것은, 토씨 하나 안틀리고 앵무새처럼 똑같은 대사를 하루종일 반복해서 외어대는 뉴스 아나운서와 기자의 말이고, 나의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인 개그야 방영을 사전 예고도 없이 취소하고 그 똑같은 뉴스를 또 읊어대는 어이없음이다.
반기문이 유엔 사무처장 되는 것이 과연 내게서 개그야를 시청하는 작은 즐거움을 앗아갈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유엔 사무처장 하나 나오는 것이 그 무슨 국가적인 경사일지는 몰라도, 진짜 된 거면 몰라도, 아직 되지도 않은 사실에, 고작 기자회견 하나에 전국민의 이목을, 개인의 즐거움을, 예고 없이 빼앗아가도 되는 것인가, 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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