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강준만 칼럼/5월 14일] '깡다구'의 축복과 저주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형님, 아니 형님이 동생인 이 대통령보다 못난 게 뭐가 있습니까. 형님이 키도 더 크고 더 좋은 대학 나왔고, 정치 경륜도 많고, 게다가 형님도 대기업 최고경영자(코오롱)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야 그렇지. 정치 경력도 그렇고 내가 위일지 모르지. 하지만 딱 하나, 나에게 없는 걸 명박이는 갖고 있어.”

“그게 뭡니까.”

“깡다구야.”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평소 ‘형님’이라고 부른다는 권철현 주일대사와 이 부의장 사이에 오고 간 농담 섞인 대화라고 한다. 최근 중앙일보 김현기 도쿄특파원이 칼럼에서 소개한 것이다. 고개를 끄덕일 사람들이 많으리라.

 

지도자의 필수 자질일 수도

 

깡다구의 사전적 정의는 “악착스럽게 버티어 나가는 오기”나 “오기로 버티어 밀고 나가는 힘”인데, 이는 한국인의 장점으로도 거론된다. 2005년에 경향신문은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시리즈에서 10번 째로 ‘깡다구’문화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인간시장>이라는 소설에서 깡다구의 전형인 장총찬을 만들어낸 작가 김홍신씨는 “깡다구야말로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에서 중요한 자산이었다”며 “이 깡다구가 자칫 잘못 구현되면 폭력과 독재의 문화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긍정적 에너지로만 활용된다면 앞으로도 우리의 가장 큰 밑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깡다구엔 그런 양면성이 있다. 특히 지도자의 깡다구가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시인 2004년 5월 27일 연세대 특강에서 박정희는 절대 찬성할 수 없지만 박정희가 목숨을 걸고 한강 다리를 건넜다는 건 평가한다는 말을 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는 식으로 올인을 해야 성공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노무현식 깡다구론인 셈이다. 실제로 노무현은 시종일관 오기로 일관한 전형적인 ‘깡다구 대통령’이었다. 이명박은 그 기록을 갈아치우겠다는 듯 노무현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깡다구가 어찌 박정희 노무현 이명박만의 것이랴. 정도의 차이는 있었을지언정 역대 대통령들에겐 다 그게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각 분야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잘 생각해보자. 우리 모두가 높게 평가하는 지도자의 필수 자질을 잘 분석해보자. 대부분 깡다구와 통한다.

깡다구를 부리는 데 있어서 ‘독선과 오만’은 불가피하거나 필요악이다. 대화와 타협을 소중히 하는 깡다구는 상상하기 어렵잖은가. 우리는 ‘독선과 오만’이 강한 사람을 지도자로 뽑는 문화를 갖고 있으면서, 지도자의 ‘독선과 오만’을 비판하는 함정에 빠져 있다. 달리 말하면, ‘독선과 오만’ 그 자체를 싫어하기보다는 ‘독선과 오만’의 내용ㆍ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 ‘독선과 오만’을 문제삼는 것이다.

깡다구가 자칫 잘못 구현되면 폭력과 독재의 문화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폭력이 없는 민주화된 세상에서도 지도자의 일방통행식 깡다구는 민심 이반을 초래해 국정운영을 표류하게 만든다. 그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민중의 고통은 매우 크다.

이런 딜레마에 동의한다면, 이제 앞으로 우리는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를 지도자로 뽑건 어차피 깡다구 있는 사람들 중에서 고르는 게임일진대, 달라질 건 없다. 오히려 문제는 지도자의 깡다구를 견제할 수 없는 우리의 풍토다. 공무원이 최소한의 ‘영혼’도 가질 수 없고, 지도자의 뒤로 줄을 서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이 그걸 잘 말해준다.

 

문제는 다른 목소리 듣는 귀

 

이걸 바꾸는 데에 노력을 집중해야지, 기존 지도자 타령으론 답이 나오질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늘 지도자의 귓전을 다른 목소리가 파고들 수 있게끔 하는 ‘섞임’이다. 비빔밥 정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빔밥을 드시면서 ‘섞임의 리더십’으로 전환하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Posted by 떼르미
,


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해주세요!
Please Enable JavaScript![ Enable JavaScri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