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의원의 동심인성(動心忍性)
동양 철학을 자주 들여다 보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많은 정치인들이 동철에서 다루는 철학자들의 말을 이상하게 인용하기 때문이다.
김지하 씨가 정운찬 총리 내정자를 옹호할 때, 정몽준 씨가 미생지신(尾生之信)을 인용하더니, 이번에는 전여옥 의원이 맹자를 거론했다. 문제는 이들이 인용하는 것이 거두절미, 단장취의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입맛대로 요리를 하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전여옥 의원의 다음 글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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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저서 <일본은 없다>의 표절 의혹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패소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출처 : 전여옥 의원의 블로그
(http://www.oktalktalk.com/home/headline.html?no=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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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더 보태주고자 ~
사랑하고 존경하고 또 미더운
우리 OK친구들-
저 때문에 마음고생 심하셨지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함께 분노하고 가슴아파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쉽지 않은 일주일이었지만
잘 견디고 그리고 일어섰습니다.
변함없이 제 곁에서 계셔주셨습니다.
'힘내라!'는 그 수많은 격려에
더 많은 다짐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는 당당합니다.
그리고 제 자긍심을 그 어떤 것도
손상시킬수는 없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께-
정치를 하는 것은 고난의 길인가 봅니다.
일주일이란 짧지않은 기간,
맹자의 글을 읽었습니다.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장차 큰 임무를 내리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게 하며,
그 근육과 뼈를 수고롭게 하며,
그 몸을 부족하게 하여,
행동을 함에 있어서 그 하는 바를 혼란시키니,
이것은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게 하여
자신의 능하지 못한 바를
더 보태주고자 해서이다'
많은 것을 더 보태고 더 보완해서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로 삼겠습니다.
격려와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을 잊지 않겠습니다.
2010년 1월 20일 전여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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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인용한 맹자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고자?하 15 :
孟子曰 舜發於?畝之中 傅說 擧於版築之間 膠격 擧於魚鹽之中 管夷吾 擧於士 孫叔敖 擧於海 百里奚 擧於市
故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所以動心忍性 曾益其所不能
人恒過 然後能改 困於心 衡於慮 然後作. 徵於色 發於聲 而後喩
<번역> 맹자가 말했다.
순 임금은 밭 가운데서 나왔고, 부열은 공사판의 사이에서 등용되었고, 교격은 물고기-소금 장수 가운데서 등용되었고, 관중은 선비에서 등용되었고, 손숙오는 바닷가에서 등용되었고, 백리해는 저자거리에서 등용되었다.
그 러므로 하늘이 장차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그 뼈와 살을 수고롭게 만들고, 그 몸과 피부를 굶주리게 하며, 그 몸을 궁핍하게 만든다. 행위함에 그 하는 바를 어그러뜨리고 혼란시키는 것은, “마음을 흔들고 본성을 가혹하게 해서(動心忍性)”, 그가 잘 하지 못 하는 것을 (잘 하게) 늘려 보태 주려는 것이다.
사람은 늘 잘못한 뒤에 고칠 수 있다. 마음에서 곤란하고 생각에서 부디친 뒤에 행위한다. 낯빛에서 희미하게 나타나고, 소리에서 드러난 뒤에라야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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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의원은 이 중 가운데 부분만 인용한 것이다. 이는 ‘동심인성動心忍性’이라는 고사성어의 출처이기도 하다. (그녀는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게 하여”로 번역했는데, 원래는, 마음을 흔들고 본성을 가혹하게 다루어서, 그 마음과 성질을 단련시킨다는 말이다.)
맹자의 말은 이렇다. 순임금이나 부열, 교격, 관중, 손숙오, 백리해 등 당시의 뛰어난 관리들은 등용되기 전에 하층민으로서 고생하면서 살았다는 것이다. 그 고생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잘못을 고치고, 이치를 이해하고,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등용된 뒤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명재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여옥 의원이 이런 글을 인용할 처지이냐는 것이다. 그녀가 제소한 표절 소송 항소심에서 그녀가 졌다. 대법원은 법 적용만 따지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뒤집힐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결국 그녀는 표절했다 - 이게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글쟁이는 글로 먹고 산다. 그런데 글을 훔쳤다 - 이게 표절이다. 게다가 ??일본은 없다??는 베스트셀러였고, 현재의 정치적 지위를 얻는데 한 몫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저서가 표절이다 - 이게 법원의 판단이다.
맹자가 말한 순임금이나 부열 교격 관중 손숙오 백리해는 그런 식의 범죄를 저지르다 동심인성(動心忍性)해서 재상이 된 것이 아니다. 맹자의 그 구절은 죄를 저지르고 괴로움을 당하는 것에 대한 변명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우한 처지이지만, 좌절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어찌 자신이 저지른 일을 변명하는데 쓸 수 있는 말인가?
거두 절미하고, 전여옥 의원이 인용한 부분만 말해 보더라도 그렇다. 맹자는 “사람은 늘 잘못한 뒤에 고칠 수 있다”고 한다. 동심인성(動心忍性)의 과정이 그것이다. 그녀는 과연 잘못을 고치는 길로 가려고 동심인성이라는 말을 인용한 것인가? 그렇다면 맹자의 말을 인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지하도 그렇고 전여옥 의원도 그렇고, 맹자를 인용하는 사람들은 맹자가 뭘 요구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맹자가 바랬던 인간상은 이렇다.
천하에서 가장 넓은 집에서 살고
천하에서 가장 바른 자리에 서고
천하에서 가장 큰 길을 걷는다.
뜻을 얻으면 백성들이 그에게서 말미암고,
뜻을 얻지 못 하면 홀로 그 길을 걷는다.
부귀도 그를 넘치게 하지 못 하고,
빈천도 그를 흔들지 못 하며
권력도 그를 굴복시키지 못 한다.
이를 일러 대장부라 한다.
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與 民由之 不得志 獨行其道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此之謂大丈夫
맹자가 말한 순임금 부열 교격 관중 백리해 손숙오는 바로 그런 대장부이다. 초년에 불우한 환경에서도 발분의 노력을 해서, 명재상이 되어 천하를 다스린 것이다.
글을 훔쳤다는 것 - 그게 어떻게 대장부로서 할 짓인가?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의 저서가 표절이라는 판결이 나자, 맹자를 인용했다. 하늘에 있는 맹자가 민망스러워 할 것 같다.